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이용한 '청문위원들의 공격적 질의에 대비한 답변 키워드'라는 제목의 문건
월간 <참여와 혁신>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국회 청문회 대응문건'에서 주문한 대로 국회 청문회 답변에 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정동영 민주당 의원실과 노동시사 월간지 <참여와 혁신>을 통해 입수한 '청문위원들의 공격적 질의에 대비한 답변 키워드'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지루할 정도로 느리고 다소 어눌하게 답변하라"고 주문하는 등 세밀한 대응전략이 적혀 있다.
조 회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자주 아래를 쳐다보았으며, 다소 어눌하면서 느리게 답변하는 경향을 보였다. 심지어 대응문건에서 주문한 대로 의원이 질문한 뒤 약간의 뜸을 들인 후 답변하기도 했다.
국회 청문회 대응 문건은 ▲ 답변자세 ▲ 쟁점-질문의도(공격포인트)-Real Story(조남호의 진실) 등 크게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먼저 답변자세는 답변속도와 화법, 얼굴표정, 부정표현, 호소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답변속도'에서는 "(청문회는) 인내력 싸움"이라며 "눈을 감았다 뜨고 심호흡 등 답변속도 조절"하라고 적시했다.
'화법'에서는 "지루할 정도로 느리고 다소 어눌하게, 호소하는 어투로 답변"하고 "의원 질문 후 답변 시작 전 일정 시간간격을 둘 것"을 주문했다. "즉답지양"하고 "뜸을 들일 것"이라는 것이다.
'얼굴표정'의 경우 "똑똑하고 날카로운 인상 지양"하고 "겸손한 자세"를 보이라고, '부정표현'에서는 "(정중하게) 사실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라고 주문했다. "아닙니다/예" 등 "즉답지양"하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저희 회사가 제일 고통스러움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는 호소전략도 들어 있다.
이어 '청문회 대응 문건'은 ▲ 출국이유 ▲ 청문회 개최 ▲ 국회 경시 등을 '쟁점'으로 제시한 뒤 각각의 쟁점에 대응하는 질문의도를 적시하고 그에 따른 '조남호의 진실'을 적극 해명하라는 요구했다. 각각의 쟁점에 대응하는 '조남호의 진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번 출장은 선주와 약속된 예정된 일정이며 수주활동을 위한 불가피한 출국으로 청문회 개최 여부는 자세히 몰랐으며 본의 아니게 불필요한 오해와 심려를 끼친 점에 사과하나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님."
이러한 문건을 두고 정동영 의원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재용 사장은 조남호 회장을 제대로 보좌하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따위 커닝페이퍼를 누가 썼냐?"며 "이런 커닝페이퍼를 써서 청문회를 우롱한 것을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전날(1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 의원은 "요새는 청문회 컨설팅회사도 생겼느냐"며 "누가 얘기하던데 조남호 회장이 청문회 컨설팅을 열심히 받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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