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제 정신을 가진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하나회를 하다가 12·12 쿠데타와 5·18 광주학살 세력의 하수인 역할을 했던 정치군인, 그리고는 5공 비리의 주역이 되었던 안현태 전 청와대 경호실장이 국립묘지에 안장된다고 한다. 이 말도 안되는 결정을 한 곳은 대한민국 국가보훈처이다.
도대체 '국가보훈'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해괴하여 사전을 찾아보니 "국가유공자의 애국정신을 기리어 나라에서 유공자나 그 유족에게 훈공에 대한 보답을 하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아하! 안현태가 국가유공자였단 말이구나. 애국자였단 말이구나. 그래서 우리가 그에게 보답을 해야 한단 말이구나!
고인이 된 사람이니까 심한 말은 하지 말라고 하지마라. 그것이 동방예의지국의 미덕인줄 누가 모르는가. 하지만 세상에는 이런 일도 있다. 죽었어도 용서할 수 없는 일…. 그것이 고 안현태 전 실장의 죄였고 그의 상전 전두환 노태우의 죄였다. 그들은 한 통속이 되어 군사구테타를 했고 광주시민을 학살하여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그리고는 정권을 찬탈하여 비자금을 조성하고 축재를 했다. 바로 그들 무리 속에 안현태가 있었다.
육사 17기 출신인 그는 일찍부터 하나회의 핵심멤버로 전두환계로 분류되는 인물이었다. 12·12 때 전방에서 연대장 자리에 있어 직접 나서서 무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전두환이 정권을 잡은 이후 군의 요직을 거친 뒤 육군소장으로 예편하여 청와대로 들어간다. 경호실 차장을 지내던 그는 장세동의 뒤를 이어 전두환의 경호실장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는 전두환의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에 관여하는 일을 했고, 후일 이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을 한 전형적인 5공 비리 인사이다. 비록 사면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죄가 어찌 역사 속에서 지워질 수 있는 일이겠는가.
국립묘지란 곳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우리의 역사를 담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곳에 역사를 더럽힌 인물까지 보내는 것이 이 나라 정부가 제 정신을 갖고 하는 일인가.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단지 안현태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안현태 같은 사람이 국립묘지에 들어가면, 나중에 전두환이 그리고 노태우가 역시 비슷한 논리로 '국가유공자'가 되어 국립묘지에 묻히는 사태가 생겨나지 않겠는가. 안현태의 국립묘지 안장이 이루어지면 앞으로 12·12 쿠데타와 5·18 학살에 가담했던 5-6공 인사들이 줄이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다.
손에 시민들의 피를 묻히고 정권을 빼앗아 민주주의를 유린했던 자들이 국립묘지에 묻힌다면 이 나라의 정기는 그 날로 끝이다. 그래서 우리는 안현태의 국립묘지 안장 결정이 장차 전두환-노태우 세력의 국립묘지 안장 추진으로 이어질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이다.
또한 이번 결정에 분노하게 되는 것은 일말의 양식조차 찾아볼 수 없는 결정의 이면에 이명박 정부의 의지가 실려있다는 점이다. 국가보훈처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는 개별 서면심의라는 편법까지 써가며 어떻게든 안현태의 국립묘지 안장을 결정하려 했다. 서면심의에는 위원 15명 가운데 9명이 참여해 8명이 찬성했고, 심의에 참가한 정부 쪽 위원 6명은 모두 찬성했다고 한다. 정부측 위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찬성을 한 것이다. 하긴 정권적 차원의 의지없이 국가보훈처가 어떻게 단독으로 이렇게 겁 없는 일을 벌릴 수 있겠는가.
그러하기에 우리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 이 해괴한 광경의 책임을 묻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어디 한번 직접 설명이나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서 국민을 설득해 보십시오. 그것이 아니라면 역사를 거스르는 이 결정을 당장 취소하도록 지시하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창선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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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태 국립묘지 안장, 전두환·노태우 위한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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