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부인 얻으려 13세 딸 결혼시킨 아버지

딸 '신부 값'으로 아버지 혼인 비용 충당... 원치 않는 조혼 문제 심각한 아프리카

등록 2011.10.01 14:07수정 2011.10.0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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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트러스트 로'는 케냐 소녀들이 원치 않는 조혼 문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트러스트 로'는 케냐 소녀들이 원치 않는 조혼 문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 트러스트 로


케냐 정부가 13세의 어린 신부를 구했다고 9월 말 '트러스트 로(Trust Law)'가 밝혔다. '트러스트 로'는 여성의 권리 향상을 추구하는 사이트다(<17만 원에 팔려가는 미성년 '가뭄 신부'들> 참조).

'트러스트 로'에 따르면 이 소녀는 학교에 다니던 중,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혼해야 했다. 소녀의 아버지가 미성년 딸을 결혼시킨 이유는 둘째 부인을 얻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 소녀가 다닌 기숙학교가 있는 투르카나 지역의 교육 공무원 윌슨 코롬보리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아버지가 (학교로 찾아와) 둘째 부인을 얻기 위해 (딸의) '신부 값'을 이미 써버렸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신부 값'을 갚을 수 없기 때문에, 딸이 학업을 그만두고 결혼해야 한다고 했다."

투르카나는 유목민이 많은 케냐 북부에 해당한다. 이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부모가 딸을 시집보낼 때 신랑 측으로부터 이른바 '신부 값'을 받는다. '신부 값'은 자녀를 키우는 데 들인 비용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간주된다.

최근 극심한 가뭄이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대륙 동쪽으로 뿔처럼 튀어나온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케냐 등)을 덮치기 전에는 가축으로 '신부 값'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가뭄과 기근으로 사람은 물론 많은 가축이 죽으면서, 가축 대신 돈으로 '신부 값'을 내는 일이 늘었다.

"할례 당하고 원치 않는 조혼으로 내몰리는 소녀들"

문제는 미성년 딸을 결혼시키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 권리 증진을 위한 활동가인 스텔라 카누리는 "10세 소녀가 50세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 우려했다. 케냐에서는 만 18세 이전에 결혼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중에는 가난한 가족이 먹고살기 위해 딸을 파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치 않는 조혼은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이자 권리 침해라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또한 조혼은 케냐에서 불법인 할례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케냐-탄자니아 국경 근처인 쿠리아의 '여성 발전을 위한 교육 센터'에서 일하는 데니타 가티는 "할례가 있는 한 조혼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녀가 할례를 당한 후 아버지 연배의 나이든 남자에게 시집간다"는 것이다. 쿠리아에서는 소녀의 87퍼센트가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 신부가 케냐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5년 유엔은 아프리카 소녀의 42퍼센트가 만 18세 이전에 결혼했다고 밝혔다. 조혼을 막기 위한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인권운동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가 이러한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소녀는 신부가 아니다'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조혼 #할례 #지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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