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까지 배달해주는 '도시락' 아시나요?

[인터뷰] '영흥도 접대 장소' D룸살롱 전직 여종업원 A씨

등록 2011.09.28 12:10수정 2011.09.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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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영흥도 한 룸살롱의 3년치 매출장부는 한마디로 '접대 텍스트'로 불릴 만하다. 수조 원대가 투입된 화력발전소 공사 발주처인 한전 자회사 한국남동발전과 원청(대기업), 하청업체 사이에서 광범위한 접대가 이루어져왔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대규모 관급공사 주변에서 벌어지는 접대 관행을 몇차례 걸쳐 집중보도한다. [편집자말]
 한국남동발전과 협력업체들이 접대장소로 이용한 영흥도의 D룸살롱.
한국남동발전과 협력업체들이 접대장소로 이용한 영흥도의 D룸살롱.최지용

'술집 근무 경력'을 털어놓기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19일 인천의 한 찻집에서 만난 A씨는 어렵게 '영흥도 접대' 얘기를 꺼내놓았다. 수조원대가 투입된 화력발전소 공사 현장의 접대 관행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지난 6월 술집을 그만두었다는 그는 "발전소(한국남동발전)와 하청업체가 같이 오기도 하고 발전소에서 따로 오기도 했다"며 "술값은 하업청체 쪽에서 냈다, 하청업체 사장이 (발전소 사람들을 데려와서) '내가 계산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시켜라'고 말한 걸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소 직원들은 지갑도 안 가져온다"며 "'웨이터한테 팀 좀 주라'고 하면 '지갑을 안가져왔다'고 하는데 '왜 안가져왔냐?'고 물으면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발전소 직원들은 접대에 살고 접대에 죽는다"는 표현도 썼다. 그럴 정도로 발주처인 한국남동발전의 일부 인사들과 협력업체 사이의 '접대'가 관행처럼 이루어져왔다는 얘기다.

성접대를 의미하는 '2차'도 빈번했다고 한다. 그는 원래 '2차'는 안 나가기로 하고 D룸살롱에 들어왔지만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업주인 큰 언니가 '2차 안 가면 안 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2차를 나갔다"고 증언했다.

공사 관계자들 명함에 남아 있는 2차의 흔적

2차의 흔적은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D룸살롱의 3년치 매출장부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매출장부에는 손님 이름과 술값, 여종업원 이름 등이 적혀 있다. 그런데 여종업원 이름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D룸살롱의 전직 동업자는 "이것은 아가씨가 2차를 나갔다는 표시"라고 말했다.

2차의 흔적은 D룸살롱에 드나들었던 '공사 관계자들'의 명함에도 남아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명함들을 보면 명함 앞이나 뒤에 여종업원 이름이 적혀 있다. 전직 동업자는 "아가씨들이 2차를 나가서 손님들한테 명함을 받아오는데 거기다가 자기 이름을 적는다"고 전했다.     


가장 충격적인 증언은 '도시락'이다. 도시락이란 술집 여종업원이 술과 안주를 가지고 근처 발전소 사택이나 모텔로 가는 것을 가리키는 이곳의 은어다. 일종의 '출장접대'인 셈인데 2차(성매매)도 필수였다고 한다.

그는 "발전소 사택에 가는 걸 '도시락'이라고 하는데 아가씨들이 술과 안주를 싸가고 2차도 한다"며 "(한 아가씨당) 한달에 최소 두세 번 정도 (도시락 배달을) 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도시락' 비용도 하청업체들이 냈다고 한다. 그는 "발전소 직원한테 (얼마치 술을 먹었다는) 사인을 받고 하청업체에 가서 정산한다"며 "'도시락 값'도 50~60만 원 정도 하는데 발전소 직원이 무슨 돈이 있어 내겠냐?"고 말했다.

다음은 A씨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술먹으러 와서 술만 먹는 사람은 없었다"

- 하루에 몇팀이나 오나?
"두세 팀 정도 왔다."

- 손님이 많은 편이 아닌데...
"몇년간 하다가 잠깐 쉬고 다시 오픈했다. 그래서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잘 될 때는 다섯팀이 오기도 한다."

- 주로 어떤 사람들이 오나?
"발전소(한국남동발전)와 하청업체 사람들이 많이 왔다. 하청업체랑 같이 오기도 하고 발전소에서 따로 오기도 한다."

- 술값은 주로 누가 내나?
"하청업체가 냈다. 하청업체 사장이 (발전소 간부 등을 데려와서) '내가 계산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시켜라'고 하더라. 큰 언니한테도 그렇게 얘기하고, 테이블에 와서도 발전소 직원들에게 그렇게 얘기했다."

- 장부를 보니 한 사람이 여러 번 오는 경우가 많던데.
"발전소의 모 과장이 몇번 왔고, 일반 직원도 왔다. 하청업체에서도 여러 번 왔다."

- 2차(성접대)도 나가나?
"하청업체에서 '2차까지 되니까 신경쓰지 말고 놀아라'고 얘기했다. 나는 2차 안 나가는 걸로 이곳에 들어왔는데 실질적인 업주인 큰 언니가 '안 나가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 2차비는 얼마인가?
"아가씨 한명당 팁이 7만 원이고, 2차비는 20만 원이다. 그런데 2차비에서 10%를 뗀다. 즉 20만원에서 2만원을 술집에서 세금명목으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남동발전 직원들은 지갑을 안 가지고 온다"

 한국남동발전의 영흥사택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 술집 여종업원이 술과 안주를 싸서 사택에 가는 것을 '도시락'이라 부른다.
한국남동발전의 영흥사택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 술집 여종업원이 술과 안주를 싸서 사택에 가는 것을 '도시락'이라 부른다. 최지용

- 이곳 술자리는 접대받는 경우가 대부분인가?
"그런 것 같다. 이곳에는 발전소와 하청업체도 오고, 지역사람들도 (가끔) 온다."

- 발전소의 경우는 맨날 접대받겠다.
"그런 것 같더라. 발전소 직원만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청업체들과 같이 오니까 술값은 하청업체에서 냈다."

- 발전소 직원들은 접대 속에 산다?
"발전소 직원들은 지갑도 안 가져온다. '웨이터 팁 좀 주라'고 하면 '지갑을 안 가져왔다'고 한다. '왜 지갑을 안 가져왔냐?'고 하면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들은 접대에 살고 접대에 죽는다고 보면 된다."

- 발전소의 높은 분들도 이곳에 오나?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하청업체 사장이 '접대하러 강남에 가야 한다'고 한 얘기를 들었다. 발전소 직원들 데려와서 그렇게 얘기하고 나가더라."

- 술자리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나?
"공사와 직접 관련된 얘기는 없었다. 그 사람들끼리 친한 것 같았다. 형님, 동생 하는 사이더라."

- 술자리에서 돈이 오가는 경우는 없었나?
"그런 경우는  못봤다."

- 이곳에서 접대가 많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발전소도 바로 앞이고, 발전소 사택도 바로 앞이다."

- 술집이 잘 되는 편인가?
"그 정도면 잘 되는 거다. 불경기라 다른 데는 장사 안된다고 하는데 거기는 잘 된다."

- 하루에 두세 팀 오는데 잘 된다?
"두세 팀이라도 금액이 크기 떄문이다. 한팀 2명만 와도 (매출이) 100만 원이 넘으니까. 한팀에 7~8명 올 때도 있다. 그럴 때는 (한 테이블에서) 500만 원 정도 나온다. 2차까지 가니까."

- 아가씨는 몇명이나 있나?
"내가 근무할 때는 6~7명 정도 있었다."

- 한팀에 7~8명 오면 아가씨가 부족하겠다.
"실장겸 아가씨가 있는데 부족하면 실장이 룸도 뛰고 2차도 간다."

"아가씨가 술과 안주를 싸서 남동발전 사택에 가기도"

- '도시락'이라고 들어봤나?
"들어봤다."

- '도시락'이 뭔가?
"(발전소) 사택이나 모텔로 가는 걸 '도시락'이라고 한다. 아가씨가 술과 안주를 싸간다."

- '도시락' 가격은 얼마인가?
"룸에서 놀 때와 같다."

- '도시락'의 경우도 2차(성접대) 하는 건가?
"당연하다."

- 그런 경우 많이 있나?
"한달에 (최소) 한두 번, 보통 두세 번 나간다고 보면 된다. 일반 술집에는 이런 게 없다."

- 도시락의 경우 비용은 발전소 직원이 내나?
"발전소 직원이 안 내는 걸로 안다. '도시락 값'도 50~60만 원 하는데 발전소 직원이 무슨 돈이 있어 그걸 내나?"

- 그럼 그런 경우 누가 돈을 낸다는 건가?
"(도시락의 경우) 발전소 직원한테 (얼마치 술을 먹었다는) 사인을 받고 하청업체에 가서 정산한다. 그러니까 하청업체에서 ('도시락값'을) 내는 셈이다."

- '도시락'의 경우 황당하지 않았나?
"황당해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내가 힘이 있나?"

- 아가씨들은 한달에 얼마나 버나?
"하기 나름인데 2차 나가는 아가씨들은 한달에 7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도 번다."

- 아직도 화력발전소 공사가 많이 남아 있어서 앞으로도 '호황'이겠다.
"큰 언니 얘기로는 9월부터 장사가 잘 될 거라고 하더라."

- 세금은 제대로 내는지 모르겠다.
"그런 데서 세금을 제대로 내겠나? 대부분 현찰로 거래한다. 카드로 낸다고 하면 (술집 직원이) 현금을 찾아오기도 한다."

- 경찰 단속은 없었나?
"다른 데는 단속하고 난리인데 이곳은 단속이 없다고 하더라. 순찰도 안 도는 것 같더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술집 손님들의 명함. 명함 앞이나 뒤에는 2차를 나간 여종업원 이름이 적혀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술집 손님들의 명함. 명함 앞이나 뒤에는 2차를 나간 여종업원 이름이 적혀 있다.구영식

#영흥도 접대 #영흥도 화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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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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