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
이필구
기합 안 줬으면 더 위험했을까?실제로 아이들은 "앉아, 일어서"하는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고 나면 당장 눈앞에서는 태도가 훨씬 달라지기는 합니다. 문제는 정말 아이들이 자전거를 탈 때 '주의사항'을 기억하면서 위험을 스스로 예방하면서 달릴 수 있는가하는 것인데 솔직히 이 부분은 별로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물론 소리를 지르고 기합을 주면 단기 효과는 분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합을 받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잘하게 되었다던지, 혹은 기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위험한 상황에 많이 노출되었다던지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이들이 스스로 위험에 대비하고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만, 짧은 단기 프로그램에서 그런 변화를 끌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대집단인 경우에 더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실 7-8명 혹은 10명 이하의 모둠 아이들과 만날 때는 소리지르고, 기합을 주고 하는 것 보다 말로 설명하고 아이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좀 더 수월합니다. 그러나 150여 명의 아이들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주의'를 촉구하고 안전을 당부할 때는 집중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앉아, 일어서"하는 동작을 10여차례 이상 반복하는 기합을 주고 나서도 과연 이 방법 밖에 없을까하는 고민이 생겼지만 당장 뾰족한 대안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말로만 청소년 인권을 떠들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고, 현실적으로 당장 이것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는 변명이 떠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청소년 시절에, 군대를 거치면서 이런 기합을 받은 경험이 많기 때문에 쉽게 자신의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라는 고민은 안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은 찾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인겁니다.
분명한 것은 기합을 안 주고도 안전하게 자전거 국토순례를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사실 정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청소년들을 어른처럼 대하면 됩니다. 참가자 중에는 어른들도 있었는데, 그들을 대하듯이 하면 되는 것이지요.
아직 어른처럼 존중 받는데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늘여주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나이라는 높은 숫자로 그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하는 것이지요.
앞으로 자전거 국토순례를 매년 진행해야 하고, 여러 장면에서 청소년들과 프로그램을 함께 하려면 이런 고민의 끈을 쉽게 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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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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