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팅 시간 비교. 왼쪽부터 삼성 크롬북(14.5초), 맥북 에어(15.4초), 삼성 넷북(41.0초)
김시연
크롬북은 가로 29.4cm, 세로 21.9cm로 넷북 정도 크기였고 겉모습도 평범했다. 12.1인치 액정화면(해상도 1280X800)을 사용했고 두께는 20mm, 무게 1.48kg 정도로 휴대에 한 손으로 들기에 약간 묵직한 정도였다. 착탈식 배터리 대신 내장형을 사용했고 최대 사용 시간도 8.5시간으로 일반 노트북보다 2배 정도 오래가는 편이었다.
중앙처리장치(인텔 아톰 N570, 클럭속도 1.66Ghz)나 2GB 메모리 등 기본 사양도 일반 넷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눈에 띄는 건 터무니없는 적은 저장 용량이었다. 하드디스크보다 비싼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를 사용하긴 하지만 용량이 16GB(기가바이트)에 불과해 200~300GB는 기본인 요즘 저가형 넷북 '스펙'에도 한참 모자란다.
구글 마니아에겐 매력적... 웹브라우저 이참에 바꿔? 크롬북은 애초부터 '네트워크 PC'로 관심을 끌었다. 내부 저장 용량이 16GB뿐인 것도 무거운 응용 프로그램과 사진, 동영상 같은 각종 데이터를 외부 서버에 저장해 뒀다 인터넷으로 그때 그때 불러다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신 인터넷 접속이 필수여서 집이나 직장 등 무선인터넷 환경이 잘 갖춰진 곳에서만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삼성 크롬북의 경우 유선 랜 접속도 안 되는 데다 국내엔 3G(이동통신망) 겸용 모델도 출시되지 않아 무선랜(와이파이)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크롬북은 다른 전시 제품들과 달리 '로그인'이 필수였다.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고객이 직접 아이디를 만들어 들어가야 한단다. 개인정보 유출 걱정도 잠시 내 구글 계정으로 접속해 보니 윈도우 환경에서 익숙한 바탕화면 대신 크롬 웹브라우저가 바로 떴다.
크롬북의 모든 기능은 웹브라우저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평소 크롬 웹브라우저를 비롯해 구글 검색, 독스(문서도구), 지메일, 캘린더, 웹앨범, 리더, 구글 플러스, 지도 등 구글 서비스를 10가지 이상 활용해온 '구글 마니아'라면 크롬북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구글 서버를 통한 '동기화' 덕에 언제 어디서 어떤 기기로 접속하든 동일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롬북이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끈 것도 그만큼 '구글 마니아'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MS 인터넷 익스플로러(IE) 비중은 42%대로 곤두박질쳤고 크롬은 1년 만에 2배 늘어난 22%대로 치솟았지만 한국은 딴판이다.(스탯카운터 2011년 7월 조사) 익스플로러 점유율은 여전히 90%가 넘고 크롬 사용자는 4.5%에 불과하다.
익스플로러에서만 쓸 수 있는 '액티브엑스' 탓에 한국에서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같은 '기타' 웹브라우저를 쓰려면 금융기관이나 정부기관 사이트들과 단절을 각오해야 한다. 그나마 구글 검색, 지메일을 비롯한 구글 서비스들 역시 네이버, 다음 등 토종 포털 앞에 고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당장 크롬북이 한국 시장에 정착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정작 활용도 면에서도 '맥 앱스토어'를 앞세운 애플 맥북 에어나 아이패드2 같은 태블릿PC만 못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