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대통령 행차, '상추' 들고 환영합니다

[두물머리 통신③] 유기농지 밀어 만든 자전거도로... 농민들도 만나시지요

등록 2011.10.07 17:43수정 2011.10.1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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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 4대강 공사 완공행사를 연다고 하지만,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는 '한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경기도는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그대로 둘 수 없다면서 행정대집행을 위해 3차 계고장을 발송했지만, 오는 15일 두물머리 유기농 공동체는 강변가요제를 엽니다. 경기도가 강제집행을 하지 않는 한 '두물머리 통신'을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기자 말>

 

 팔당 두물머리 농민들이 이명박 대통령님께 보내는 초대장. 10월 8일 대통령이 두물머리까지 자전거타러 오시는데, 잠시 시간을 내서 유기농장에도 다시 한 번 방문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팔당 두물머리 농민들이 이명박 대통령님께 보내는 초대장. 10월 8일 대통령이 두물머리까지 자전거타러 오시는데, 잠시 시간을 내서 유기농장에도 다시 한 번 방문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팔당공대위
팔당 두물머리 농민들이 이명박 대통령님께 보내는 초대장. 10월 8일 대통령이 두물머리까지 자전거타러 오시는데, 잠시 시간을 내서 유기농장에도 다시 한 번 방문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 팔당공대위

두물머리 유기농업의 역사는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농회' 활동을 하며 생명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해온 정상묵씨 형제가 이 곳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미친 놈'이라고도 '빨갱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유기농법으로 실제 농산물을 수확해내고, 강·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농업의 철학이 힘을 얻고, 좋은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팔당 주변 지역으로 유기농업은 조금씩 확산되기 시작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거들고 나섰다. 아직 유기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1990년대 서울시는 구청·생협 등에 유기농산물 직판장 설치비용을 지원하여 안정적인 판로확보에 큰 역할을 했다. 유기농가당 4000만 원씩 총 1000여억 원을 시설자금으로 빌려주기도 하였다.

 

2000년대에는 친환경 생산단지 조성, 친환경 농산물 유통산업, 친환경 인증농가 지원 등으로 양평군은 241억 원, 남양주시는 146억 원을 지출했다. 경기도는 2011년까지 150억 원을 들여 팔당클린농업벨트를 조성하기로 하였다. 서울시나 경기도가 팔당 유기농지를 지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수도권 2500만의 식수인 팔당 상수원 수질을 보호하고 개선하는 데 유기농업이 큰 도움이 된다는 '당연한'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고, 나아가 서울과 수도권에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왼쪽)2007년 대통령 후보시절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방문하여 상추를 따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오른쪽) 세계유기농대회 유치가 확정된 이후 만세를 부르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왼쪽)2007년 대통령 후보시절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방문하여 상추를 따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오른쪽) 세계유기농대회 유치가 확정된 이후 만세를 부르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팔당공대위
(왼쪽)2007년 대통령 후보시절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방문하여 상추를 따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오른쪽) 세계유기농대회 유치가 확정된 이후 만세를 부르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 팔당공대위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시절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방문하여 직접 상추를 따고 퇴비를 뿌리며 "한국농업의 대안은 유기농"이라며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을 약속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하면서 팔당 지역의 유기농업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09년 4대강 토건공사가 시작되면서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었다. 정부는 유기농민들을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몰았고, 이 곳에 잔디공원과 자전거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며 농민들을 내쫓기 시작했다. 이제는 마지막 남은 농민들을 강제철거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경기도 팔당농민들을 만나는 까닭

 

 10월 7일 명동성당에서 두물머리 농민들을 만나 두물머리 대안모델에 서명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10월 7일 명동성당에서 두물머리 농민들을 만나 두물머리 대안모델에 서명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팔당공대위
10월 7일 명동성당에서 두물머리 농민들을 만나 두물머리 대안모델에 서명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 팔당공대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던 오늘 7일, 명동성당 앞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두물머리 농민들의 뜻깊은 만남이 있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서울시 유권자들도 아닌데...."

 

농담으로 박원순 후보의 발언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는 곧 "팔당의 물이 한강으로 흘러들어오는 서울의 상수원이고, 또 서울시민들이 먹을 수 있는 좋은 먹거리를 생산해주는 기반지역"이라며,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지의 문제가 결코 팔당이나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장 후보로서 두물머리 농민들과 그들의 유기농 대안을 지지"하며, 서울시장이 되어서 더 큰 힘이 되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박원순 후보의 말대로 '두물머리는 어떤 상수원을 만들 것인가'는 물음은 서울시민과 수도권 2500만 모두에게 던져지는 문제다. 지난 시절 서울시와 경기도가 지원했던 것처럼 또 세계 여러나라에서 상수원 유기농업을 장려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팔당의 유기농업을 육성할 것인가? 아니면, 유기농지를 없애고 잔디공원과 자전거도로를 조성할 것인가? 어떤 것이 우리의 상수원의 바람직한 모습일까.

 

또 두물머리는 우리의 먹거리를 어떻게 생산할까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스스로 농사를 짓지 않는 서울시 먹거리 정책은 경기도와의 협력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서울시가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고자 할 때, 친환경 농산물들을 어디에서 공급받아야 할까?

 

애석하게도 국내 친환경농지의 비율은 전체의 12%, 그 중에서도 유기농지의 비율은 0.8%에 불과하다. 정말로 친환경무상급식이 가능하려면 서울시가 두물머리와 같은 유기농지를 지원하고, 그 곳에서 생산되는 좋은 먹거리가 친환경 무상급식의 자원이 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장 후보가 경기도 두물머리 농민들을 만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서울시민들이 마시는 물이 그 곳에서 흘러내려오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민들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선택하고, 가까운 유기농장에서 공급되는 신선한 채소를 먹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두물머리 유기농장으로 다시 한 번 초대합니다

 

마침 2007년 9월 22일 두물머리 농장을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8일 다시 한번 두물머리를 방문한다고 한다. 이번 방문에서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사라져간 유기농지 위에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를 달릴 것이다. 두물머리 농민들은 "유기농업이 대안이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고, 이에 대통령을 환영하러 한 번 나가볼 생각이다. 4년 전 즐겁게 따시던 그 때 그 상추를 들고.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승욱씨는 2010년 5월 유기농지를 철거하며 만들어지는 4대강 도로에 반대하며 서울에서 팔당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그 이후 서울과 두물머리를 오가며,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1.10.07 17:43ⓒ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승욱씨는 2010년 5월 유기농지를 철거하며 만들어지는 4대강 도로에 반대하며 서울에서 팔당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그 이후 서울과 두물머리를 오가며,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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