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이후 5년간 몸담았던 서울시청을 결국 스스로 떠나게 된 26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동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오 시장은 몇 번이고 고개를 뒤로 젖혀 천장을 쳐다보았다. 직원들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뒤, 오 시장은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운 듯 잠시 동안 뒤로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최초의 재선 시장을 떠나보내는 이임식에는 500여 명의 서울시 직원들이 참석했다. 일부 직원들은 오 시장이 이임사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두 달 뒤 시장 바뀌더라도 '복지철학' 반드시 지켜나가달라"
오 시장은 이임사에서 "그동안의 5년은 제 정치인생에서 가장 보람있는 시간이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24시간이 알토란 같은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오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가는 서울을 보면서, 또 이것에 만족해 하시는 시민 여러분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면서 '서울형 그물망 복지', '시프트', '서울형 어린이집', '한강르네상스', '도시공원화사업', '아리수', '120 다산콜센터', '세계디자인수도 선정' 등의 치적을 열거해 나갔다.
이어 오 시장은 "하지만 지금까지의 시간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삶의 휴식공간을 늘려가고 다듬는 일을 토목건축이라는 이름으로 깎아내리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한 서울시민의 삶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없다"면서 "어려운 분부터 보듬어가는 복지정책을 포기하고 같은 액수의 복지혜택을 모든 계층에게 현금 분배식으로 나눠주는 복지를 추구하는 한 어려운 분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사다리는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두 달 뒤, 시장이 바뀐다 하여도 여러분과 제가 그동안 구축하고 추진해온 복지에 대한 철학과 가치, 비전은 반드시 지켜나가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과잉복지에 대한 경각심 공유하는 데 일조했다면 만족"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 이어 이임식에서도 '과잉복지'에 대한 경계는 이어졌다. 오 시장은 "지난 1년 동안, 여러분은 '과잉복지'와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싸움을 지켜보셨다, 5년 전 제가 시장이 됐을 때만 해도 이런 문제로 치열하게 싸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오 시장은 "그런데 '시장'으로서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하고 실행하며 그것이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수도 없이 거치면서 체화된 게 한 가지 있다, 시민의 혈세인 세금은 반드시 행정의 우선순위를 따져서 가장 필요한 곳에 피같이 써야 한다는 원칙이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후회는 없습니다. 서울시 살림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복지의 방향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누구나 고민하고 논의해볼 수 있는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 있어서 저는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번 주민투표가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통해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과잉복지에 대한 경각심을 공유하고 바른 복지를 고민하는 데 일조했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임식을 마친 뒤, 서울시 직원 500여 명이 다산플라자 건물 곳곳에 줄지어 섰다. 오 시장은 30여 분간 직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나눴다. 뒤따르는 보좌진들의 표정은 착잡했지만, 오 시장은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오세훈 시장은 사퇴를 번복하라"는 홍정식 활빈단 대표의 외침을 뒤로 한 채, 오 시장은 서울시 직원들과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준비된 차량에 탔다. 오 시장의 사임통지는 27일 0시를 기점으로 그 효력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