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내 청춘, 특별하게 가는 지름길은?

대학생 지상철, 5개 대륙 여행기 <특별하지 않은 너를 위해> 펴내

등록 2011.08.27 18:23수정 2011.08.2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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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상철  대학생 지상철. 그가 이번에 펴낸 <특별하지 않은 너를 위해>(바보새)는 지구촌 5개 대륙을 여행하면서 겪은 숱한 풍경을 담은 여행기다.

지상철 대학생 지상철. 그가 이번에 펴낸 <특별하지 않은 너를 위해>(바보새)는 지구촌 5개 대륙을 여행하면서 겪은 숱한 풍경을 담은 여행기다. ⓒ 지상철


지구촌 오 대륙 여행이 "이십대를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여기며 지난 2009년 잘 다니던 대학교에 불쑥 휴학계를 내고 호주로 떠난 대학생이 있다. 그가 벗들에게 '루디'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지상철이다. 그는 시나 소설, 에세이, 여행기 등을 쓰는 전문작가도, 사진작가도 아니다.

그저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를 품기 위해 주어진 삶에 열심히 땀 흘리는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다. 그는 그런 야무진 꿈을 안고 호주로 날아갔지만 호주에서 그는 두려움에 가득 찬 이방인일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같은 민족이라며 그를 돌봐줄 것 같았던 우리나라 사람에게 오히려 사기를 당한다.


지상철은 그때부터 아무런 '인연의 끈'도 없는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하려 퍼스 가까이 있는 모든 타운들을 훑는다. 그랬지만 아무도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 그를 기다리는 일자리는 힘겨운 '농장일'과 사람들이 하기 힘들어 하는 '배타는 일'뿐이었다. 그는 그래도 '이 세상의 모든 일에는 공짜가 없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꼭꼭 다지며 열심히 그 일에 매달린다.

그가 그렇게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을 겪고 있을 때 문득 '어딘가에서 만날 인연들을 위해, 그리고 평생 모른 채 살아갈 그 인연들을 위해'라는 생각이 고래등처럼 떠오르면서 '조금 더 멀리 걷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진다. 그는 호주에서 그렇게 번 돈으로 1년 6개월 동안 오 대륙을 여행한다. 그 기록을 담은 책이 <특별하지 않은 너를 위해>서다.

이 책에는 그가 오 대륙을 여행하면서 겪고 느꼈던 우여곡절이 라면 끓는 소리를 내고 있다. 때로는 돈이 없어 수많은 날을 길거리에서 자야 했다. 여권도 도둑맞았다. 소매치기를 당해 대사관 보호 아래 며칠을 지내기도 했다. 비자 때문에 호주 대사관에선 메디컬 테스트까지 받았고, 노숙하다 전자기기들을 도둑맞기도 했다. 이 책에는 특별하지 않은 것 같지만 특별한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구촌 풍경과 그 사람들 숱한 삶을 바라보는 느낌표

"그저 제 작은 여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제가 질문하고 걸었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넘기시겠다면 다음 페이지를 잡는 순간 조금만 마음을 열어주세요. 제 글과 사진들은 뒤로 갈수록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걸었던 시간들처럼." -'책 머리에' 몇 토막


지금 성균관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겉으로는 평범하게 보이지만 속내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대학생 지상철. 그가 이번에 펴낸 <특별하지 않은 너를 위해>(바보새)는 지구촌 5개 대륙을 여행하면서 겪은 숱한 풍경을 담은 여행기다. 그렇다고 단순한 여행기만이 아니다. 그 여행기 곳곳에는 지구촌 사람들  여러 가지 삶과 그 삶을 바라보는 느낌표가 찍혀 있다.

이 책은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20개국 40개 도시 풍경과 그 여행길에서 60개국을 훨씬 넘는 지구촌 사람들 삶이 담겨 있다. 그는 이 짧고도 긴 여행길에서 때로는 거칠고 지독한 세상살이에 무릎을 꿇었다. 때로는 무지갯빛 희망을 품으며 또 다른 자신을 만나기도 했다. 따라서 이 책은 한 대학생이 가슴 깊숙이 지구촌 사람들 세상살이를 또박또박 새긴 일기장이라 할 수 있다.   


이 여행서는 모두 5개 대륙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아메리카, 2부는 오세아니아, 3부는 아시아, 4부는 유럽, 5부는 아프리카다. 여행의 나침반, 소금호수를 향한 첫째 날, 화장실 친구, 누군가 글자 퍼즐을 맞추고 있다면, 그때 그 석양, 로마에서 시실리 섬으로, 라면은 참 맛있게 끓였었는데, 외로워서 외로워서, 그럴 땐 다시 일기를 읽기 등 65꼭지가 그것. 

지상철은 26일 낮 전화통화에서 "머리를 열어주는 것보다 가슴을 열어 보여주는 것이라 더욱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랑 친한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도 제 글과 사진들을 읽고 볼 거라 생각하니 온몸이 오글거린다"라며 "어쩌면 당신이 책만 사고 지금 이 페이지를 넘기지 않길 바랄지도 모른다. 다음 장부터 전 정말 솔직해질 거고 별 볼 일 없어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낮추었다.

그는 이번 여행길에서 "거짓말처럼 펼쳐진 숱한 상황들 속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라며 "친구이거나, 형, 누나, 부모님, 혹은 동생이기도 했던 그들에게서 자신이 몰랐던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고, 이 생각들은 여행을 떠나오기 전 무심코 지나쳤던 지난날의 질문들에 대하여 친절한 답변을 제공해주었다"고 되짚었다.

피슁잡, 그 배 위에서 쳐다본 하늘에 어머니 얼굴이...

a 지상철 <특별하지 않은 너를 위해> 이 책은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20개국 40개 도시 풍경과 그 여행길에서 60개국을 훨씬 넘는 지구촌 사람들 삶이 담겨 있다.

지상철 <특별하지 않은 너를 위해> 이 책은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20개국 40개 도시 풍경과 그 여행길에서 60개국을 훨씬 넘는 지구촌 사람들 삶이 담겨 있다. ⓒ 바보새

"말 그대로 이등병의 상태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다 심리적 긴장상태는 최고조였으며, 그들이 소리를 지를 때마다 난 정신이 나가 있었다... 심지어 일을 시작한지 며칠 만에 안경을 잃어버려서 잘 맞지 않는 예비 안경으로 일을 해야 했으며, 그러다 그물과 철 사이에 손이 껴서 손가락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붓기도 했다. 더 힘들었던 건 그 손으로 30분 뒤에 다시 그물을 잡기 위해 훅을 던져야 했다는 것이다."-126쪽 

호주에서 사기를 당한 뒤 '인연의 끈'이 없어 일자리를 끝내 구하지 못한 지상철. 그는 호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꽤 꺼리는 고기잡이배를 탄다. 그는 그 배를 타고 일을 하면서도 스스로가 처한 상황이 마치 거짓말처럼 여겨진다. "내가 왜 이런 상황에 있는 건지 이해할 수도 없었"고 "그저 안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4시간을 자고 20시간을 일하는 그 배 위에서 그는 "그저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고백한다. "말 그대로 이등병의 상태"였던 그는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다 심리적 긴장"과 "그들이 소리를 지를 때마다 정신이 나가" 있었다. 여기에 그가 맡은 피슁잡은 3주 동안 배 위에서 일한 뒤 뭍으로 돌아가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한다. 그 일도 일 년 내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6개월만 이루어진다.

그물에 맞아 안경까지 잃어버린 참담했던 그날 밤, 지상철은 "훅을 잡고 그물이 올라오길 기다리다가 본 하늘", 그 하늘에 어머니 얼굴이 비친다. 그는 어머니에게 "난생처음 죽지 말게 해달라" 기도를 한다. 그 피슁잡에 대한 기억이 "추억보다 아린 기억"으로, 지금까지도 가슴 깊숙이 남아 있는 까닭은 그 힘겹고도 눈물겨운 세상살이 때문이다. 

오 대륙 여행은 '자아 찾기'를 통한 이 '세상살이 찾기'

"시실리 섬이 그 두 번째 장소가 될 줄은 몰랐다. 도망치려고 떠나온 길목에서 마주친 그 기억은 잠깐이지만, 큰 눈물을 맞이하게 했다. 그래도 이번엔 혼자 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이어서,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아서, 마음 놓고 울어버릴 수 있었다. 울고 나니 한껏 후련해졌다. 마치 목 놓아 울기 위해 길을 떠나온 사람마냥, 하루 종일 이빨에 낀 무언가를 잠자기 전에 뺀 사람 마냥......"-253~254쪽

지상철은 시실리 거리를 돌아다니다 문득 문이 살짝 열린 집 틈으로 링거를 몸에 꽂은 채 누워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가 19살 때 쓰러진 아버지는 하루 만에 식물인간이 되었다. 중환자실에서 몇 달을 지내다 집으로 돌아온 그때 그 아버지 모습이 저 노인과 무척 닮아 있다.

그는 아버지를 그렇게 보낸 기억에 펑펑펑 울다 갑자기 밀려드는 배고픔에 호스텔로 돌아가 라면을 끓인다. 그 라면에서도 아버지 얼굴이 보인다. "중학교 때쯤인가 독서실에서 밤늦게 돌아오면 깨어있던 사람은 아버지뿐이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랑 라면을 끓여먹었었다. '우리 아버지가 라면하나는 정말 기똥차게 잘 끓이셨는데'"

대학생 지상철이 펴낸 지구촌 오 대륙 여행기 <특별하지 않은 너를 위해>는 풍경이 저마다 다르고, 피부색이 저마다 다르고, 생각이 저마다 다르고, 삶이 저마다 다른 사람들 삶을 통해 새로운 나를 찾고, 새로운 길을 찾는다. 여행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길이 무엇인가? 길은 곧 도(道)가 아닌가. 그가 25살 나이에 지구촌 곳곳에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숨쉬고, 입으로 먹고, 피부로 느끼고, 마음에 새긴 것은 결국 '자아 찾기'를 통한 이 '세상살이 찾기'에 다름 아니다.  

지상철(루디)는 1985년에 태어나 성균관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는 25살에 호주로 날아가 온갖 잡일들을 하며 돈을 벌어 혼자 5개 대륙을 여행했다. 그는 사람 만나는 걸 아주 좋아하고,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작은 감동에도 쉬이 빠진다. 그가 처음으로 펴낸 <특별하지 않은 너를 위해>란 이 책 또한 "여행을 하면서 마주친 수많은 사람들과 걷다가 가슴속에 남겨진 수많은 생각 그리고 감성을 기록으로 남겨 함께 나누고 싶어" 펴냈다.

특별하지 않은 너를 위해

지상철 글.사진,
바보새, 2011


#지상철 #바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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