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용지그동안 단계적, 전면적이라는 문구로 논란이 많았던 주민투표 용지. 그러나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이마저도 왜곡해 해당연도 '부터'를 '까지'로 슬쩍 바꿔 놓았다.
손우정
그렇다 하더라도, <동아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성 있게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럿 있다.
8월 13일~14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동아일보>와 비슷한 시기(14일~15일)에 <매일경제>의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진행한 한길리서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사람은 40.3%, 가급적 투표하겠다는 사람은 7.5%로 나타났다. 투표참여의사층만 놓고 보면 <동아일보>의 조사결과와 18.2%(66%-47.8%)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수치다.
게다가 주민투표의 대상이 되는 무상급식 방법을 묻는 질문도 의도적인지, 단순 실수인지 몰라도 일정한 왜곡이 들어가 있다. 그동안 주민투표안에 명시된 내용이 실상 무상급식 '범위'에 대한 것인데도, 서울시가 사실과 다른 '단계', '전면' 프레임을 복잡하게 결합시켜 혼란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단계'에 대해서도 서울시와 교육청은 입장차가 존재했다. 지난해 통과된 서울시의회의 무상급식 조례안 부칙에 따르면 "의무교육기관에 대한 무상급식은 초등학교에 대해서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시행한다"고 되어 있다. 서울시는 이를 해당연도부터 전면 시행하는 것으로 해석해 왔고, 교육청은 해당 연도부터 시작해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서울시교육청은 '단계적'을 시기적 의미로 사용하는 반면, 서울시는 소득 수준 절반을 나누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란을 모를 리 없는 <동아일보>는 심지어 투표용지에 나와 있는 문구와도 다른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동아일보>의 설문문항에는 "주민투표안 중 어느 쪽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안"과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까지', 중학교는 2012년'까지'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안"을 고르게 했다(나머지는 없음/모름/무응답).
서울시와 교육청 안인 '~2011년부터', '~2012년부터'를 "~2011년까지", "~2012년까지"로 슬쩍 바꿔 놓은 것이다. 투표용지의 문구 자체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은 상황에서 착수시점과 종료시점을 바꿔놓은 여론조사에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마도 혼란을 조성하는 '단계적', '전면적' 프레임을 버리고, 소득수준에 따른 선별무상급식과 보편적 무상급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조사의 유혹, 가려볼 때 의미 있다이외에도 이번 여론조사는 비슷한 시기 진행된 다른 여론조사에 비해 대선후보 지지율이나 여/야당 지지도, 정당 지지도 등에서 보수·여당 성향이 강하게 포착된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 물론 다른 여론조사는 전국조사이고, <동아일보>의 여론조사는 서울조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동아일보>가 스스로 인정한 '응답 거부층'의 성향이 상당 부분 누락되어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것은 일정정도 표본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인해 나타나는 편향이기도 하다. 흔히 여론조사는 유선전화번호로 표본을 추출하지만, 가정에서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주로 고연령층이나 주부 등 전통적으로 친여 성향이 강한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보다 정확한 여론조사를 위해 휴대전화 여론조사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유선전화와 함께 휴대전화 조사를 결합하는 여론조사는 대체로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야당 성향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유선전화 비사용인구의 여론을 좀 더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인데, 유선전화조사 방식보다 실제 선거 결과에 좀 더 가깝다.
여론조사는 서로의 심의를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 낸 결과라기보다 단순히 즉각적인 선호만을 모아낸 결과만을 표시한다. 여론조사에 대한 맹신에 대한 경계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전문가들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바다.
어쨌든 일 주일 앞으로 다가온 주민투표에서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증명될지, 여론조사의 위험성을 확인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손우정 기자는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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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 66% 무상급식 투표"... <동아>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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