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살의 노인, 코카인과의 전쟁에 뛰어들다

[리뷰] 프레더릭 포사이스 <코브라>

등록 2011.08.19 10:29수정 2011.08.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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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라> 겉표지 ⓒ 랜덤하우스

▲ <코브라> 겉표지 ⓒ 랜덤하우스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2010년 작품 <코브라>에 의하면, 세상에서 코카인보다 이익이 더 큰 물건은 없다. 남미의 정글에서 생산된 순수 코카인 1킬로그램의 가격은 남미 해안에서 약 4천 달러에 거래된다.

 

이 코카인이 유럽으로 건너오면 그 가격은 최대 7만 달러까지 상승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코카인은 최종 소비자의 손에 건네지기 전까지 각종 혼합물이 섞이면서 그 분량이 일곱 배까지 부풀려지지만 킬로그램당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남미에서 4천 달러에 거래된 코카인 1킬로그램이 최종 소비자에게 모두 팔리면 그 매출액은 대략 49만 달러가 되는 것이다. 얼추 계산해도 120배가 넘게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게다가 최종 소비자들은 대부분 약물쟁이들일테니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거래했을 것이 분명하다. 세상에 이만큼 수지맞는 장사가 어디에 있을까. 미국과 유럽의 마약단속국에서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단속하더라도 마약산업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엄청난 수익성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카인을 직접 재배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보잘 것 없다. 코카 재배인은 남미의 정글 속에서 노예처럼 일하며 일년에 여섯 차례씩 코카잎을 추수하고 그 대가로 일년에 5천 달러 가량의 수입을 얻는다. 코카인도 흔히 말하는 공정무역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코카인 산업을 파괴하려는 미국 대통령

 

프레더릭 포사이스는 다작형의 작가는 아니지만 그 대신에 꼼꼼하게 취재하고 사전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그가 작품 속에서 들려주는 코카인 산업에 관한 이야기도 사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많다. 한 해에 유통되는 코카인의 양은 약 600톤으로, 코카인의 최대 소비지역인 미국과 유럽으로 그 양의 절반 씩이 공급된다.

 

600톤이 모두 소비되었을 때의 최종 이익을 계산하면 몇 백억 달러가 나오게 된다. 이렇게 엄청난 코카인 산업을 꼭대기에서 주무르고 있는 사람이라면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코브라>에서 미국 대통령은 코카인 산업에 전쟁을 선포한다. 매년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코카인으로 목숨을 잃는다. 코카인 중독으로 죽기도 하고, 코카인을 구입하기 위해 금품을 털다가 사고로 사망하기도 한다. 갱단은 자신들의 코카인 판매세력권을 지키기 위해서 시가전도 불사한다.

 

이런 요인들이 코카인과의 전쟁을 선포한 배경이 된 것이다. 버락 오바마처럼 묘사되는 미국 대통령은 은밀하게 이 방면의 전문가를 불러서 그에게 이 일을 맡긴다. 오랫동안 CIA에서 근무하며 온갖 첩보전에 잔뼈가 굵은, '코브라'라는 별명을 가진 폴 데브루가 바로 그 인물이다.

 

폴 데브루는 몇 가지 조건을 내세운 후에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오른팔이 될 인물을 직접 데려온다. 그는 본명인 캘빈 덱스터보다 '어벤저'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전직 살인청부업자다. 이렇게 해서 코브라와 어벤저가 뭉치게 된다. 코카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악랄하고 무자비한 놈들이다. 코브라와 어벤저는 어떻게 이런 인간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다시 만난 코브라와 어벤저의 활약

 

사실 코브라와 어벤저는 작가의 2003년 작품인 <어벤저>에서 한번 간접적으로 마주친 경험이 있다. 그때는 서로가 악연이었지만 <코브라>에서는 그 기억을 훌훌 털고 서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별명으로 짐작해 보건데 이 두 사람은 젊고 강철 같은 체격을 가진 근육질의 사나이일 것 같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코브라는 일흔 살의 노인이고, 어벤저는 그보다 아홉 살이 적을 뿐이다. 작가인 프레더릭 포사이스는 1938년 생으로 이미 일흔을 넘겼다. 작가는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도 코브라처럼 나이를 잊고 현장에서 활약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건 간에 작가는 노익장을 과시하며 또 한편의 작품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온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코브라>를 읽고 나면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나이를 잊은 채 자꾸만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된다.

덧붙이는 글 <코브라> 프레더릭 포사이스 지음 / 이창식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코브라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3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1


#코브라 #프레더릭 포사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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