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신붓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008년 11월 11일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경남 여성지도자협의회 정기총회'에서 한 발언이다. 하필이면 내가 사는 진주시이고, 지역구 기초의원(강민아 민노당 의원)이 자기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라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나 의원은 여교사 비하만 아니라 '정치 중립' 운운하면서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이 한나라당 지지자들이시죠? 정말 국회의원 사모님, 시장 사모님까지 한마음으로 고생하셨기 때문에 지난 대선때..."라는 말까지 해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심까지 샀다.
여성교사 비하했던 나경원, '외모도 좋다'에 "성희롱"
논란이 확산되자 나 의원은 "교원평가제에 대한 설명을 하던 중 교사에 대한 처우가 좋고, 우수한 이들이 교사가 된다는 말을 하다가 시중의 우스개 얘기를 전했을 뿐"이라며 "여교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었다. 전형적인 한나라당식 해명이다.
여 교사를 비하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여자 선생님'을 '여자 국회의원', '여자 판사', '여자 검사' 따위로 바꾸면 나 의원 해명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런데 나 의원은 자신이 겪었을 때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2009년 1월 7일 국회 문방위에서 전병헌 민주당 의원인 나 의원 외모를 언급하자 성희롱이라며 사과를 요구했었다.
<YTN> 2009년 1월 8일 <국회 문방위, '성희롱' 논란...'사과'> 보도를 보면, 나경원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방송법 개정에 반대하는 단체가) 내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전단에 적어 뿌리는 바람에 10분 만에 200여 통의 테러보다 심한 문자메시지, 음성메시지가 들어왔다"며 방송법 개정에 찬성한 자신을 비난하는 메시자 왔다며 문제를 보낸 이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때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나는 격려 전화를 받았는데 외모도 좋은 분이 왜 항의 전화를 받았을까"라고 반박하자 나 의원은 "성희롱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전 의원의 발언에 모멸감을 느낀다. 사과해 달라"고 요구했고, 전 의원은 "이미지가 좋다는 뜻으로 한 것이지만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외모발언은 동료의원에 대한 모욕이다"고 전병헌 의원을 비판했었다.
"외모도 좋다"는 말이 나 의원을 화나게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 의원 발언이 성희롱이라면 여성 교사들을 4등급으로 나눈 것은 더 심각한 여성교사 비하다. 외모 좋다고, 4등급 여성교사 정말 누가 나쁜 말 했는지 따져보면 초등학생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외모 좋다는 발언을 성희롱이라고 발끈했던 나 후보, 그럼 지난 달 29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김 전 대통령이 나 후보에게 "인상이 좋고 누가 봐도 멋있는 여자라고 생각하므로, 그게 점수를 따고 들어갈 것"이라고 말한 것과 김종필 전 총리가 나 후보 손등에 키스를 한 것은 무엇인가. 전병헌 의원 발언에 모멸감을 느꼈다면 김 전 총리 행동은 더 심각한 모멸감 아닌가. 하지만 나 후보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한명숙 전 총리를 '기생정치'라고 비난
나 후보가 김 전 대통령과 김 전 총리를 예방한 것은 서울시장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 후보는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인 지난 2007년 3월 11일 한명숙 전 총리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그때 나 대변인은 '기생(寄生) 정치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현안 관련 브리핑을 통해 "(한 전 총리가) 대선주자로 나서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대선주자로서 첫 행보가 국가 원로를 이용하는 것이어서 무척 실망스럽다"며 한 전 총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선 행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이라며 "민생정치가 아닌 기생정치로는 결코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기 바란다"며 한 전 총리가 '기생정치'를 한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었다.
한 전 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이 기생정치라면 나 의원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를 예방한 것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한 전 총리에게 기생정치를 했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나 후보를 보고 기생정치를 했다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생정치라는 말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임을 나 후보는 알아야 한다.
"BBK 주어가 없다"
나경원 발언 중 길이길이 남을 어록은 "주어가 없다"이다. 지난 2007년 대선때 BBK는 이명박 후보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 특히 대선을 며칠 앞두고 "BBK를 설립했다"는 광운대 특강 동영상이 알려지자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CD에는 'BBK를 설립했다'고만 언급돼 있지 '내가' 설립하였다고 돼 있지 않다"며 "이것을 '내가 설립했다'라고 하는 것은 명백히 허위의 사실"이라고 했었다.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주어'를 잘 쓰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교 갈 때 "엄마 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보다는 "엄마 학교 다녀올게요"라고 말한다. 당연히 BBK도 주어 없이 발언할 수 있다.
특히 미국 폭로전문업체인 위키리크스가 지난 달 공개한 BBK 관련 내용을 보면 이명박 후보측이 김경준씨 귀국을 막기 위해 미국 측과 협상을 시도했음이 밝혀졌다.
지난 달 6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07년 대선 한나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유종하 전 외무장관은 그해 10월25일 버시바우 대사를 만나 이 후보가 전문적인 사기 사건의 피해자이며, 김씨의 한국 송환은 이 후보의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칠 폭발적 이슈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 김씨를 대선 기간에 송환한다면 이는 내정간섭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지양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신당이 어제 'BBK 사건'과 관련된 김경준씨의 귀국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이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미범죄인인도조약에 의하여 2004년 5월경 미국 FBI에 의해 체포되어 미국내 구치소에 구속수감되어 있는 김씨가 3년이 넘게 한국행 송환을 거부하면서 송환판결에 항소중이다가 대선에 임박해 갑작스럽게 항소를 취하하고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야말로 여권의 정치공작이 있지 않았나 의심이 간다. - 2007.10.27 '신당은 미국 법원 가서 김경준을 모셔오라!!! - 정당하고 필요한 법절차의 진행을 귀국방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자 정치공세'
이제 이 발언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나 후보는 대변인으로서 이명박 후보측이 유종하 전 장관이 버시바우를 만난 것을 모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를 통해 드러난 이 후보측이 김경준 귀국을 막기 위해 미국측을 만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신당이 정치공작을 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후보측이 공작을 한 것이다.
김대중때도 군대 투입, 왜곡하면 안 되지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0년 4대강사업에 '청강부대'를 투입했다. 국방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를 보면 4대강 사업에 장교 7명, 부사관 10명, 병사 100명 등과 15톤 덤프트럭 50대와 건설장비 8대 따위로 병력 117명, 군 장비 72대를 투입했었다.
나경원은 의원은 지난해 10월 19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이석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김대중 정부에서도 철도공사의 군 병력을 동원한 사례도 있다"며 "그래서 실질적으로 군 병력 동원이 그동안에도 왕왕 있어 왔고 특별한 헌법적인 문제나 법률적인 문제가 없는 것은 맞습니다만 이것이 좀 기간이 길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는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이어 "헌법적인 문제나 법률적인 문제는 없다고 보여진다"며 "검토한 내용을 보니까. 실질적으로 법률적으로도 다른 행정청에서 행정요원을 요청하거나 직무 수행에 현저히 지장을 줄 때만 거부하도록 되어 있고요. 헌법 위반 부분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하나도 둘도 모르는 발상이다. 먼저 나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했다고 말한 것은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을 두고 한 것이다. 그런데 경의선과 동해선을 연결한 지역은 비무장지대와 민간인 통제선으로 당연히 군병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비무장지대에 군인들이 투입된 사실을 가지고 4대강 사업도 군병력 투입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민투표는 성전", 헌법 제20조 2항 위배
나경원 후보가 서울시장에 출마한 것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밀어붙였다가 투표함 뚜껑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주민투표가 한창 논란일 때 나 후보는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해야 될 꼭 필요한 성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성전(聖戰)'은 종교적 이념에 의하여 수행하는 전쟁을 말한다. 특히 기독교가 타종교와 전쟁을 할 때 자주 썼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도 테러를 성전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주민투표는 절대로 성전이 될 수 없다.
더구나 대한민국은 종교 자유(헌법 제20조 1항)가 있지만 특정 종교를 국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헌법 제20조 2항). 그런데 집권당 최고위원이라는 나경원 의원은 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를 '성전'이라고 했었다.
종교개념인 성전을 정치 영역으로 끓어들인 것 자체가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잘못했다는 해명도 하지 않았다. 제대로 한번 사과한 적이 없다. 나경원 후보 어록은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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