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동발전과 협력업체들이 접대장소로 이용한 영흥도의 D룸살롱.
최지용
'술집 근무 경력'을 털어놓기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19일 인천의 한 찻집에서 만난 A씨는 어렵게 '영흥도 접대' 얘기를 꺼내놓았다. 수조원대가 투입된 화력발전소 공사 현장의 접대 관행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지난 6월 술집을 그만두었다는 그는 "발전소(한국남동발전)와 하청업체가 같이 오기도 하고 발전소에서 따로 오기도 했다"며 "술값은 하업청체 쪽에서 냈다, 하청업체 사장이 (발전소 사람들을 데려와서) '내가 계산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시켜라'고 말한 걸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소 직원들은 지갑도 안 가져온다"며 "'웨이터한테 팀 좀 주라'고 하면 '지갑을 안가져왔다'고 하는데 '왜 안가져왔냐?'고 물으면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발전소 직원들은 접대에 살고 접대에 죽는다"는 표현도 썼다. 그럴 정도로 발주처인 한국남동발전의 일부 인사들과 협력업체 사이의 '접대'가 관행처럼 이루어져왔다는 얘기다.
성접대를 의미하는 '2차'도 빈번했다고 한다. 그는 원래 '2차'는 안 나가기로 하고 D룸살롱에 들어왔지만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업주인 큰 언니가 '2차 안 가면 안 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2차를 나갔다"고 증언했다.
공사 관계자들 명함에 남아 있는 2차의 흔적2차의 흔적은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D룸살롱의 3년치 매출장부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매출장부에는 손님 이름과 술값, 여종업원 이름 등이 적혀 있다. 그런데 여종업원 이름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D룸살롱의 전직 동업자는 "이것은 아가씨가 2차를 나갔다는 표시"라고 말했다.
2차의 흔적은 D룸살롱에 드나들었던 '공사 관계자들'의 명함에도 남아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명함들을 보면 명함 앞이나 뒤에 여종업원 이름이 적혀 있다. 전직 동업자는 "아가씨들이 2차를 나가서 손님들한테 명함을 받아오는데 거기다가 자기 이름을 적는다"고 전했다.
가장 충격적인 증언은 '도시락'이다. 도시락이란 술집 여종업원이 술과 안주를 가지고 근처 발전소 사택이나 모텔로 가는 것을 가리키는 이곳의 은어다. 일종의 '출장접대'인 셈인데 2차(성매매)도 필수였다고 한다.
그는 "발전소 사택에 가는 걸 '도시락'이라고 하는데 아가씨들이 술과 안주를 싸가고 2차도 한다"며 "(한 아가씨당) 한달에 최소 두세 번 정도 (도시락 배달을) 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도시락' 비용도 하청업체들이 냈다고 한다. 그는 "발전소 직원한테 (얼마치 술을 먹었다는) 사인을 받고 하청업체에 가서 정산한다"며 "'도시락 값'도 50~60만 원 정도 하는데 발전소 직원이 무슨 돈이 있어 내겠냐?"고 말했다.
다음은 A씨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술먹으러 와서 술만 먹는 사람은 없었다"- 하루에 몇팀이나 오나?"두세 팀 정도 왔다."
- 손님이 많은 편이 아닌데..."몇년간 하다가 잠깐 쉬고 다시 오픈했다. 그래서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잘 될 때는 다섯팀이 오기도 한다."
- 주로 어떤 사람들이 오나? "발전소(한국남동발전)와 하청업체 사람들이 많이 왔다. 하청업체랑 같이 오기도 하고 발전소에서 따로 오기도 한다."
- 술값은 주로 누가 내나? "하청업체가 냈다. 하청업체 사장이 (발전소 간부 등을 데려와서) '내가 계산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시켜라'고 하더라. 큰 언니한테도 그렇게 얘기하고, 테이블에 와서도 발전소 직원들에게 그렇게 얘기했다."
- 장부를 보니 한 사람이 여러 번 오는 경우가 많던데. "발전소의 모 과장이 몇번 왔고, 일반 직원도 왔다. 하청업체에서도 여러 번 왔다."
- 2차(성접대)도 나가나?"하청업체에서 '2차까지 되니까 신경쓰지 말고 놀아라'고 얘기했다. 나는 2차 안 나가는 걸로 이곳에 들어왔는데 실질적인 업주인 큰 언니가 '안 나가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 2차비는 얼마인가? "아가씨 한명당 팁이 7만 원이고, 2차비는 20만 원이다. 그런데 2차비에서 10%를 뗀다. 즉 20만원에서 2만원을 술집에서 세금명목으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남동발전 직원들은 지갑을 안 가지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