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동개 전통시대에 사용된 활쏘기 장비의 모습이다. 좌측 상단이 활잡은 손의 소매를 감싸는 습이고. 그 아래는 활을 담는 궁대와 우측의 화살이 담긴 시복의 모습이다. 이러한 활쏘기 장비는 기병과 보병 모두 동일하게 사용되었으며, 고구려 때에도 위와 같은 활관련 장비를 사용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형국
필자도 전통무예와 전쟁 문화사를 연구하고 있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전통시대의 최고 장기인 활을 주제로 한 작품이 대중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서 그 기쁨이 남다르다.
그런데 역시 '옥에도 티가 있다'는 말처럼 고증을 중요시 했음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기에 <최종병기 활>의 인기에 '찬물'이 아닌 앞으로 더 발전하는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따스한 차' 한 잔을 권하듯 글을 쓴다.
영화 초반 역적의 자식을 거둬주는 부친의 죽마고우 '김무선'(이경영)의 활 쏘는 모습을 어린 조선의 신궁(남이 역, 박해일)이 아버지의 유품인 활을 손에 들고 유심히 살펴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김무선은 소매자락이 긴 학창 형태의 옷을 입고 활을 쏘는데, 이때 전통적인 활쏘기 보조도구인 '습(拾, 일명 활팔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웠다. 전통 옷들은 주로 소매 깃이 넓어, 활을 쏠 때에는 이 부분이 시위에 걸리지 않도록 활을 잡는 손은 습을 이용해서 단정히했다.
만약 습을 착용하지 않을 경우, 시위가 화살을 밀어주지 못해 화살이 제대로 날아가지 못한다. 이러한 방식의 활 보조기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용되었으며, 심지어 요즘의 양궁 경기에도 궁사들이 이와 유사한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습은 비록 크기는 작을지언정, 활쏘기를 할 때 지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이러한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살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청나라 군사는 로빈훗이 아니다 다음으로 짚어 볼 문제는 청나라 군사들이 패용한 활쏘기 장비 중 동개에 관한 것이다. 전통시대 동아시아 국가에서 활을 담는 궁대(弓袋)와 화살을 담는 시복(矢服)은 기본적인 장비로 사용되었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장비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티베트나 중국, 일본의 사수(射手) 병종에 반드시 지급된 것이었다. 특히 이 영화에선 동개에 대해서 외형적인 고증을 충실히 했으나, 그것을 실제로 사용하고 패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