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면이 반짝 인기? 신라면 안 그립다

[오마이뷰] '품절 사태' 꼬꼬면 직접 먹어봤더니... 흰 국물이 '대세'

등록 2011.09.09 14:27수정 2011.09.1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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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표' 꼬꼬면이 라면 시장에서 화제입니다. KBS <남자의 자격> 방송 이후 지난 8월 상품화된 꼬꼬면은 소비자 입소문과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 덕에 품절 사태까지 빚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농심과 신라면이 장악해온 라면 시장에 큰 변화가 시작된 걸까요, 단지 반짝 인기일 뿐일까. 3편에 걸친 기획 취재를 통해 꼬꼬면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져 봅니다. [편집자말]
 꼬꼬면 품절. 지난 5일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매장에 있는 꼬꼬면 자리에 매진 안내 표시가 붙어있다.
꼬꼬면 품절. 지난 5일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매장에 있는 꼬꼬면 자리에 매진 안내 표시가 붙어있다. 김시연

"꼬꼬면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꼭 필요하면 연락처 남겨주세요."

지난 5일 오후 6시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 라면 매장에는 온갖 제품들이 어른 키 높이 넘게 쌓여있었지만 몇몇 상품 코너는 텅 비어 있었다. 꼬꼬면 자리에도 상품 대신 '매진 안내' 표시만 덩그러니 붙어있었다.

'꼬꼬면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기... 대형마트-동네슈퍼 '품절'

라면을 진열하고 있던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꼬꼬면은 공급 물량이 부족해 언제 들어올지 장담할 수 없고 들어와도 한번에 40개 들이 8박스 정도가 고작이어서 순식간에 나간다고 했다. 꼬치꼬치 묻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전화번호를 남겨 놓으란다(직원에게 실제 연락이 온 건 사흘 뒤였다).

손님이 많은 대형마트라 그런가 싶어 그날 저녁 집 주변 슈퍼마켓과 편의점까지 대여섯 군데를 모두 훑었지만 끝내 꼬꼬면을 발견할 순 없었다. 다행히 따로 부탁을 해놨던 직장 동료에게서 하나 남아있던 꼬꼬면을 구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 감격이란. 라면 하나 구하기가 왜 이렇게 힘든거야.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을 수소문한 끝에 구한 꼬꼬면.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을 수소문한 끝에 구한 꼬꼬면. 김시연

요즘 꼬꼬면이 소비자 입소문을 타고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꼬꼬면은 지난 3월 KBS 2TV <남자의 자격> 라면 대회에서 이경규씨가 개발한 레시피대로 만들어 화제가 된 한국야쿠르트 팔도라면 8월 신제품이다. 한국야쿠르트는 뜻밖의 인기에 다른 제품 생산까지 멈추고 꼬꼬면에 '올인'하고 있지만 대형마트 주문량을 맞추기도 빠듯하다고 한다.

'라면 지존'인 신라면의 맵고 시뻘건 국물에 맞서 닭고기 육수로 맛을 낸 '하얀 국물'로 승부수를 띄운 꼬꼬면. 신라면 블랙처럼 반짝 인기로 끝날지, 신라면을 위협하는 라면 지존으로 올라설지 늦었지만 직접 맛을 보기로 했다.


어렵게 손에 쥔 꼬꼬면은 포장지엔 "라면요리 대회에서 인정받은 바로 그맛! 그대로!"란 문구와 꼬꼬면 첫 개발자인 이경규씨 캐리커처가 눈에 띄었다. 계란을 풀지 말거나 흰자만 넣으라는 '당부'를 빼면 "끓는 물 550ml에 면, 분말, 건더기 스프를 함께 넣고 4분 정도"라는 조리법은 별다를 게 없었다.   

닭육수 맛 깔끔하고 짠 맛 덜해... "요즘 흰 국물이 대세"


 꼬꼬면 완성품.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과 청양고추향이 나는 담백한 닭고기 국물 맛이 특징이다.
꼬꼬면 완성품.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과 청양고추향이 나는 담백한 닭고기 국물 맛이 특징이다.김시연

7일 저녁 드디어 꼬꼬면 첫 시식에 도전했다. 그동안 우리 집 '라면 조리사'를 자임해왔지만 이번만큼은 '감'을 믿는 대신 물량과 시간을 재는 등 나름 신경을 썼다. 끓는 물에 옅은 갈색 분말 스프를 순간 닭고기 국물 향이 코를 싸하게 자극했다. 마침 이날 점심에 '반계탕'을 먹은 탓에 그 느낌은 더 강했다.

당부대로 계란을 풀지 않은 채 그릇에 담았다. 혼자 먹기 아까워 세 식구가 조금씩 나눠먹기로 했다. 그동안 소고기 국물에 익숙해진 탓인지 처음엔 희멀건 닭고기 국물이 낯설었지만 이내 적응이 됐다. 대신 쫄깃한 면발과 구수한 국물, 청양고추의 톡 쏘는 맛이 느껴졌다.

다섯 살 배기 아이가 면을 후루룩 삼키더니 대뜸 "엄마 아빠 되게 맛있어, 하나도 안 매워"라고 기선을 잡았다. 그동안 시중에 나와 있는 자극적인 라면 대신 친환경매장에 있는 우리 밀 라면을 주로 먹던 아이에게 색다른 맛이었나 보다.

아이 엄마 역시 "면발이 쫄깃하고 부드럽고 매운 고추 향이 나는데 맵지 않으면서 톡 쏘는 맛이 느껴진다"면서 "신라면보다 기름기가 많이 없고 설렁탕이나 곰탕 맛 국물보다 깔끔하다"고 평했다. 또 "나트륨 함량이 더 적은지 간기가 덜하고 담백하다"면서 "보통 라면 국물을 남기게 되는 데 끝까지 다 먹게 된다"고 말했다. "요즘엔 흰 국물이 대세"란 말도 잊지않았다.

뒤처리도 깔끔했다. 그릇에 남은 기름기가 적어 설거지가 손쉬웠고 주방에는 익숙한 라면 국물 냄새 대신 은은한 향신료 냄새가 퍼졌다. 어차피 신라면 같은 시중 라면은 잘 찾지 않는 편이지만 꼬꼬면 정도면 우리 집 비상 식량으로 큰 손색이 없어 보였다.

'신라면 대세' 분식집에도 꼬꼬면... 아직은 호기심 수준 

 농심 신라면 대 팔도 꼬꼬면
농심 신라면 대 팔도 꼬꼬면 고정미

다음날엔 분식집 꼬꼬면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직장인이 많이 서울 무교동에 꼬꼬면을 파는 분식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점심시간 무렵 무교동 식당가를 훑었다. 몇 군데 분식집에 일일이 물어봤지만 꼬꼬면을 파는 곳은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분식집 라면은 여전히 '신라면'이 대세였다. 

한 빌딩 지하에서 라면 전문집을 하는 한 50대 아주머니는 대뜸 "나도 꼬꼬면 먹어봤는데 닭 국물에 끓여 희여멀건하더라"며 "신라면처럼 칼큼하지 않아 맛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못 먹겠더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렇게 무교동 주변을 30여 분 돌았을까, 식당 몇 군데가 공동 영업을 하는 '퓨전음식백화점'이란 곳에서 드디어 꼬꼬면을 파는 분식집을 발견했다. 메뉴판 아래에 '이경규 꼬꼬면'이란 임시 메뉴판이 2장이나 붙어있었고 가격도 분식집치곤 저렴한 2500원이었다.

"우리 꼬꼬면 먹자."
"밥 먹어야지 그거 갖고 되겠어?"

'메뉴판' 효과일까? 마침 내 앞에 줄을 선 20대 여성 3명이 꼬꼬면과 김밥, 라볶기를 주문했다. 내가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꼬꼬면 주문이 3~4그릇 더 들어왔다. 이곳 라면은 물은 적게 넣고 센 불에 짧게 끊인 탓인지 꼬꼬면 특유의 닭고기 국물향이 더 강하고 맛도 진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날 저녁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감흥은 덜했다. 

한창 점심 때라 직원들이 분주해 말도 못 붙이고 전화로 주인에게 물어보니 하루에 라면 50~60그릇 정도 나가는데 그 가운데 꼬꼬면이 20~30그릇 꼴이라고 한다. 그나마 꼬꼬면 구하기가 어려워 물량을 못 구하면 아예 못 판다고 한다. 꼬꼬면 때문에 대형마트에 매일 같이 확인하는데 40개들이 2상자를 확보하면 운이 좋은 편이라고.
     
그는 "주변에 꼬꼬면을 파는 곳이 없어 호기심에 찾는 손님이 많은데 40% 정도는 맛있다고 두세 번씩 찾기도 하고 입맛에 안 맞는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8월 중순부터 꼬꼬면을 팔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갈지 모르겠고 당분간은 계속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얀색 국물이 대세? 2~3개월 지나봐야"

 2011년 상반기 국내 라면 시장 '빅4' 시장 점유율
2011년 상반기 국내 라면 시장 '빅4' 시장 점유율고정미
지난 8월 초 판매를 시작한 꼬꼬면은 지난 4일 생산량이 1000만 개를 넘겼고 매출도 60억 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할 광고 없이 입소문을 타면서 대형마트에서 농심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안성탕면 등 농심 라면과 삼양라면에 이어 5, 6위를 달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홈플러스에서만 7일 현재 약 6억 2천만 원(약 79만 봉)어치를 팔았는데 이는 같은 기간 팔린 신라면의 30%가 넘는 수준으로 '신라면 블랙'이 처음 나왔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한다.  

김종윤 홈플러스 가공식품팀 바이어는 "따로 런칭 행사를 하지 않았어도 미디어와 입소문을 타고 꼬꼬면, 나가사끼 짬뽕 등 전반적으로 하얀색 국물의 라면류가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라면서 "아직까지 물량이 정상적으로 확보되지 않아 물량 공급 안정화가 이뤄지면 더 높은 매출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영 이트레이트증권 음·식료 애널리스트는 "신제품이 나오면 1회성 구매인지 반복구매로 이어지는지 두세 달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신라면 블랙 초기 월 매출이 75억 원 수준으로 봤을 때 60억 원이면 대단한 수치"라고 밝혔다.
#꼬꼬면 #라면 #이경규 #신라면 #한국야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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