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저는 곽노현 교육감의 '선의'를 믿습니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곽노현 교육감 '2억 사건'

등록 2011.09.04 15:45수정 2011.09.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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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한테 2억원을 지원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로 미디어에서는 (지금은 쑥 들어갔지만) 교육감에게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쪽이 많았습니다. 보수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쪽 언론들도 조중동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논조로 '교육감 즉시 사퇴'를 외쳤습니다.

'즉각 사퇴'를 외치는 사람들은 앞뒤 재고 말고, 군더더기 설명 할 것없이 '2억' 얘기만 듣고 바로, '죄가 있으면' 당장 사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아주 간단 명료하게 쉽게 말합니다. 그동안 그렇게 말해왔습니다.

사퇴를 반대하는 자리에 선 사람들은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사람보다 이유가 많습니다. 대부분 아직 조사 중이고 죄가 밝혀지지 않았으니 아직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주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퇴 반대'라는 말 앞에 조심스러운 낱말인 '유감이지만~', '적절하지 않다고 보지만~'이라는 말이 꼭 들어가곤 합니다. 사퇴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2억을 준' 상황에 대해 죄다 아니다를 판결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퇴 반대를 하는 분들도 '2억'이 죄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곽노현 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선의의 지원'이란 말은 당시 '콩으로 메주를 써도' 믿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왜냐하면, 곽노현 교육감이 솔직하게 밝힌 '선의'라는 말과 행동이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치판에서 오가는 돈과 '선의'란 말은 곧 '뇌물'과 같은 말이었습니다. '선의'란 말은 늘 뇌물 수수사건에서 정치인들이 구석에 몰렸을 때 변명하는 말로 쓰이곤 했으니까요. 그래서 모두들 곽노현 교육감이 '선의로 지원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즉각 사퇴'를 성급히 외쳤던 사람들도 알고 보면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오랫동안 생겨난 '선의'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낯설거나 왜곡된 말 '선의'

곽노현 교육감이 말한 '선의'는 우리가 보던 '선의'와 다르다는 것이 점점 밝혀지고 있습니다. hagi87아이디를 가진 트위터러는 '털면 털수록 먼지가 나게 마련인데, 곽교육감은 털면 털수록 미담이 나온다. 참 알 수 없는 일이다'고 할 정도로, 이번 '2억' 파문 뒤 저도 미처 몰랐던 곽노현 교육감의 '선의'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적 뇌물 사건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숨겨두었던 비리가 자꾸 드러나는데, 어찌된 일인지 곽노현 교육감은 의심했던 비리는 사라지고 따뜻한 '미담'이 자꾸 쏟아져 나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으로만 봐도 곽노현 교육감의 '2억'은 여느 정치인들이 주고받은 돈과 충분히 다르다는 것이 입증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정치판에서 돌아가는 '돈=뇌물'이라는 고정된 공식이 깨지는 분위기가 분명 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선의'가 처음에는 '가장한 선의'로 의심하다가 그다음에는 '선의일지도 몰라'로 돌아서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점점 '진짜 선의'로 돌아서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야 '선의'가 본래의 '선의'로 보이기 시작했다고나 할까요?


제가 만난 곽노현 교육감, '참 선의'에 대한 증거

곽노현 교육감이 단일화 상대에게 2억을 주었다는 말을 들은 저도 이만저만 큰 충격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열어서 '선의로 지원했다', '부끄러움이 없이 떳떳하다'고 밝혔을 때 저는 교육감을 믿었습니다. 왜냐면 제가 만난 곽노현 교육감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현장교사로서 그동안 학교에서 '매사에 부정적인 인간', '벌떡 교사', '쌈닭', '교장이 하는 일에 번번히 반대만 하는 교사'였습니다. 실제로 학교 안에서 보는 학교와 교육은 부조리하고 비교육적이고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인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고, 관리자가 하는 일에 다른 의견을 내면 바로 '학교 일에 반대한다'고 몰아붙이기 일쑤였습니다. 관리자들은 반대와 다른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고 마음대로 학교를 운영하려고 해서 늘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관리자에게 따져서 안되면 교육청과 교과부에 민원을 내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돌아오는 멘트는 '오늘도 서울교육의 발전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같이 하나같이 비슷한 말뿐 제가 제기한 부조리는 바뀌지 않고 끄덕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오마이뉴스에 기사 쓰기입니다. 관리자한테 따지고 민원을 내도 끄덕없던 일들이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올리면 대부분 바로 해결되었습니다.

교육청과 교과부가 하는 일마다 딴지를 거는 기사를 주로 쓰는 저는 한마디로 교육청과 교과부 사람들의 눈엣가시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다룬 기사들은 현장교사가 교실에서 본 교육 정책에 대한 비판기사가 대부분입니다. 교장공모 때 응모한 교장들이 낸 학교경영계획서의 표절문제부터 교원평가 관리 문제, 전국단위 일제고사 평가문항의 문제, 일제고사교육과정 문제, 학교 시설공사 문제..... 제가 2010년도 오마이뉴스 교육부문 올해의 기자상을 탄 것은 순전히 교육청과 교과부가 잘못된 정책을 편 덕이라고 봅니다.

특히 지난 해는 제가 근무하던 학교의 마룻바닥 공사문제를 서울시 교육청의 학교 시설공사 문제점을 밝히는 기사를 써서 올렸는데, 이 기사를 본 곽노현 교육감이 드러내 놓고 제 이름을 실명공개하면서 저를 칭찬하고 다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쓴 기사를 토대로 시설공사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는 정책을 폈습니다. 그 결과 곽노현 교육감은 지난 해 대비 8억도 80억도 800억도 아닌 8000억에 달하는 시설공사비에 낀 거품을 없애는 일을 해냅니다. (참고 기사 '개교하자마자 물새는 학교, 서울시교육청의 해법은?'  시설공사민주화를 펼치신 겁니다.

지난 2월에 곽노현 교육감이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셨는데, 왜 만나자고 하셨는지 궁금했습니다. 교육감이 만나자고 해서 모인 너댓 사람들은 교장도 부장도 아닌 평교사들인데, 공통점을 보니 여러 매체들에서 교육청이 한 일을 세게 '까는' 일을 주로 하는 교사들이었습니다. 교직경력 서른 해 동안 교육감을 개인적으로 대면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그렇다고 해서 높은 직책을 가진 교육감을 만난다고 해서 별로 두려운 것이 없었고, 오히려 잘 됐다, 현장교사로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얘기를 맘놓고 해 보자고 별렀습니다.

벼르고 간 저는 교육감을 처음 만나 자리에서도 교육청과 교육감이 하는 일을 교육감 앞에서 '쎄게 깠습니다'. 교육감 앞에서 주눅들기는커녕 오히려 때 만난듯이 '까대는' 교사들의 얘기를 곽노현 교육감은 수첩에 적으면서 들으셨습니다. 또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싶은 정책을 많이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누군가와 수다 떠는 걸 몹시 좋아하는데 교육감이라는 분도 '참 수다가 많다'고 생각하면서, 교육감이라고 해서 굉장히 권위적일 줄 알았는데 이 교육감은 많이 다르구나 생각했습니다.

'수다가 많은' 교육감 말을 '교육감님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하면서 잘라 가면서 저 또한 제 수다를 마구 펼쳤습니다. 서로 수다가 많아서 교육감과 첫 만남은 예정시간보다 많이 늦어졌는데, 꼭 오래 한 동네에서 산 인상좋은 아저씨같고, 그러나 똑똑하고 사려깊고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후에도 곽노현 교육감은 학교 현장 얘기를 듣고 싶을 때마다 저를 부르셨고, 저는 여전히 교육감 앞에서 쫄지 않고, 너무나도 솔직한 현장 그대로의 따끈따끈한 얘기를 수다로 전해 드리곤 했습니다. 특히 교육감은 교육감의 정책을 '좋다'하고 칭찬하는 얘기보다는 '아닌' 얘기를 더 많이 듣고 싶어하고, 실제로 '아닌' 얘기를 더욱 귀담아 듣곤 하셨습니다. 어쩌면 불편하고 무례할 수 있는 '아닌' 얘기를 격의없이 수다처럼 나누면서 진지하게 듣는 관료를 저는 생전 처음 만났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없지 싶지 싶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의 '선의'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아주 많습니다

올 3월부터 저는 곽노현 교육감이 진행하는 서울형 혁신학교를 직접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29년의 교직생활보다 지난 6개월 동안 동료 교사들과 아이들, 학부모와 함께 매우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부조리 투성인 학교와 교육에 더 이상 희망이 없어서 작년 2월에 명퇴까지 신청했던 제가  희망을 가득 품고 동료교사들과 그동안 꿈꾸어 오던 꿈의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것은 모두 곽노현 교육감의 새로운 교육정책 때문입니다. 이런 정책은 곽노현 교육감이 아니면, 곽노현 교육감의 '선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것 말고도 제가 아는 곽노현 교육감의 '참 선의'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습니다. '대가'라는 말은 처음부터 곽노현 교육감에게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입니다. 우리가 처음에 의심했던 것은 곽노현 교육감이 아니라, 그동안의 불신이 넘쳐나는 정치판과 관료조직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낯설다고 일단 의심하고 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곽노현 교육감에게서 새로운 '선의'를 보고 있습니다. 저는 곽노현 교육감의 '선의'를 굳게 믿으며, 그 '선의'를 함께 지켜가고 싶습니다.
#곽노현교육감 #서울시교육감 #서울시교육청 #선의 #서울형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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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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