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 언덕길에 나타난 특이한 동강 이정표가 자전거 여행자의 기운을 북돋는다.
김종성
쉽게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동강길아담한 마을의 품속에 있는 작은 기차역 예미역에 내려 가까운 식당에서 늦은 아침밥을 먹는다. 식당이 넓어 자전거를 식당안에까지 끌고 들어와 앉아도 뭐라 하지 않는 주인 아주머니는 보통 자전거탄 사람들이 단체로 여기를 지나가는데 혼자 왔냐고 하시며 고맙게도 맛깔진 산나물 반찬들과 밥을 한번 더 갖다 주신다. 밥을 먹고 그냥 가기 아쉬워 아주머니 세분과 얘기도 나누고 같이 기념사진까지 찍으며 흐뭇한 시간을 보냈다.
밥을 두 그릇이나 먹은게 다행인게, 동강을 찾아가는 첫 마을인 고성리는 오래된 옛 성이 있어서 생긴 이름이지만 내겐 높을 고(高)자 고성리로 기억하게 하는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언젠가는 신나는 내리막길이 나오겠지 하는 희망으로 힘을 냈지만 얼마 안가서 결국 끌바 (자전거 안장에서 내려와 핸들을 잡고 끌고감 ; 자전거 용어). 이번에 달려간 동강길에선 이런 긴 오르막길이 두군데 있는데 이곳 고성리와 정선읍에 들어가는 초입의 솔치재다.
길가에서 밭을 돌보고 있는 동네 아저씨가 오르막길을 걸어 오르는 자전거 여행자를 흐뭇하게 쳐다보더니, "자전거에 기어 없어요?" 하신다. " 있어도 힘들어요"하며 웃음으로 무마했지만 사실 싱글 기어 8단의 바퀴 작은 자전거가 아니라 내 저질체력이 더 큰 문제임을 체감하기에 자전거탓을 하진 못하겠다. 동강까지 10Km 남았다는, 자전거가 위에 놓여져 있는 길쭉한 팻말이 나타나 그나마 힘을 보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