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가을 개화예술공원 안에는 야생화 전시장을 비롯해 문인들의 육필 시비와 해외조각가들의 작품들이 전시 되고 있다.
김학섭
온통 들이 황금색 물결이다. 잘 익은 벼들이 무겁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금년은 비 때문에 흉년일 거라던 예상을 깨고 주산면 삼곡리 일대에는 잘 익은 벼들이 가을 햇살에 미소 짓고 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웅천역에 도착한 시각은 7일 오후 일곱 시 십오 분, 병풍처럼 둘러친 산 때문에 어둠이 빨리 내려앉는 것 같다. 이양우 시인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웅천역에 도착하자 반갑게 맞아 준다. 산뜻한 공기에 몸도 마음도 맑아지는 것 같다.
얼큰한 동태찌개로 허전한 배를 채우고 집에 들어가니 사모님은 서울에 가셨단다. 둘이 방에 누워 티브이를 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새벽 시간, 부산스러운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이양우 시인님이 낚시 도구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바다낚시를 하러 가잔다. 나는 살생하는 것은 질색이지만 따라 나선다.
가을이라 그런지 새벽 공기가 몹시 서늘하다. 대천항구 옆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운다. 물이 빠지고 있어 잿빛 흙이 드러난다. 고기가 소풍을 나갔는지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다. 나는 고기가 잡히면 어쩌나 속으로 은근히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이양우 시인은 부지런히 그물을 쳤다 올리더니 망둥어를 꽤 많이 잡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