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안철수', 여의도 정치는 해독 불가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안 교수는 2012년 대권에 도전할까요

등록 2011.09.14 10:59수정 2012.08.0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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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밝힌뒤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장에게 다가가 포옹하자, 박 원장이 울먹이고 있다. ⓒ 유성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밝힌뒤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장에게 다가가 포옹하자, 박 원장이 울먹이고 있다. ⓒ 유성호

"안철수가 세력화를 목표로 한다면 이번에 출마 안하는 게 맞아.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도모하는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에 왜 나와? 안철수가 출마 안한다고? 하하. 그건 상식을 반납하는 정치야. 난 절대 그렇게 안 봐요. 지켜보자고. 세력화를 하는지, 안 하는지."
 
한 민주당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그가 이런 얘기를 꺼낸 건 지난 6일이에요. 그날은 굉장히 긴박했던 하루였습니다. 당시 상황을 요약하자면, 아침엔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의 단일화 협상이 예고됐고, 오후 2시엔 양자가 단일화에 합의했으며, 오후 4시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안철수 교수의 출마 결심에서 불출마 선언까지 딱 엿새가 걸렸습니다. 양자 단일화엔 딱 20분 소요됐습니다. '안철수 쓰나미'는 이렇게 정치권을 강타했고, 국내 정치인 모두를 아노미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지하 수피아홀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날 저녁 7시엔 세종홀에서 야권통합운동을 벌이는 '혁신과 통합' 발족식이 열렸거든요. 이 자리엔 내로라 하는 야권의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이들의 화두는 단연 '안철수와 박원순의 단일화'였습니다. 말을 아껴서 그렇지 적이 충격 받은 모습이었죠.
 
뒷자리 스탠딩 석에선 여러 사람 사이에 정치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여론조사 1위 50%의 안철수는 왜 5%짜리 박원순에게 양보했을까, 그것이 진심일까, 총선과 대선을 위한 기획 작품 아닐까, 결국 대선으로 가기 위한 위장술이다 등등 여러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새 정치 전범 만들겠다고?"
 
그중 으뜸은 '안철수 세력화'였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 이후 반드시 세력화해서 내년 대선에 출마한다는 가설이지요.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기자에게 확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론 저도 안철수 교수가 이번에 세력화를 위한 정치퍼포먼스를 했다, 이렇게 수준 낮게 보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세력화는 세상의 이치라는 거지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세력화는 될 수밖에 없어요. 그게 정치야. 또, 본인은 격변의 정치사에서 상식이 통하는 새로운 정치의 전범을 만들겠다고 나섰겠지만, 지금 시대가 '상식'만 갖고 될까? 아닐걸."
 
그럼 어떤 게 더 필요하다고 보는 걸까요?
 
"이를테면 이념의 정치도 필요한 거예요. 양극화 시대에 우리는 어떤 복지국가로 갈 것인가 판단해야 하거든. 그런데 '안철수 정치'에는 그런 게 없어요. 그냥 트랜드로 정치하는 느낌? 트랜드로 움직이는 '안철수 정치'에 민주당이 귀속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소프트웨어를 바꾸고 싶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그 콘텐츠가 안 보인다는 것으로도 들렸습니다. 소위 진보정치의 이념적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부분에 대해 안 교수가 명징한 자기 입장을 안 보여준 게 아니냐는 비판적 문제제기로도 들립니다.
 
차영 "안철수 양보는 한국정치사에 오래 남을 개콘"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은 한 술 더 떠 안철수 교수를 맹공합니다. 차 전 대변인은 트위터에 자신의 의견을 올리고 한판 거세게 붙었습니다. 그의 주장은 이런 것입니다.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이사께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양보한 것은 한국정치사에 오래 남을 개콘이다. 안철수 교수가 치열하게 박원순 후보와 경쟁하다 박 후보를 지지했거나 본인이 나갔어야 안철수 양보로 그 표가 다 박원순 후보로 갈 거다? 천만에 말씀. 박 이사 검증으로 흔들 텐데."
 
또 다른 문장을 보시겠습니다.
 
"안철수 교수의 양보, 저는 이렇게 봅니다. 안철수 교수의 정치 첫 라운드에서 어린아이 취급 당한 겁니다. 문재인 한명숙 박원순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거죠.
 
저는 안철수 교수가 실망스럽습니다. 나왔어야죠. 선의의 경쟁을 해야죠. 시민들 마음만 설레게 하고 이게 뭡니까.
 
이미 지난주부터 박원순 이사가 나오게 되어 있었는데 조용히 양보하면 되지 온갖 쇼하면서 양보 주가 한 번 올려보고 이게 안철수의 정치라면 30점도 줄 수 없다. 선의로 양보한 거라고 볼 수 없기 때문.
 
저는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가 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봅니다. 저는 서울시민들이 힘들고 눈물 흘릴 때 한 번도 그의 모습을 보거나 그의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민주당에서는 박원순 선배님이 나오신다고, 그분이 나오시면 나오지 않겠다며 조용히 접은 분도 있지요. 안철수씨처럼 요란하지 않구요."
 
어떠신가요? 아마 차 전 대변인은 이 글을 올린 뒤 누리꾼들로부터 거의 융단폭격을 당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어쩌면 차 전 대변인처럼 생각하지만 대놓고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뒤로만 얘기하는 사람이 더 많았을 지 모릅니다. 기성 정치인들은 안 교수에 대해 왜 이리도 인색한 평가를 하는 걸까요?
 
정치인 안철수의 내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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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출마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및 기자들과 가진 2시간가량 단독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서울시장 출마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및 기자들과 가진 2시간가량 단독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의도 정글'에서는 단 한 번도 '안철수식 정치'를 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때 되면 공천헌금도 내야 하고, 필요하면 그 무엇이라도 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야 성공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그야말로 '쏘 쿨'하게 지지율 50%를 툭 내어주는 광경은 본 적이 없어 적이 낯설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까놓고 보면, 정치권 밖에서야 '안철수 정치'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여의도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민주당의 핵심 전략관계자의 말입니다.
 
"전 사실 안 교수의 내공이 궁금했어요. 정치인 내공이라면 그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그가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저분은 아직 정치인 내공은 아니구나 판단했지요. 정치인이라면 서울시장을 덥썩 무는 게 맞습니다. 그게 정치거든요."
 
이게 무슨 말일까요? 차 전 대변인의 말처럼 '정치 어린아이'여서 안 교수가 물러난 것일까요?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솔직히 가까이에서 안 교수를 직접 본 건 딱 한 번뿐입니다. 4일 밤 인터뷰에서지요. 그는 생각보다 체구가 작았고, 목소리는 조용했으며, 손가락은 희고 가늘어 마치 피아니스트 같았습니다. 마른기침을 계속 하는 것으로 보아 누적된 피곤으로 몹시 고단해 보였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박원순 문제'를 강조하고 또 강조했습니다. 그가 나온다면 '밀어드릴 수 있다'는 말로 불출마 선언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 내내 ' 51: 49'를 강조했습니다. 직접 만나보고, 박 변호사의 의향이 충분하면 그땐 포기하겠다는 말을 서너 차례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 '제3정당 창당'을 언급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무 자르듯 잘랐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니 그만 얘기하고 다니시라 연락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튿날, 윤 전 장관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라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반한나라당, 비민주당'으로 자신의 정치노선도 분명히 했습니다. 이것을 '중도'라 지칭했지만, 한국정치에서 이 노선은 꽤 넓은 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MB정권에 신물이 났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대안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진보정당들은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라 도대체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그래서 무당파 층을 형성하는 수많은 '중도'의 깃발이 될 수 있는 것도 오늘날 우리 정치의 현실인지도 모릅니다.
 
정가에서는 이 지점에 착목해 그가 조만간 정치세력화에 나설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9일로 <청춘콘서트>도 끝났기 때문에 새로운 모색을 통해 정치일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박선숙 "안철수, 2012년 대선 도전 안 한다에 건다"
 
과연 그럴까요? 이 역시도 제 생각은 다릅니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진단처럼 2012년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가속도를 내 대통령선거까지 내다본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고 단숨에 1위로 뛰어올라 대권가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으니 이 김에 끝까지 달려 세력화한 뒤에 대통령선거에 출마한다?
 
그가 예정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일정을 마친 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길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당장 제3세력을 꾸려 대통령선거 준비에 나서는 '저렴한 정치'는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걸었던 '안철수의 길'이 아닌 것이지요.
 
늘 정글 같은 여의도에 있었으면서도 전혀 '여의도스럽지 않은' 평가를 하는 정치인은 박선숙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 이야기는 그래서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안박 단일화는 평소 심플하고 투명한 안 교수의 성격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평소 자신은 가진 게 많기 때문에 늘 무엇인가 사회를 위해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늘 희생과 헌신, 나누는 것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함께 잘 사는 공생의 관계를 끊임없이 고민하지요. 안 교수가 앞으로 어떤 경로와 변화를 겪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제3세력화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출마 결심 임박' 보도에서 '불출마 선언'까지 안철수 교수의 기획 작품이라는 음모론적 시각에 대해서는 아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도대체 정치를 왜 하는 것일까요? 사람이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인데, 사람을 아끼지 않고 어떻게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을까요?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 두 분은 모두 우리 사회의 보기 드문 자산입니다. 이번 결정도 평소 그분들이 보여줬던 대로 '안박다웠다'고 평가합니다."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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