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건설현장 영흥도는 '접대천국'

[단독] D 룸살롱 3년치 매출장부에 한전 자회사 간부 등 접대 내용 기록...경찰 수사 착수

등록 2011.09.27 08:59수정 2011.09.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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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영흥도 한 룸살롱의 3년치 매출장부는 한마디로 '접대 텍스트'로 불릴 만하다. 수조 원대가 투입된 화력발전소 공사 발주처인 한전 자회사 한국남동발전과 원청(대기업), 하청업체 사이에서 광범위한 접대가 이루어져왔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대규모 관급공사 주변에서 벌어지는 접대 관행을 몇차례 걸쳐 집중보도한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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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도에 건설된 화력발전소 1호기부터 4호기. 4개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수조원이 투입됐다. ⓒ 최지용


[기사 수정 : 27일 오후 2시]

수조 원대의 공사비가 투입된 인천 영흥도 화력발전소 공사 현장 주변에서 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등을 상대로 한 협력업체들의 접대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영흥도 D룸살롱의 '3년치 매출장부' 등에 따르면, 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참여하는 현대, 동아, 두산, SK 등 협력업체(원청+하청업체)들이 발주처인 한국남동발전 등을 상대로 수년간 수십억 원으로 추정되는 접대를 해왔다.

대규모 관급공사 현장 주변에서 접대가 관행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3년치 장부'라는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발주처와 협력업체(발주처와 원청, 원청과 하청업체) 사이에서 이루어진 광범위한 접대가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매출장부에 기입된 한국 남동발전, 협력업체 인사들은 "그 술집에 갔지만 접대는 없었고 술값도 나누어서 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한국남동발전 쪽에서는 "실제 접대가 있었는지 조사할 수 있도록 관련자료를 제공해 달라"며 내부조사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인천경찰청은 영흥도 화력발전소 공사현장 주변에서 벌어지는 접대와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서 입수한 장부를 경찰청에서도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며 "전직 동업자와 전직 여종업원을 상대로 한 조사를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D룸살롱 연 매출 5억여 원 추정... 9년간 매출 수십억원대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외리. 총 8기로 예정된 '영흥도 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는 곳이다. 1·2호기와 3·4호기는 각각 2004년과 2009년에 완공됐고, 지난해 5월부터 5·6호기 건설공사가 시작됐다. 1·2호기와 3·4호기 공사에는 각각 2조3174억 원과 1조5796억 원이 투입됐다. 각 공사에 참여한 연인원은 각 200만 명씩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영흥도에 화력발전소라는 '초대형 플랜트 공사'가 시작되면서 섬에 '돈'이 돌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고급 술집들도 하나둘씩 들어섰다. 현재 영흥도에는 여성접대부 고용이 가능한 '1종 유흥주점'(룸살롱)이 세 곳에 이른다. 이곳 룸살롱의 주요 손님은 '공사 관계자들'이다. D룸살롱의 '매출장부'는 이곳이 '접대장소'로 이용되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영흥도 한 룸살롱의 3년치 매출장부를 입수했다. 이것은 영흥도 화력발전소 입구에서 1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D룸살롱(1종 유흥주점)에서 작성한 자료다. 매출장부는 2006년 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3년에 걸쳐 총 24개월 동안 작성됐다. 이는 영흥도 화력발전소 3·4호기 공사가 진행되던 시기와 일치한다.

일일 매출을 기록한 '3년치 매출장부'에는 '어떤 손님'이 '몇 명' 왔고, '파트너'(여성접대부)는 '누구'이고, '얼마치의 술'을 먹었는지 등이 아주 꼼꼼하게 적혀 있다. 특히 '성매매'(2차, 성접대) 여부도 표시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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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도 D룸살롱의 2007년 월 매출액. 평균 월 매출액이 4376만원에 이른다. ⓒ 고정미


가장 온전하게 보관된 2007년치 장부를 보면, 최소 월 2795만 원에서 최대 월 5857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월 평균 매출이 4376만 원에 이른다. 이것을 기준으로 D룸살롱 연간 매출액을 추산하면 약 5억2000만 원에 이른다. D룸살롱이 9년 정도 영업을 했다는 점을 헤아리면 D룸살롱은 그동안 수십억대의 매출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화력발전소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에 상당하는 접대비가 사용됐음을 뜻한다. 

매출장부에 따르면, D룸살롱의 고객들은 주로 한국남동발전(한전 자회사)과 주로 대기업 건설사(D사, H사, S사 등)로 이루어진 원청,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는 간부와 직원들이다. 술자리는 주로 발주처인 한국남동발전과 협력업체, 원청과 하청업체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전직 여종업원인 A씨는 "한국남동발전(이 지역 인사들은 '한국남동발전'을 '한전'이라고 통칭함-기자 주) 인사들과 하청업체(원청이 포함된 개념임-기자주)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남동발전 사람들이 하청업체랑 같이 오기도 하고 따로 오기도 했다"며 "술값은 대부분 하청업체에서 냈다"고 증언했다. 현직 여종업원 B씨도 "한국남동발전 사람들이 술집에 많이 왔다"며 "자기들이 술을 먹고도 하청업체에 술값을 떠넘겼다"고 전했다.

B씨는 "우리 가게는 한국남동발전이 아니라 하청업체들이 다 먹여 살린다"며 "그래서 우리도 하청업체들을 보고 장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남동발전에 사건, 사고가 많아 하청업체 중에 망하는 곳이 생기면 (하청업체들이) 남동발전 직원들을 협박했다"며 "'내가 접대를 했으니까 돈을 달라'고 협박을 하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을 정점으로 하는 접대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한국남동발전이 발주처로서 화력발전소 공사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D룸살롱의 전직 동업자인 C씨는 "한국남동발전 직원들은 현장에서 감독관으로 통한다"며 "그래서 접대를 받으러 자주 온다"고 말했다. 

C씨는 "예전에는 고위간부들도 왔는데 아주 고위급들은 강남이나 인천 송도, (안산) 시화지구 정왕동에 많이 가서 접대받는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가 단독 입수한 인천 영흥도 화력발전소 인근 D룸살롱의 매출장부.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24개월치 매출이 기록돼 있다. A4용지 한 장에 하루가 기록됐으며 이 가운데 400여 장에 한전을 비롯한 발전소 건설 공사 관련 업체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한전이 기록된 장부는 색지로 표시를 했다. ⓒ 오마이뉴스


장부 분석 결과, 술자리 한번에 평균 115만 원 쓰여... 10번 중 6번은 '2차'

특히 <오마이뉴스>가 남동발전이나 원청, 하청업체, 손님 이름 등이 명확하게 적혀 있는 400여 장의 일일장부를 분석한 결과, '한전'이나 '한국남동발전'이라고 온전하게 기입된 장부는 무려 102건에 이르렀다.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은 이곳에서 '한전'으로 통칭되기 때문에 매출장부에 기입된 '한전'은 '한국남동발전'을 가리킨다. D룸살롱이 보유하고 있던 명함들을 보면, 술집에 온 '한전 사람들'은 모두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나 '영흥화력건설처' 소속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매출장부에 '한전'이 기입된 술자리에서는 총 9914만 원의 술값이 뿌려졌다. 이는 술값이 기입되지 않은 13건을 뺀 것이기 때문에 총 술값은 1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술자리 한번에 평균 115만 원이 쓰였고, 평균 2.7명이 참석했다. 술자리 한번에 최대 270만 원이 결제된 경우도 있었다.

101건의 술자리 가운데 '2차'(성접대)를 나간 것으로 기록된 경우는 64건에 이르렀다. 10번의 술자리 가운데 6번은 '2차'를 나간 셈이다. 매출장부를 보면 손님들을 접대한 여성들의 이름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놓았는데, D룸살롱의 전직 동업자 C씨는 "동그라미는 손님과 2차(성접대)를 나갔다는 표시"라고 귀띔했다.

전직 여종업원 A씨는 "술 먹으러 왔다 하면 다 2차를 나갔다"며 "그냥 술만 먹고 간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에서는 '도시락'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유흥·접대형태가 있었다. '도시락을 배달하듯' 술집 여종업원이 술과 안주를 싸서 근처 한국남동발전 사택 등에 가는 것을 가리키는 은어다. '도시락'에서도 '2차'(성매매)가 이루어졌음은 물론이다. <오마이뉴스>에서 입수한 매출장부에도 '도시락'이라고 기재된 경우가 7건에 이르렀다.

전직 여종업원 A씨는 "한 달에 보통 두세 번 정도 한국남동발전 사택에 도시락 배달을 나갔고, 2차도 당연히 이루어졌다"며 "50∼60만 원에 이르는 '도시락값'을 한전에서 내지 않고 나중에 하청업체가 정산했다"고 주장했다.

전직 동업자인 C씨는 "가게에서 술을 안 먹고 가게 밖에서 먹는다고 해서 '도시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보통 한국남동발전의 독신자 사택이나 모텔에서 이런 도시락을 배달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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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도 '룸살롱'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D룸살롱. 이곳의 연간 매출액은 5억2000여만 원에 이른다. ⓒ 최지용


한국남동발전 쪽 "내 돈 내고 먹었다"... 하청업체 "접대 없었다"

하지만 한국남동발전과 협력업체 등 D룸살롱 매출장부에 기입된 인사들은 대체로 접대 의혹을 부인했다. 매출장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S과장은 "D룸살롱이 발전소하고 가까우니까 거기에 3번 정도 갔다"며 "세 번 모두 내 돈 내고 먹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카드로 계산할 때도 있었고 외상했다가 나중에 갚은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2차나 도시락 접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원청에 해당하는 H사의 Y과장은 "친한 사람들끼리 술을 마시러 갔지 접대한 일은 없다"며 "술값도 각자 나누어서 냈고, 하청업체랑 술 마신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하청업체인 S사 K대표는 "한국남동발전과 D룸살롱에서 술 먹은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접대를 하러 간 적도 있고 친구들과 간 적도 많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만나서 얘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다른 하청업체인 S사 P대표는 "한국남동발전과 한두 번 정도 술을 먹었지만 우리는 하청의 하청이라 접대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며 "발주사이기 때문에 D사나 H사 등 원청들이 접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청이 한국남동발전을 접대하면서 하청업체를 끼고 먹는다"며 "하청업체가 바로 한국남동발전을 접대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하청업체 D사는 "(D룸살롱에 갔다는) C부장은 지난 2009년 퇴사했다"며 "회사에서 돈을 대주고 접대한 적은 없고, 그럴 수도 없다"고 부인했다.

D룸살롱의 한 관계자는 "한국남동발전 직원들이 여기 와서 술을 먹은 것은 사실이지만 하청업체로부터 접대를 받는지는 모르겠다"며 "한국남동발전이 접대를 많이 받았다면 떼돈 벌었겠지만 지금은 장사도 잘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한국남동발전 쪽 "접대 여부 조사해보겠다"

안영대 한국남동발전 문화홍보팀장은 26일 '영흥도 접대' 의혹과 관련해 "실제로 접대가 있었는지 내부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 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영흥도 D룸살롱에서 작성한 3년치 매출장부를 보면, 한국남동발전 간부와 직원들이 협력업체들로부터 접대를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접대를 받았다 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들었는데 대부분 하위직이다. 접대받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 직급이 직원-과장-차장-부장으로 가는데 오랫동안 진급을 못하는 사람도 과장이라고 부른다. 그 중에 한 명은 별정직으로 경비원을 하다 지역할당으로 채용된 사람이다. 접대 가능성을 100% 부정할 수 없는데, 실제로 접대가 있었는지는 내부감사를 해봐야 한다."

- 장부에 과장이나 차장 이름도 있더라.
"직원 송별회를 거기서 한 적이 있는데 해당과장이 돈을 냈다고 한다. 처음에는 D룸살롱만 있어서 독점체제였다. 장사가 잘 됐다."

- 명함이 있고 장부에 이름이 기입된 사람들 말고도 감독, 부장이란 이름으로 된 사람들이 많다.
"사실 실명이 나온 사람들은 오히려 깨끗한 사람일 수 있다. 발전소 사람들은 자주 갈 수가 없다. 법인카드도 제한적이고…. 2차까지 가면 백만 원씩 나오겠지만 가서 그냥 술 마시면 20~30만 원이면 된다. (룸살롱에서) 할인도 많이 해준다."

- 그렇게 가기 어려운데 입수한 장부에 확실한 건만 100건이 넘고, 의심되는 자리까지하면 200건이다. 하청업체에서 술값을 계산한다는 증언들이 있다.
"자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자료를 주면 좋겠다."

- 내부감사를 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자료를 제공해주면 내부감사를 벌여서 '조치'를 취하겠다."
#영흥도 #한국남동발전 #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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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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