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나비넥타이 한 교장들, 트로트 맞춰 춤춘 사연은?

[현장] '학습복지' 실현 내건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는 다르네

등록 2011.09.27 10:37수정 2011.09.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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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새학교넷 창립 축하공연에서 9명의 초중고 교장들이 춤을 추고 있다.
지난 24일 새학교넷 창립 축하공연에서 9명의 초중고 교장들이 춤을 추고 있다. 윤근혁

흰 와이셔츠에 빨간색 나비넥타이.

이런 옷을 입은 중년 '댄서'들이 무대 위에 섰다. 교장공모제로 교장이 된 김혁순 교장(광주 수완중, 공모교장협의회 회장) 등 초중고 교장 9명이 그 주인공이다. 

몸 흔드는 교장들에게 "교장 오빠, 귀엽네요"

청중석에 앉은 300여 명의 교사들 입에서는 "오빠", "귀엽네요"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24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육연수원 대강당에서 진행된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새학교넷) 창립 축하공연에서 벌어진 일이다.

확성기에서는 사회를 본 김춘성 교사(전남 완도수산고)의 다음과 같은 소개말이 나왔다.

"그동안 혁신학교, 새로운 학교 운동에서 새로운 리더를 맡아 일을 해 오신 공모제 교장선생님. 이들이 매우 중후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이윽고 노래 반주가 시작됐다. 노래는 국민가수 박상철의 트로트 곡 '무조건'.


 지난 24일 춤추는 교장들.
지난 24일 춤추는 교장들. 윤근혁
"짜라짜라 짜짜짜, 짜라짜라 짜짜짜, 내가 필요할 땐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언제든지 달려갈게,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르면 한참을 생각해 보겠지만, 당신이 나를 불러준다면 무조건 달려 갈 거야…"

반주에 맞춰 댄서들은 일제히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췄다. 손을 옆으로 뻗기도 하고, 다리를 흔들며 트위스트를 추기도 했다. "무조건 달려갈 거야"란 노랫말이 나올 때는 정말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의 공연이 진행되는 5분 동안 행사장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쑥스러운 듯 몸을 흔든 교장들의 땀방울 맺힌 얼굴에도 웃음기가 돌았다.

안무를 맡은 강범식 교장(경기 호평중)은 "10일 전쯤에 곡목을 정하고 각자 교장실 등에서 '묻지 마' 연습을 한 뒤 행사 시작 전에 모여서 총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이란 노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모름지기 새로운 학교에서 교장은 학부모, 학생, 교사들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야 한다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범희 교장(경기 흥덕고)은 "교장실에서 트로트 음악 조그맣게 켜놓고 연습했는데, 복도 유리창 너머로 학생들이 볼 것 같아 인기척만 나면 멈추고 그러다보니 많이 연습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혁신학교인 흥덕고는 교장실도 일반 교실처럼 유리창으로 공개되어 있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새학교넷 24일 창립총회, "학습복지 실현하겠다"

 지난 24일 첫발을 뗀 새학교넷 창립식 모습.
지난 24일 첫발을 뗀 새학교넷 창립식 모습. 윤근혁

앞서 이날 오전 2시부터는 새학교넷 창립총회가 열렸다. 새학교넷은 그동안 새로운 학교 운동을 펼쳐온 조직과 실천가들이 정보와 연구 내용을 소통하기 위해 손을 잡고 만든 전국적인 네트워크다.
 
전국 3000개 학교에 평교사 응모 가능형 교장공모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8일 만에 열린 이날 총회에서는 서길원 교장(경기 보평초)을 새학교넷 상임운영위원장으로 뽑았다.

서 상임운영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여기는 10여 년간 전국 각지에서 새로운 학교의 밭을 일궈온 집단지성의 땀방울이 모인 자리"라면서 "새로운 학교 운동은 학습복지를 일궈 학습의 다양화, 학습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학교를 만들려는 학교 단위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은 축사에서 "우리교육은 새로운 학교 운동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새로운 학교 운동의 중요함을 강조했고,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정세적인 당위성과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 되는 상황에서 새학교넷이 출범해 든든하게 생각하며 우리 학교현장을 바꾸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기원했다.

새학교넷은 창립선언문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는 시대의 절박한 요구이며 한국 교육의 희망이고 새로운 교육 운동"이라면서 "소통과 나눔을 통해 경험에 기초한 새로운 담론을 생성하고, 학교의 모든 부분에 걸쳐 새로운 학교 교육의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새학교넷은 새로운 학교 운동 이론과 의제 발굴, 교장공모제 활성화와 새로운 학교 모델 만들기, 예비 공모교장 학교 개교 등의 사업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현재 이 단체에는 전국 150여 개 지역 모임에서 16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서길원 새학교넷 상임운영위원장.
서길원 새학교넷 상임운영위원장. 유영민
지난 24일 창립한 새로운학교네트워크(새학교넷) 상임운영위원장을 맡은 서길원 교장(경기 보평초, 51). 그는 창립식을 3일 앞둔 지난 22일 "학교운동이라는 새로운 틀에 뜻을 같이 하는 교사들이 집단지성으로 뭉쳐 새로운학교 운동을 펼치기 위해 힘을 모았다"고 새학교넷 창립 배경에 대해 밝혔다.
 
서 교장은 새로운학교 운동에 대해 "학급운영에 차원의 개인 실천을 뛰어넘어 학교 교육과정이나 운영체제를 새롭게 짜는 학교공동체운동"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종로구 에듀니티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줄인 것이다.
 
-새학교넷은 어떤 단체인가?
"새로운학교 운동을 실천해온 교사들이나 모임이 한 곳에 뭉쳐 소통과 협력을 하기 위한 네트워크다. 새학교넷도 집단지성이 뭉쳐 아주 새로운 형태의 학교혁신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새로운 교육의제를 발굴하고 대안 교육학도 정립하려고 한다. 교장제도 개혁도 추진하려고 한다. 학교혁신을 위한 컨설팅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새롭게 구상한 교육의제가 있는가?  
"학습복지나 학습선택, 학습다양화라는 의제를 제기하려고 한다. 교육의제를 학습복지 차원으로 발전시킬 경우 이주호 교과부장관의 '학교 다양화'라는 잘못된 프레임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학습복지는 소외되고 뒤쳐진 아이들, 학습의 선택, 다양화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전교조와 새학교넷은 어떤 관계인가? 
"전교조는 크게는 제도개혁투쟁을 해왔고, 작게는 교실중심 참교육실천운동을 펼쳤다. 학교혁신을 위한 실천 대안을 마련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학교 차원의 운동이 필요하다. 이런 새로운학교 운동에 동의하는 교사라면 전교조든 그렇지 않든 새학교넷에 모두 들어올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새학교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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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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