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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표 탕수육 ⓒ 임선미
요즘 같은 고물가에 누구보다도 가장 고민이 많은 분들은 바로 저와 같은 주부님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렸을 땐 (참고로 저는 40대 초반입니다) 세뱃돈으로 받았던 만원짜리 지폐가 참 크게만 느껴졌는데 요즘은 초등학교 아이들도 용돈 탈 때 천원 정도는 어림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제 딸도 문구점에 뭔가 사야 할 일이 있어 엄마인 저에게 용돈을 탈 때 최소 오천원 정도를 요구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잔돈은 꼭 남겨오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나 한 다음에요.
그런데 정말 주부인 저로서는 돈 만원으로 저녁 찬거리를 위해 장이라도 볼라치면 만원이 이렇게 작은 돈이었나 하고 한숨이 나옵니다.
가뜩이나 중 2, 초등학교 5학년 한창 먹어도 먹어도 모자랄 두 남매를 키우고 있으니 고기반찬이라도 준비하려면 만원가지고는 한참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삼겹살은 이미 한근에 7-8천원 정도이고 삼겹살과 찰떡궁합인 상추도 계속되는 장마와 짖궂은 날씨 속에 대표적인 금값 채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구워먹을 수 있는 한우등심같은 경우는 한 근에 18000원 정도라서 이미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대신 아이들 중 누가 자격증을 땄다던가 아니면 집안에 특별히 기쁜 일이 있을 때 먹기로 약속하고 나니 아이들도 이젠 더이상 조르지 않습니다.
한달 식비를 50만원 미만 정도로 맞추어 보려니 가뜩이나 식성좋은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식비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더구나 두 녀석들 모두 고기종류를 좋아해서 식비걱정은 더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하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아이들에게 부족하지 않은 식단을 짤 수 있을까 하루하루가 고민입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필자의 신메뉴가 바로 '엄마표 탕수육'입니다.
재료값은 총 5200원어치의 돼지고기 등심살 채친 것, 집에 있던 튀김가루, 그리고 계란 2개 이러니 약 6000원 정도의 총비용이 나오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바삭한' 식감의 탕수육 만들기!
사실 요즘은 인터넷에 워낙 훌륭한 요리 레시피가 많이 게재되는 탓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준비하면 누구라도 일류 요리사못지 않은 솜씨로 뚝딱 요리를 만들어낼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탕수육같은 튀김의 생명은 바로 바삭함인데, 이 바삭함을 잘 살리냐 못 살리냐에 따라 요리의 고수 여부가 판가름 날 것 같습니다.
인터넷 레시피에서 본 대로, 또는 예전에 어디선가 요리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튀김가루를 최대한 차가운 물(얼음물이면 더 좋습니다)에 되직하게 개어서 계란 하나와 잘 섞습니다. 사실 계란은 바삭한 식감의 '적'입니다. 튀김옷을 눅눅하게 만드니까요.
하지만 그냥 밀가루 반죽만으로 튀김옷을 만드려니 그래도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영양가있게 만들어주고 싶어서 넣어보았습니다.
이런 게 바로 '엄마표 요리'의 장점 아닐까요?
찜통더위에 후라이팬 앞에 계속 서있으려니 찜질방에라도 온 것처럼 연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을 새도 없이 약간의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 굵게 채친 돼지고기에 튀김가루를 바르고 다시 튀김가루 반죽물에 빠뜨리고 하면서 한시간여 끝의 '산고'끝에 아마추어 요리사의 탕수육이 탄생했습니다.
비록 울퉁불퉁 모양은 좀 투박하지만 맛이 어떠냐고 물어볼 새도 없이 계속해서 탕수육을 입으로 가져가는 아들녀석을 보니 일단 아이들에게는 합격점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설픈 엄마표 탕수육 도전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 싶습니다.
언젠가 대통령께서 물가가 비싸면 소비를 줄이라고 말씀하셔서 가뜩이나 고달픈 서민들의 마음을 더 우울하게 했는데 귀차니즘을 극복한 엄마표 탕수육으로 오늘 하루 물가 걱정 조금 덜 해 보렵니다.육천원어치 재료로 삼만원어치 탕수육을 만들었으니까요!
유가 급등에 장바구니 물가 급등에 공공요금 폭탄에 언제가 끝일지 모를 고물가 행렬에 대처할 수 있는 엄마표 레시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내일도 열심히 엄마표 요리를 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 <달팽이 가족>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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