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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지역투어 - 대전충청⑤] 스무살 대전 엑스포의 꿈, 자기부상 할 수 있을까

등록 2011.10.12 11:08수정 2011.10.1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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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맛집, 관광지 등은 물론이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낱낱이 보여드립니다. 10월, 첫 번째 지역투어 현장은 대전충남충북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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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 곽진성



1993년 8월 7일부터 11월 7일까지 93일 동안 대전광역시에서는 대전 세계박람회(이하 대전 엑스포)가 열렸다. 당시 대전 엑스포에 쏠린 관심과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첨단 과학이 어우러진 전시 시설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를 보기 위해 방문한 관람객 수는 무려 1400만5천여 명(외국인 67만5천여 명)에 달했다.

기자도 당시 그 인파 속에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기자에게 대전 엑스포는 환상의 공간이었다. 마스코트인 '꿈돌이'는 정겨웠고 '자기부상' 열차와 '우주탐험관'은 흥미로웠다. 스스로 떠서 움직이는 자기부상열차와 입체영상이 압권인 우주탐험관은 당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쥐라기공원>에 버금갈 정도였다.

환상적인 전시관을 관람하기 위한 행렬은 '끝이 없는 것 같다'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한번 관람을 하기 위해, 평균 몇 시간씩 걸릴 정도로 당시 대전 엑스포는 인산인해였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전시관을 관람하고 나오는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런 대내외의 폭발적인 호응 속에 대전 엑스포는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1993년 대전 엑스포의 성공은 대전시민에게 자부심을 가져다줬다. 그렇기에 대전 엑스포 폐막 이후에도 현장을 보존해 그때의 영광을 간직해야 한다는 여론이 컸다. 그리고 1년 후인 1994년 8월 7일, 대전시민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대전 엑스포 과학단지가 '국민과학교육의 장'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야심 차게 출범한 대전 엑스포 과학단지는 이후 부실화 속에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1999년 7월에는 대전시가 정부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아 자본금 3136억 원(현금900억 원, 현물2263억 원)으로 새롭게 출발했지만 이듬해에만 흑자를 기록했을 뿐, 적자는 계속 이어졌다. 이런 누적적자는 전시관들의 폐관과 휴관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대전 엑스포의 상징과도 같던 자기 부상열차와 인기 전시관이던 우주 과학관까지 운영이 중단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간에서 운영하는 엑스포 과학공원 내 놀이시설 '꿈돌이랜드'마저 경영상 적자를 이유로 토지임대료를 체납하는 파행이 계속됐다. 결국 2008년 4월 22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청산 명령'을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엑스포에 대한 대전시민의 자긍심이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엑스포 과학단지의 미래는 암울해 보였다.


산소 호흡기 '엑스포 과학단지 재창조사업', 되살아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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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엑스포 전시관들 중 일부가 휴관상태이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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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의 인기전시관이었던 우주탐험관. 방치된 채 있다 ⓒ 곽진성




청산명령' 이후, 대전시에서는 '재창조사업'을 통한 해결을 모색했다. 하지만 주요 골자였던 시민의 공간인 '엑스포 과학공원'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을 통해 민간 사업자에게 내주는 것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가 컸다.

박성효 전 시장과 염홍철 현 시장 간의 재창조사업 내의 '주상복합공간'을 둘러싸고 견해 차이도 있었다. 또한, PF 공모에서 민간 사업자의 호응이 저조했다. 결국 불협화음 속 긴 시간 동안 문제 해결은 지지부진했다.

그런 긴 어둠 속에서 2011년 10월,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대전시는 민선 5기에 들어와, PF 주도에서 국비와 지방세를 바탕으로 한 재창조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자연녹지 일부의 용도 변경을 추진하고 국비와 지방세를 통해 HD 드라마타운 등을 개설하는 등 대전 엑스포 과학단지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11월 1일부터 '엑스포 과학공원'과 '대전컨벤션센터'를 통합한 대전마케팅공사가 발주하는 등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전광역시청 문화산업과 엑스포 재창조 담당계의 한 관계자는 '엑스포과학단지 재창조'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동안 엑스포 활성화 대책은 여럿 있었지만 실제로 시행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현재 엑스포 과학공원은 입장료도 받지 않고 근린공원처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공익성에 치우쳐서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공익성에 치우치다 보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침체됐던 과학공원을 관 주도로 복합 개발해서 마스터 플랜을 내는 것으로 재창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엑스포 부흥을 위한 노력에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있다. 공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엑스포과학공원 홍보팀 한 관계자는 현재 엑스포 과학단지가 처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 인원이 적어(60여 명) 기존 시설 유지도 힘든 상황이다. 엑스포 과학단지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수익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는데, 한쪽에서는 적자는 안 된다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선 돈은 많이 받으면 안 된다고 해서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꿈돌이 동산과의 토지임대료 납부 문제도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산한 엑스포 과학공원, 기대와 아쉬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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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과학공원의 전경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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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과학공원의 자기부상열차 ⓒ 곽진성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엑스포 과학단지를 일요일이던 지난 2일 찾았다. 개천절이 겹친 3일간의 황금연휴였기에 사람들로 많이 붐빌 것으로 예상했지만, 관람객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일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엿보였지만, 큰 부지의 과학 공원은 상대적으로 한적해 보였다. 입장료가 무료였음에도 관람객이 적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대기시간 없이 전시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놀이동산인 꿈돌이랜드 역시 놀이기구를 즐기는 관람객이 적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재 '엑스포과학단지'에서 93 엑스포의 영화는 엿보이지 않았다. 방치된 전시관들도 여럿 있었다. 엑스포 당시, 기자를 들뜨게 했던 우주과학관은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다. 우주 전시관을 비롯해 3~4개 전시관이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엑스포를 찾은 김연정(34)씨는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좋은 전시관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과학공원 끝에 가보니깐 망가진 시설이 많아 보기에 좋지 않았다. 투자를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적은 인력 탓에 엑스포 과학공원 도우미를 찾는 일도 힘들었다. 현재 이곳의 직원은 60여명, 지난 2008명 청산명령 이후 명예퇴직을 받아 104명의 직원을 60여 명으로 줄였다. 제대로 된 안내가 힘들다 보니 직원과 관람객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아쉬움이 컸지만 한편으로 기대감도 엿보였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에, 전시관 내용이 부실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첨단 과학관과 에너지관 등 알찬 내용의 무료 전시관과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관 등 유료 전시관 모두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김진한(24, 대학생)씨는 "어릴 적 엑스포에 왔던 추억을 되살려서 왔다.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전시관 내용이 좋아 생각보다 즐거웠다. 편의시설만 확충된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다"고 했다.

김씨의 기대처럼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은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엑스포역'이라는 전시관을 만들어놓고 운영하고 있는 '자기부상열차'는 주말이면 표가 없어서 타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유료로 1시간에 한 번 운영되는 열차(44석)는 주말 아침 일찍 표가 동나는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2013년 8월이면 대전 엑스포 개최 20주년을 맡는다. 과학공원 측은 대전 엑스포 20주년에 맞춰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부흥의 계기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 '엑스포재창조' 사업이 있다. 과연 대전시가 이 사업을 통해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홀로 떠오르는 '자기부상열차'처럼, 침체됐던 대전 엑스포 과학단지도 새롭게 부상할 수 있을지 대전시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전 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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