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쌀, 불안한 미래

우리 모두 쌀농사를 다시 생각할 때

등록 2011.10.01 10:04수정 2011.10.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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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 자급률 100%라고?

현재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언론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약 26%정도라고 한다. 그중에서 쌀의 자급률은 거의 100%라고 하는데 수치상으로만 보면 밥 문제는 걱정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는 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까?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에 소비하는 쌀 소비량은 1인당 평균 약 74kg이라고 한다.
이는 30년 전 1인당 1년 소비량이 140kg이었던 것에 비추어보면 쌀의 소비량은 약 2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우리 쌀의 생산은 거의 멈추어진 상태에서 인구도 늘었는데 쌀의 소비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말은 쌀 대신 다른 것을 먹고 살았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복잡하게 쌀을 대신했던 밀이나 다른 작물의 수입량을 말하고 싶지 않다.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쌀의 수요가 줄었다는 설명도 필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쌀을 대신하여 우리 밥상을 지켜준 밀 등 다른 주곡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나 쌀의 국제 시세가 지금보다 올랐을 경우 우리 밥상에 어떤 영향이 올 것인가 하는 문제만 생각해보자. 만약 밀 등의 가격이 쌀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한다면 쌀 자급률은 50%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 쌀의 자급률 100%라는 말은 국내 소비량의 98%를 수입하는 밀 등에 의존하는 가운데 만들어진 허구임을 알아야 한다.

2. 우리나라 쌀값이 비싸다고?

쌀 한 품목만 놓고 단순비교만 하면 우리 쌀값은 비싸다.
그러나 상대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이나 물가 등을 고려하면 우리 쌀값이 오히려 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0kg 1포대의 가격을 보면,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4천 달러 수준임에도 우리 돈으로 1만4천 원에서 1만8천 원 수준인데 우리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준임에도 쌀의 가격은 3만 원에서 5만 원 수준이다. 1인당 소득의 비율만으로 볼 때 최소한 우리나라 쌀값은 현재의 배 수준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작년 수준에서 후퇴하고 있으니 쌀 농가를 죽이자는 정책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와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 쌀값 결코 비싸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3. 언제까지 안심해도 된다고?


우리나라 인구 증가는 둔화 추세에 있지만 쌀을 주곡으로 하는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의 인구는 세계 평균 증가율을 넘어서고 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맬더스]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제한된 면적에 쌀의 증산 속도가 따르지 못하는 사실을 잘 보아야 한다. 미얀마, 태국 등 쌀을 수출하는 국가들도 수출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이상기후로 인해 쌀의 생산은 매우 불안하다. 거기에 식품으로서 쌀의 영양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서양인들의 쌀 소비량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금년에 중국은 가뭄으로 밀 흉작이었고, 러시아는 아예 밀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도 가뭄으로 밀과 옥수수의 수확량이 줄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밀의 국제 가격 상승이 가팔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여파는 다른 곡물의 가격에도 크게 영향을 주어 국제 쌀값 상승도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식량 사정도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밀 소비층이 10%만 쌀로 전환하여도 쌀의 부족상태를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 식량 사정이 지금 같을 것이라는 방심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제 쌀 자급 100%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할 때이다. 아직도 자동차나 전자제품 팔아 식량을 수입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한다. 또 쌀 가격을 낮추어 물가를 잡으려는 정부의 노력도 허사가 될 것임을 알아야한다.

4. 그럼에도 현실은 쌀을 생산할 논이 줄고 있다

재배 면적은 1990년 124만4천ha이었다고 하는데 2000년 현재 98만4천ha이라고 한다. 20년 사이에 약 26만ha 감소한 셈이다. 논이 줄어든 이유는 수익성이 높은 밭작물을 심기 위해 논을 밭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계청 보도자료 참고)

실제로 우리 마을 노인들도 1년에 1번 수확하여 고생한 값도 안 나오는 벼농사보다 1년에 3번까지 수확 가능한 채소류 재배로 돌리고 있다. 논의 감소는 쌀의 자급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걱정되는 일이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의 부족도 쌀재배 면적을 줄이는 요인이다. 경지정리가 되지 않았거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논은 이미 묵정밭이 된 경우가 많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는 노동력이 없어 직불금이나 바라고 놀리는 경우도 많다.

대책은 간단하다.
농민들이 쌀농사만으로도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쌀 가격을 정부가 보장하면 된다. 쌀값이 올랐을 때 도시 서민들이 걱정된다면 복지예산을 늘려 정부가 쌀을 구입하여 무상 분배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정말 정부가 쌀농사에 대해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미룰 일이 아니라 당장 급하다. 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야한다.

'밥'앞에서는 고매한 이론이나 이념도 헐벗은 추상의 말장난일 뿐임을 알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겨레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쌀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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