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경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법원 또 '무죄' 선고

간디학교 최 교사, 창원지법 재판부 '검찰 항소 기각' ... 3년 7개월만에 선고

등록 2011.09.22 11:30수정 2011.09.2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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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죄가 선고되었다.

국가보안법 위반(고무·찬양 등) 혐의를 받아왔던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역사)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인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합의부(재판장 이평근)는 22일 오전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평근 재판장은 "경남진보연합·한국진보연대 등이 냈던 자료집이 반미·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해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주장된 것이고, 북한을 적극 찬양한 것이라 볼 수 없다. 헌법에서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녕을 위배하는 적극적인 이적표현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22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오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22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오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윤성효


간디학교 부교재(역사배움책)에 대해, 이 재판장은 "보조 교재이고, 박정희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하는 등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북한과 달리 우리 헌법은 표현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 교사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조국통일3대헌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이적표현물이지만, 역사교사로서 참고자료로 보관할 수는 있다. 그 자료를 다른 사람한테 전파했다고 볼 수 없다. 특별히 이적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비슷하게 판결한 것인데,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년 7개월여만에 판결 ... 최보경 교사 "검찰의 상고 대비"


최보경 교사의 항소심 무죄 선고는 사건이 불거진 지 3년 7개월여만에 나온 것이다. 경찰·검찰은 2008년 2월 최 교사의 집과 간디학교 교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소환 조사 등을 거쳐 그해 8월 불구속 기소했던 것.

검찰은 전교조·경남진보연합·한국진보연대 등에서 활동했던 최 교사가 갖고 있었거나 만들고 인터넷에 올렸더 '8․15교양자료집', '4․3항쟁을 통해 본 해방과 분단 수업지도안' '경남진보연합 간담회 자료집' '전교조 통일일꾼 교양자료집' '한국진보연대 출범식 해설 자료집' '조국통일3대헌장 해설서' '간디학교 역사배움책3-현대사' 등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았던 것.


1심 재판은 2008년 9월부터 시작해 20차 공판을 벌인 뒤, 2011년 2월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항소심 재판 때 검찰측은 1심과 특별히 다른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항소심 선고는 지난 8월 25일 열 예정이었는데, 연기해 이날 이루어진 것이다.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22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간디학교 교사와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소감을 나누고 있다.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22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간디학교 교사와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소감을 나누고 있다. ⓒ 윤성효


이날 창원지법 법정에는 간디학교 남호섭 교감을 비롯한 교사와 졸업생, 학부모, 전교조 경남지부 차재원 지부장 등 간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검찰 항소 기각 선고가 내려지자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보경 교사는 "1심 때는 사흘 동안 잠을 자지 못했는데, 어제 밤에는 잠깐 잠이 들었다. 어제 밤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았다"면서 "그동안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어 고맙다. 검찰에서 대법원에 상고할텐데,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남호섭 교감은 "1심 선고와 같은 감격이다.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고, 차재원 지부장은 "간디학교 학부모와 제자들이 많은 힘이 된 것으로 안다. 긴 시간 동안 함께 해주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박지호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출범하던 2008년 2월에 시작해, 재임 기간 동안 사건이 진행되었다고 본다. 3년 7개월여 간의 싸움이었는데, 무죄를 선고받아 다행이다"며 "국가보안법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단체 활동에 시비를 걸었는데, 칼날이 무뎌지고,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심·2심 변론을 맡았던 이석태 변호사는 "아직 판결문을 받아보지는 못하고, 말로만 전달받았는데,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라며 "교육현장에서 역사 교사가 여러 가지 역사 수업을 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객관적인 사실과 문헌을 통해서 성실하게 수업을 하는데,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서 처벌하려고 했던 것이다. 역사 교육의 자율성과 교육의 특성을 사법당국이 부당하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서 제약하고자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준 것이다"고 말했다.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22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교사와 학부모, 전교조 경남지부 관계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22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교사와 학부모, 전교조 경남지부 관계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윤성효


간디학교 대책위 "항소심 무죄판결은 당연한 결과"

교사·학생·학부모·동문회로 구성된 '간디학교 대책위'와 경남진보연합,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경남교육연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전교조 경남지부,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항소심 무죄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들은 "권력의 하수인, 검찰은 1심에 불복해 항소하여 또다시 국가보안법이라는 낡아빠진 동아줄을 붙잡으며 최보경 교사의 목을 조이려 하였다"면서 "하지만 검찰은 아무런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여 항소를 위한 항소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어 "썩어빠진 동아줄은 더 이상 필요 가치가 없듯이 이번 재판 결과 또한 공안당국의 국가보안법 조작혐의와 전방위적인 공안탄압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된 치명적인 치부를 보여준 재판결과였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명박정권과 그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공안당국이 아무리 조작하고 은폐하더라도 참된 진실은 거대한 역사 속에서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이번 무죄 선고는 이를 또다시 입증했고, 국가보안법은 이미 역사속에 사라지고 있는 법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 #창원지방법원 #이석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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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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