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름다운가

[내성천 살리기-우리가 강이 되어 주자 ④] 시인 이진희

등록 2011.08.29 10:57수정 2011.09.0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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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은 낙동강의 제1지류로, 경북 봉화와 예천을 거쳐 흐르는 총 길이 100km가 넘는 강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천될 만큼 보존 가치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모래강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영주댐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댐이 완공되면 내성천의 중상류가 수몰돼 사라집니다. 또 하류로 운반되는 물과 모래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그동안 낙동강의 정화를 담당했던 필터 기능이 사라지는 것을 뜻합니다.
거대한 삽질에 의해 베이는 버드나무 군락, 파헤쳐지는 흰 모래 사장, 멸종 위기의 수달, 사라져가는 흰수마자…. 이뿐만이 아닙니다. 영주댐의 건설로 운포구곡을 비롯한 비경과 문화재, 농경지도 수몰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6~7일 사이 약 20명의 작가들은 낙동강의 젖줄 내성천으로 향했고, 삽질에 의해 찢기고 파괴된 강바닥을 다시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흐르는 내성천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지금 내성천으로 가보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 여러분 스스로 강이 되어, 모래의 강 내성천을 마침내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 내성천 살리기 참여 작가 일동 [편집자말]

2011년 8월, 내성천에 저녁이 올 때 ⓒ 김은경


아름다운가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영혼의 부드러운 모래톱과 진흙 기슭
따뜻하고 슬픈 시간의 얼굴을 따라
작은 물고기처럼 반짝이는 강물의 옆구리를 따라

먼 곳에서
가장 나중에 출발하여
가장 천천히 걸어온 발자국이 맨 먼저
우리들 심장에 도착하여
부서져 가는 세계의 입구를 두드렸으나 소리 없이
간절하였으나 우리는
그 투명한 노크를
모르는 사건인 척 뒤척이며
꿈에서 깨고 싶어 하지 않았고

모래가 전부 사라진 꿈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는 꿈
우리가 없는 우리의 꿈

아름다운 흔적이 메마른
꿈이
금속성 고함을 부끄러움 없이 내지르는
외팔괴물의 보금자리를 튼튼하게도 건설하였다

자, 아름다운가

2011년 8월 7일, 상주보 건설현장 ⓒ 김은경

덧붙이는 글 | * 이진희 : 시인.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6년 <문학수첩>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 내성천 한 평 사기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공식 홈페이지 : http://www.ntrust.or.kr/nsc
내성천 지킴이들 카페 <우리가 강이 되어주자> : http://cafe.daum.net/naeseongcheon
내성천 답사를 원하는 단체는 위 카페를 참조해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진희 : 시인.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6년 <문학수첩>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 내성천 한 평 사기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공식 홈페이지 : http://www.ntrust.or.kr/nsc
내성천 지킴이들 카페 <우리가 강이 되어주자> : http://cafe.daum.net/naeseongcheon
내성천 답사를 원하는 단체는 위 카페를 참조해주세요.
#4대강사업 #내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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