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5권짜리 비망록에 MB정권의 비리가 들어 있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언급한 '비망록'은 무엇?

등록 2011.10.10 10:23수정 2011.10.1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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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철 SLS그룹 회장은 사무실 압수수색이 14시간 이상 진행되고 있던 지난 8일 오전 0시 30분께 기자와 전화통화할 때 의미심장한 사실을 언급했다.  

"(내가 밝혀야 할) 진실을 글로 다 적어놓았다. 그것이 노트로 5권 분량이나 된다."

'5권의 노트'란 권력층의 비리가 담긴 비망록으로 보인다. 이것은 이 회장이 검찰 등 권력기관과 맞서는 '최후의 무기'다. 이 회장은 9일 오후 2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이 비망록의 존재를 거론했다.

"권력을 이용한 온갖 형태의 일들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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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철 SLS그룹 회장 ⓒ 구영식

그렇다면 이 회장이 작성한 '5권의 비망록'은 언제 작성됐고,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일까?

이 회장은 10일 오전 1시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지난 8월 국회에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내용을 폭로한 직후 비망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며 "5권의 노트에 비망록을 작성했고, 이것을 3권으로 압축한 것도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비망록의 내용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이야기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비망록의 내용은) MB정권 들어서부터 시작한다"며 "(거기에는) MB정권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비망록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을 이렇게 언급했다.


"첫 번째가 검찰의 비리, 두 번째가 경제계, 세 번째가 정치인들이다. 권력을 이용한, 군사정권에도 없었을 온갖 형태의 일들이 벌어졌다."

이 회장은 그 "온갖 형태의 일들"과 관련해 "비리형태의 일이고 다 돈으로 이루어졌다"며 "전부 불법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5권의 노트에 적힌 비망록은 'MB정권의 불법비리'에 관한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국철 게이트'로 번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여기에 누가, 어느 정도로 연루돼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전날(9일) 기자회견에서 "신재민 전 차관 건은 이 사건의 100분의 1도 안 된다"며 "지금까지 나온 사람들은 권력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 회장의 입에서 나온 인사들은 신 전 차관 외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권재진 전 법무부장관,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정부 고위인사 정도다.

이렇게 거론된 인사들을 "권력자"로 보지 않는다면 앞으로 예정된 추가 폭로에는 이들보다 훨씬 급이 높은 권력층 인사들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이 회장은 "대가성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대가성이 있었다"고 언급해 주목된다.

이 회장은 비망록을 모든 언론에 공개하는 상황을 ▲신재민 전 차관이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경우 ▲경우를 막론하고 자신이 구속되는 경우 ▲검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할 경우 등 세 가지로 압축했다. 그럴 상황이 온다면 "가차없이 까겠다"는 것이 그의 강력한 의지다. 

다음은 이국철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비망록에는 검찰-경제계-정치인들 비리가 다 들어 있다"

이국철 회장, 판도라의 상자 여나...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현정부 인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사용했다는 SLS그룹의 법인카드 전표 등 증빙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이국철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었다. ⓒ 연합뉴스


- 비망록은 언제부터 작성했나?
"지난 8월 국회에서 권재진 장관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이후 작성하기 시작했다."

- 비망록은 왜 작성했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검찰은 분명히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할 게 뻔하고, (SLS조선 워크아웃 과정에 개입한) 산업은행건은 개인비리로 몰고 갈 것이다. 박영준 등 (정권실세와 관련된) 사건도 결론은 뻔할 것이다. 내가 검찰에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지는 않는다."

- 구속될 상황에 대비한 것인가?
"구속은 관심 없다. 저는 혼자이고 저쪽(검찰 등)은 권력기관이다. 검찰이 여러 가지로 접근하겠지만 진실은 밝혀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진실은 밝혀질 수밖에 없다."

- '진실이 밝혀진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의 근거가 비망록인가?
"비망록을 다 까면 나라가 시끄러워진다. 그러면 특검으로 가지 않겠나? 그러면 진실이 밝혀지겠지. 또 정권이 바뀌면 첫 번째 진실규명 대상이 될 것이다."

- 비망록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첫 번째가 검찰의 비리, 두 번째가 경제계, 세 번째가 정치인들이다. 권력을 이용한, 군사정권에도 없었을 온갖 형태의 일들이 벌어졌다."

- 비리 형태의 일들인가?
"그렇다. (그 일들이) 다 돈으로 이루어졌다. 전부 불법이다."

- 대가성이 있는 일들이었나?
"대가성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은 대가성이 있다."

- SLS그룹 해체, 검찰수사 등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했나?
"그것은 아주 좁은 시각에서 보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신재민 전 차관이 검찰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다. 그것을 제가 알고 있는데 그것을 제가 까는 것이다."

-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전혀 안 된 것 같은데.
"그렇다."

"검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할 경우 가차없이 비망록 공개"

- 비망록의 내용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이야기인가?
"이명박 정권 들어서부터다. 이 정권의 모든 것이다."

- 이전 인터뷰에서 5권의 노트에 비망록을 작성했다고 했는데.
"그렇게 돼 있다. 그리고 그게 압축된 노트도 있다. 그것은 3권짜리다."

- 비망록은 어떤 경우에 공개할 것인가?
"우선 신재민 전 차관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을 때다. 그것은 신 전 차관과 검찰이 판을 짰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신 전 차관이 고소하면) 내가 100% 구속될 것이다. 두 번째는 경우를 막론하고 내가 구속되는 경우다. 세 번째는 검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할 경우다. 산업은행건은 개인비리로 몰고가는 것 같다. 그걸 경우 가차없이 (비망록을) 깐다."

- 사업가 김아무개씨한테 건넨 1억 원 수표가 2명의 전직 검찰 간부에게 갔다고 주장했는데.
"2명이 아니다. (나는 언론에) 추후에 공개할 검찰 관련 내용이 많다는 얘기를 했을 뿐이다."

- 오늘은 무엇을 수사한다는 것인가?
"모른다. 가봐야 안다."
#이국철 #SLS그룹 #검찰 #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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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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