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냐 심판이냐... 문재인 앞에 놓인 선택

[주장] 야권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문재인... 제도권에서 경쟁하라

등록 2011.08.24 11:11수정 2011.08.24 11:12
0
원고료로 응원
2012년 야권 대선 후보 경쟁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 가히 신드롬 수준이다.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의 지지는 손학규 대표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지지가 답보 상태고,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의 도전이 실패한 데 따른 반사 이익이 한몫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인으로는 신인에 가까운 그의 급격한 부상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런 여론의 지지를 배후에 업고, 현실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던 그가 시민사회 진영에서 통합과 연대를 위한 원탁회의를 주도하고, 야권대통합 추진기구인 가칭 '혁신과 통합'에 관여하는 등 차츰 현실 정치에 발을 내딛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의 부상은 현 야권 진영이 기존 예상후보들 외에 한 사람을 더 추가함으로써, 2012년 승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커질 수 있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신호라고 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광과 영남 지역 출신

a  지난 1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혁신과 통합' 민주진보통합추진기구 제안자 모임 회견에 참석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 모임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혁신과 통합' 민주진보통합추진기구 제안자 모임 회견에 참석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 모임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문재인은 부산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동업 하면서 인권 변호사로 자리매김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노 대통령의 당선 후에는 수석을 거쳐 비서실장을 역임하였다. 그는 노 대통령에겐 절친한 친구며 동지였고, 참여정부의 대지주였다.

문 이사장은 사분되어 있는 노사모에게도 권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며, 노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잘 실현할 후보라는 것과 기존 정치인과는 좀 다를 것이라는 기대 등 노무현의 후광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는 또한 박정희로부터 한국정치사에서 특권적 지위를 누려온 영남 지역 출신이라는 것이다. 비록 김대중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호남 지역은 70년대 이래 한국정치사에서 지역주의라는 틀 안에서 소외되어 왔고, 반대로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들은 지역적인 인연으로 더 많은 기회를 구가했던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김대중을 제외한 모든 전임 대통령들이 영남 출신이고, 박근혜와 유시민과 함께 문재인도 영남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가 '문재인 대망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해도 이론이 없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던 비서실장이라는 이유로 각광을 받는다면 국회 부의장을 역임한 문희상과 광주에서 구의원으로 활동하는 이병완도 각각 노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두 정치인이 문재인과 다른 점은 그들은 노무현의 후광이 문재인에 비해 덜하고 비 영남지역 출신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필요조건은 갖추었으나


문재인은 참여정부 시절 노대통령의 성공과 좌절을 지근거리에서 보고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의 정치와 정책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본 경험이 없다. 본인을 위해 선거직에 출마하여 유권자로부터 선택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박원순, 문국현, 고건과 정운찬 등이 매스컴의 조명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예와 유사하다. 그들도 훌륭한 성품과 좋은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권에 이르지 못하고 좌절하였다. 노무현을 등에 업고 반MB 정서와 개인의 훌륭한 인품을 가진 그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그에게 노무현이 아닌 독립된 정치인, 문재인이길 바라는 것이다.

국민은 그의 현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데다 본인의 정치적 역량이나 능력 등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와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는 데 주목한다. 영남 출신의 비서실장으로 공수부대를 나온 반듯한 사람만으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서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필요·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는 견해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라

현재의 한국 정치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 난해한 외교, 재정적자, 남북문제, 서민 경제의 피폐, 극심한 양극화 현상, 사회적인 갈등, 증폭되는 복지수요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만일 국정철학과 비전 없이 국정 과제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즉흥적이고 천박한 국정 운영이 될 것이다. 결국 국민에게 버림을 받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정치는 살아남기 위해 피땀 흘리는 격투기와 비교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이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첫째, 본인의 권력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쟁취하는 것이다. 둘째, 그가 내세울 정책과 비전이 필요하다. 나침반 없이 험한 풍랑 속에 항해를 할 선장에게 나라를 내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셋째, 대의민주주의 제도 하에서는 정당을 통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만 집권이 가능하다. 그가 추구해온 가치로 볼 때,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중에 택일하여 그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거나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여 집권에 임해야 할 것이다. 넷째, 심판이냐 선수냐를 택일해야 한다.

문재인은 이해찬 등과 민주진보진영의 대통합을 위한 원탁회의와 '혁신과 통합'을 주선하고 있다. 이해찬은 지난 대선후보에 실패하고 민주당을 탈당하여 선수보다는 심판자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이 선수로서 의사가 있다면, 하루 속히 심판의 좌석에서 선수 자리로 옮겨야 할 것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과 선수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 정치도 심판과 선수 자리를 오가면서, 동시에 뛸 수는 없지 않는가.

문재인의 시급한 과제는 현실정치에서 선수로 뛸 수 있는 링 위에 올라야 하는 것이다.
 
철저하게 준비하라

이런 상황에서 그가 갈 수 있는 길은 박원순, 문국현, 정운찬과 고건 등이 겪었던 것과 같이, 한 때의 가능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좌절한 길이 있다. 또 다른 길은 민주 진보 진영에서 입지를 넓혀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그의 지지자들은 위의 두 길에 동의하지 않고, 갖은 역경을 이겨내 대통령에까지 오른 노무현의 길을 그가 이어가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가능성의 길은 그가 하기에 달려 있다고 본다.

박근혜 한나라당 유력 후보가 부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진중공업 등 국가 사회적인 갈등 현상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문재인 또한 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거나 행동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국가를 짊어질 정치인들이 국가 사회의 현장에서 필요에 의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 문재인과 손학규 외에 많은 야당 지도자들이 현실 정치 안에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그보다 정치적인 면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이 작지 않은 민주진보 진영의 대선 예비후보인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김정길, 유시민 등은 모든 힘을 다해 국가와 국민의 내일을 책임지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씨가 진정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자 한다면 하루 속히 그들 대열에 합류하여 국민을 위한 일에 경쟁해야 할 것이다. 일시적인 국민의 단순 지지만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대통령은 자리는 쉽게 얻어지고 또한 간단한 자리도 아닌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채순: 정치학 박사, 민주당 보편적 복지특위 위원, 복지국가 운동본부 서울공동본부장

기사는 시사 Time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채순: 정치학 박사, 민주당 보편적 복지특위 위원, 복지국가 운동본부 서울공동본부장

기사는 시사 Time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부상 #링 위에 올라라 #대선 예비 후보 #문재인은 제도권으로 들어와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5. 5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