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동혁.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형 임동민 씨와 함께 공동 3위를 수상했다.
크레디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년마다 열리는 쇼팽 콩쿠르는 피아노 부문만 있다. 폴란드의 자부심인 쇼팽이 피아노 음악에 가장 뛰어났던 만큼, 이 콩쿠르를 통해 쟁쟁한 피아니스트들이 대거 배출됐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우치다 미쓰코, 크리스티안 침메르만, 당 타이손, 스타니슬라프 부닌, 윤디리, 임동민, 임동혁이 모두 여기 출신이다.
참가자들은 네 번의 본선을 거치며 녹턴·연습곡·발라드·왈츠 등 다양한 쇼팽의 작품으로 겨룬다. 결선에서는 피아노 음악의 정점을 이룬 것으로 평가 받는 쇼팽의 협주곡 두 곡 중 하나를 골라 연주한다.
국제인증을 받은 한국 대회는 윤이상음악콩쿠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전 동아음악콩쿠르), 제주국제관악콩쿠르 등 세 개다.
참가자와 심사위원 국적의 균형적 안배, 안정적 재정 기반, 상업성으로부터 독립을 기준으로 선정되는 국제인증은 매년 열리는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그간 아시아 무대가 클래식 음악계에서 홀대받았던 만큼 이들 콩쿠르의 위상이 올랐다는 사실은 뜻 깊은 일이다. 일본의 센다이, 무사시노 오르간 콩쿠르, 가스파르 카사도 콩쿠르도 모두 2000년대 들어 국제연맹에 새로 가입했다. 중국은 2009년 닝보 성악 콩쿠르, 칭다오 바이올린 콩쿠르, 작년에 베이징 콩쿠르를 국제 대회에 등록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건강한 경쟁의 장 마련돼야이번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작년 10월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음악을 두고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진대 그 과정 자체도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으니 음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경쟁은 경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라며 콩쿠르의 경쟁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이번 콩쿠르 출전을 강행한 것은 그 만큼 무대가 부족하고, 그래도 콩쿠르가 활동하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2003년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 수상을 거부했다. 그는 "1등 연주자의 실력은 충분히 인정하나, 2등 연주자의 실력은 관객들도 납득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중국인인 2등 수상자의 스승이 심사위원으로 있었던 점 등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콩쿠르는 더 이상 단순한 경쟁의 무대가 아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권위가 붙을수록 정치가 개입하고 권력이 침투한다. 그나마 사정이 좋아진 지금이야 우리 연주자들 위상도 높아졌지만, 이삼십 년 전만 해도 약소국의 설움을 느꼈던 연주자들이 많다. 이번 입상의 쾌거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가 공정 심사를 내걸고 재정비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