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국수.
조을영
하여간 아기들도 좋아하는 국수! 세대불문은 물론이거니와 나라와 인종불문하고 사랑받는 음식이기도 하지요. 베트남쌀국수가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 이탈리아 파스타가 세계 어느 레스토랑에서나 대중 메뉴가 된 것, 한국 전쟁 당시 피난지 부산에서 냉면을 먹기 힘들던 그 시절에 냉면 맛을 그대로 살리되 밀가루로 면을 만들어 사용한 밀면 같은 것만 봐도 사람들이 국수에 대해 가지는 대단한 사랑을 읽어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 화염산에서 2500년 전 미라의 머리맡에 놓여있던 국수 그릇이 발견되었을 때의 놀라움에 이르기까지, 국수는 인류가 사랑한 음식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넘어 하나의 역사이자 인류 문화라는 것도 깨닫게 해줍니다.
쌀과 함께 인류의 주식이었던 밀은 여섯겹의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인 탓에 가루를 내어야만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특징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밀가루에 물을 넣어 치대고 점성을 만든 후에야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이 방식을 사용해서 만들어진 국수는 인류의 식문화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오기에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오늘날의 패스트푸드 문화를 이룩한 국수는 간편한 조리법과 짧은 조리시간 그리고 저렴한 가격 등을 장점으로 해서 대도시 직장인들에게 사랑받는 메뉴가 되기에도 이르렀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파스타', 에도 시대의 '소바', 베트남 쌀국수 '포'가 바로 그런 과정을 겪어서 세계화를 거머쥔 음식들이라 할 만 하군요.
멀리 언급 할 것도 없이 '아기국수'를 먹던 시절부터 우리는 국수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나 봅니다. 사람도 아무 가식 없이 편안한 사람이 최고이듯이 '아기국수'는 감추거나 덧붙임없이도 충분히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뭔가 마땅히 준비 된 게 없는 출출한 시간, '아기국수' 한 그릇 어떠신가요? 이왕이면 턱받이도 하고 아기처럼 포크로 말아 먹으면 더 맛있겠네요. 흘린 건 손으로 주워서 입에 넣고, 턱받이에다 손 한번 쓰윽 닦으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