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명절날 편하려는 것 자체가 문젭니다"

[가상 두분 토론] 명절스트레스, 어찌하오리까

등록 2011.09.10 17:17수정 2011.09.1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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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김기열 (이하 '김') : "안녕하십니까. '두 분 토론'의 김기열입니다. 오늘의 토론 주제는 명절 스트레스입니다. 먼저 '남하당'의 박영진 대표님 나와 주셨습니다."

-남하당 박영진 대표 (이하 '남') : "남자는 하늘이다! 안녕하십니까, 남하당 대표 박영진입니다."

-김 : "다음은 '여당당'의 김영희 대표님 나와 주셨습니다."

-여당당 김영희 대표(이하 '여') : "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 안녕하십니까, 여당당 대표 김영희입니다."

-김 : "주말까지 겹친 4일간의 추석 연휴를 앞두고 두 분이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먼저 남하당 박영진 대표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남하당  "시댁 가는 것도 힘들면 혼자 살지 뭐 하러 결혼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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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의 ‘두분토론’ ⓒ KBS


-남 : "여자들이 명절날 편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젭니다. 어디서 감히 여자들이 힘들다는 말을 하고 있어? 건방지게…. 나 때는 여자들이 갓난아기 들쳐 업고 명절 일주일 전부터 시댁 가서 일하고 그랬어! 시시때때로 남자들한테 눈치 주는 것도 부족해 뭐가 힘들다고 다 죽어가는 얼굴이야!


그리고 뭐… 스트레스? 스~트~레~쓰? 한 게 뭐 있다고 스트레스야, 스트레스는…. 명절 때만 되면 여자들이 남자들을 마치 죄인 취급하는 것 자체가 남자들한테는 스트레스야. 1년에 딱 두 번 있는 명절에 시댁 가는 것도 힘들면 그냥 혼자 살지 뭐 하러 결혼했어.

시어른들한테 혼날 수도 있고 또 애교도 부릴 수도 있는 거지. 시댁 부모를 친부모라고 생각을 한번 해보란 말이야. 그러고는 또, 쪼르르 친정에 전화해서 힘들다고 질질 짜면서 고자질이나 하고 말이야, 우리 때는 힘들다고 친정에 전화하는 것 자체를 상상도 못했어. 여자가 오직 전화 할 수 있는 때는 시어머니가 "야! 어서 차례 지내게 친척들한테 전화 해"하면 "예, 알겠습니다" 하고 그때 한번 전화 수화기 들어보고 그랬지.

그리고 뭐… '시댁 먼저 갈래? 처가 먼저 갈래?', '시댁 먼저 갈래? 처가 먼저 갈래?' 어디서 처가 먼저 가자는 말을 하고 있어!  그렇게 친정 갈 거 다 가고 불평할 거 다 하면 소는 누가 키울 거야, 소는. 소한테 친정에 가라고 하란 말이야. 소가 친정에 가서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바로 '트친소'야."

-김 : "아니, '트친소'는 트위터 상에서 친구를 소개하는 건데, 친정이라뇨? 그리고, 박영진 대표님,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해도 역시 명절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여자들 아닐까요? 내 여자 친구도 명절이 다가온다는 생각만으로도 두통부터 시작해 얼굴 근육통까지 시달리면 어쩌죠. 우리 집도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면 남자들은 TV 보고, 바둑 두고, 고스톱 치면서 여자들에게 '과일 좀 가져와봐', '술상 좀 봐주지' 하며 당연히 수발을 요구하는 데요. 이제는 여자들의 푸념이나 신세 한탄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가야할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남 : "사회자! 너 왜 여자 편들고 있어?"

-김 : "저, 여자편 안 들었습니다."

-남: "지금 여자 편들고 있잖아? 꼭 저런 놈들이 지 여자친구 추석 때 한우갈비세트 선물로 보낼 놈이야." 

-김 : "뭐, 여친을 좋아하면 보낼 수도 있죠."

-남 : "에라이, 미국 수입산을 한우로 사기 당하고 바가지나 써라!"

-김 : "네?"

여당당 "명절날 남자들 하는 것 보면, 놀고 자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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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당 김영희 대표 ⓒ KBS


-여 : "어이, 어이….  '트친소' 좋아하네. 참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명절날 되면 여자들 한번 보세요, 아주 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어떻습니까.  참, 놀고 자빠졌습니다. 하루 종일 집에서 리모컨 들고 TV보다 자다가 졸다가 술 마시다… 마시다 마시다 그것도 부족해 오랜만에 친구 만난다고 또 밖에 나가 술이 떡이 되서 정신줄까지 놓고… 그렇게 먹고 놀다 결국에는 아주 몸까지 던져요. 대단한 논개들 나셨다, 그죠?

아니? 우리가 하녀야, 식모야? 손 하나 까딱 안 하면서 코앞까지 들이 밀어줘야 먹는 남자들, 그러다 니들 소 돼서 한겨울에 밭 가는 수가 있어! 또, 뭐라카드라? 니들 고향 가면 응원군들 넘쳤다고 망언을 해대는데, 참 기가 찹니다.

또 어떻습니까? 먹는 입은 20명이 넘는데, 음식 만드는 사람은 달랑 2명밖에 없어요. 해마다 남편 동생이라는 남자는 전화 한통 달랑 걸어서 한다는 말이 '근무가 있어서 음식 장만을 못 도와줄 것 같은데, 형수가 와서 수고 좀 해 달라'고? 바쁘다며 연휴 마지막 날 도착해도 그저 반겨주는 건 또 뭔데?

기름 냄새 온몸에 배어 가며 전 부치고, 탕 끓여 차례 음식 다 만들어 놓으면,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이건 모양이 왜 이렇냐', '너무 짜다'는 둥 잔소리를 늘어놓는 남자들 참 기가 찹니다. 이런 인간들은 명절 내내 굶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절 때 제발 이 말만은... 대안 없는 지적, 자칫 상처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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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하당 박영진 대표 ⓒ KBS


-남 : "남자의 집단가족주의(?)를 매도하지 마!  이런 여자들, 시댁에 오면 아주 가관이야. 시댁 가서 하루 자고 일어나자마자 온갖 미소를 머금고는 남자들 옆구리 팍팍 찔러 대며 외웠던 멘트 날리도록 하고 있어! 그럼 남자들, '저흰 그럼 이 사람 집으로 가 보렵니다'하면, 시댁 어르신들 잠시 얼떨떨해 하다가 '아 그래, 울 아들이 결혼했다는 게 이제 실감나네, 허허' 하고 말지.

우리 엄마는 명절에 친정에 가는 거 본 적이 없어. 근데 여자들이 뭐가 잘났다고 명절에 친정에 가려고 해? 뭐, 출가외인인 아가씨는 명절 당일에 왜 왔느냐고? 때려서 내쫓으라고? 그 집은 그 집만의 풍습이 있는 거고, 우리 집은 우리 집만의 풍습이 있는 거지 뭘 그걸 가지고 꼬투리를 잡고 있어?

그리고 뭐, 친정에 용돈? 용~똔~! 당연히 시댁에만 줘야 하는 거 아냐? 여자들 친정은 여자들 남자 형제들이 책임져야지, 왜 여자들이 책임지려고 그래? 여자는 여자 역할이 있는 거야. 우리 엄마 아빠도 나를 오랜만에 보는 건데, 여자들이 이런 때 꼭 친정을 가야 해?

남자들, 장인 장모님한테 별로 할 말도 없고, 그런 거 잘못하는 거 여자들이 더 잘 알잖아. 장인 장모님께는 여자들만 전화 드리면 되는 걸 가지고, 무슨 큰일 난 것처럼 난리를 치고 그래."

-여 : "놀고 있네, 놀고 있어. 뭐래, 진짜…. 상종을 안 하려고 해도, 친정 대목에서 아주 '빡치네'. 참,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눈치가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빈말이래도 친정 안부 한 번 묻질 않는 남자들 아닙니까?

시어머니는 그 잘난 남편 낳을 때 10시간 진통하며 고생해서 낳고, 울 엄마는 나 낳을 때 누워서 개콘 보면서 웃다 낳았습니까? 어이, 진짜 딸 아들 차별하지 마, 그러다 늙어서 고생하는 수가 있어. 덮어놓고 너가 더 잘해라, 너가 더 참아라 하는 남자들, 진짜 재수 없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할 일 묵묵히 하는 사람 왜 건드리는 건데?

며느리는 뭐 부처님 가운데 토막입니까? 며느리를 식구로 받아들였으면 맘 좀 편하게 해줄 것이지…. 딸 일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면서 며느리라면 못 부려먹어 안달인 시댁이나 생각 없이 마누라 잡는 남편이나 모두 답 없는 인간들이라 생각합니다.

이봐요, 남자들!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집안 조용히 유지한 여자들, 그동안 충분히 너그러웠다고 생각합니다. 시댁이 싫으면, 아무리 남편 사랑해도 여자들 이혼한다는 사실 알고는 있나?"

-김 : "그렇게 시댁 가기 싫고 아니꼬우면 김영희 대표님도 '어머니, 아범이 아직도 못 일어나네요. 오늘 오전 중에 출발해야 하는데,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속이 탈 난 모양이에요' 하고 핑계대고 늦게 가면 되잖아요. "

-여 : "어이, 이런 놈들이 꼭 음식 만들 때 옆에서 하나씩 하나씩 집어 먹으면서, TV보고 낮잠 자고 술상 차려라, 커피 타 와라, 이것 좀 가져 와라, 저것 좀 가져와라 할 놈이야."

-김 : "아니, 조금 부탁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여 : "뭐요?  나랑 TV보고 자고 싶다고요? 나한테 결혼을 부탁한다고요?"

-김 : "아니, 그게 아니고요."

-여 : "아…, 난 지금 그렇게 들은 것 같은데, 아아…, 내가 잘못 들었나…."

명절 때 제발 이 말만은... 대안 없는 지적, 자칫 상처 될 수도
긴 연휴가 시작되는 추석이다. 주말까지 겹친 4일간의 연휴. 그런데 이런 황금연휴가 반갑지만은 않다면?

상대방은 걱정되어 꺼내는 이야기겠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상처가 되는 염장성(?) 발언들은 기뻐해야 할 명절에 오히려 피해의식과 스트레스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가려서 해야 할 말은 있는 법.

"도대체 언제 결혼할거냐"라는 말부터 시작하여 "공부는 잘하냐?" "어느 학교 다녀?" "연봉은 얼마냐?"까지 상대방은 생각하지 않은 채 압박하는 말의 위력은 너무도 세다.

당연히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충고하는 것이겠지만, 막상 듣는 사람은 의욕 떨어지고 정말이지 살기 싫다. 명절 때 가장 듣기 싫은 질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0대~20대

"왜 이렇게 말랐니?" (저, 몸무게가 오히려 늘었거든요?)
"아, 고놈... 밥상 앞에서 깨작거리네" (그래도 한 그릇 다 먹었어요)
"키가 그대로네, 옆집 철수는 머리 하나가 더 있는데…." (아마 비슷할 걸요)
"어디 대학 갈 거니?" (전공이 더 중요하답니다)
"너 이제 몇 살 되는 거야? 몇 학년이지?" (벌써 몇 년째 물어보시는 건가요?)
"반에서 몇 등이지?" (어차피 1~2등 할 것 아니면 성적보다 소신이 더 중요하답니다)
"엊그저께까지 콧물 흘리고 다니더니, 이젠 시집가도 되겠네" (아직 10년은 더 남았답니다)
"군대는 언제 가냐?" (저도 가기 싫거든요~)
"만나는 여자는 있니? 결혼해야지!" (저는 더 걱정입니다)
"취직은 했니? 민수는 OO에 취직했는데 너도 취직해야지" (이래서 친척들 올까봐 일찍 집에 들어가기 싫어집니다)
"예쁜 손자~ 자! 할아버지에게 오너라?" (윽…. 담배냄새)

*기혼자

"많이 힘드니, 너도 늙었구나" (이제 겨우 30대 후반인데, 너무 하십니다)
"지금 연봉은 얼마지? 직급은 과장쯤 되었지?" (저도 많이 받고 싶어요)
"둘째 언제 가지니?" (그놈의 돈이 원수입니다)
"지금 어디 살아? 집은 몇 평이야?" (저도 'in서울'이 꿈입니다. 그래도 지방에 오면 집 한 채 살 수 있거든요?)
"돈은 많이 모았니?" (……)
"추석 보너스 많이 받았어? (대기업이 아니라서 많이는 못 받았지만, 그래도 선물은 사왔답니다)

그럼, 며느리들이 명절에 시댁에 갔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물어보나마나 시어머니의 "더 있다 가라"는 말이 아닐까? 또, "왜 이제 왔니" "돈 많이 벌고 용돈 좀 올려주라"도 빼 놓을 수 없을것이다. 여기에 남편의 "명절 내내 시댁에 있자", "밥 차려줘", "형수는 잘하는데 너는 왜 이것도 못 하니?"등의 발언은 상처를 주고도 남으리라.

기분 좋은 추석연휴를 친인척들과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자. 걱정하는 마음에 하는 말이라고 해도 지나친 관심과 대안 없는 지적은 자칫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동안 뜸했던
친구와 친지, 친척 만나보고
모두가 어우러져
까르르 웃음짓는 희망과 기쁨이
깃발처럼 펄럭이는
그런 날이었으면 합니다

-반기룡, '팔월 한가위'중에서

덧붙이는 글 | 실제 '두 분 토론'이 아닌 가상으로 꾸며 본 토론입니다.


덧붙이는 글 실제 '두 분 토론'이 아닌 가상으로 꾸며 본 토론입니다.
#개그콘서트 #두분토론 #명절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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