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매출 짓밟는 골프장의 독, 과연 '나이스 샷'?

[강원도는 골프장 공화국⑥] 공생할 수 없는 동반자, 유기농업과 골프장

등록 2011.10.14 16:12수정 2011.10.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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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현재 강원도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은 42곳, 건설 추진 중인 골프장은 41곳이다. 이는 면적만 약 1225만 평(4376만9652㎡)에 달하며 여의도 면적의 18배, 축구장 6690개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더욱이 홍천군에만 13개의 골프장이 들어선다. 현재 강원도에 무분별하게 건설되고 있는 골프장으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점을 다양한 지역의 현장의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고 그 해결점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기자말>

지난 9월 26일,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가 아시아 최초로 경기도 남양주에서 열렸다. 정부는 이번 세계유기농대회 유치로 유기농업 저변을 확대하고 유기농 정신이 확산하는 계기 를 마련하며 우리나라 유기농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산실인 팔당 유기농단지는 철거될 계획이며, 유기농업을 지원하는 마을단지 옆에는 골프장이 들어설 상황이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도다.

'청정' 강원의 새로운 동반자가 골프장?

강원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전국 2위의 친환경농산물 인증 면적을 지니고 있다. 전국농산물품질관리원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실적 중 인증면적 비중 3위, 경지면적 비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강원도 내 시·군의 친환경농산물 총 재배면적은 1만4889ha로 춘천(8403ha), 홍천(855ha), 양구(731ha) 순이다. 이중 유기농 재배 면적은 총 1281ha로 홍천(231ha), 철원(209ha), 춘천(128ha) 순이다.

하지만 강원도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42개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고, 건설을 추진 중인 곳도 41개에 이른다.

a 유기농생태마을 두미리  두미리는 마을전체가 수박, 가지,쌀등의 유기농업을 하고 있으며 정부가 지원하는 유기농클러스터로 지정되어있다.

유기농생태마을 두미리 두미리는 마을전체가 수박, 가지,쌀등의 유기농업을 하고 있으며 정부가 지원하는 유기농클러스터로 지정되어있다.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그 중에 홍천군을 살펴보자.


강원도는 홍천군 서면 4개 마을(두미리, 반곡리, 어유포리, 팔봉1리)에 국고와 지방비 65억원을 들여 유기농클러스터를 조성했다. 유기농클러스터는 상지대학교와 홍천군, 강원발전연구원이 지원하고 있으며, 홍천군은 순환형 유기농 체계와 유기농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유기농협의회를 결성하는 등 생산, 판매 부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홍천군에는 현재 3개의 골프장이 운영 중이고, 10개의 골프장이 인허가 과정을 밟는 중이다.


이에 대해 홍천 주민들은 최근 유기농생산지 인근에 골프장 건설이 급증하면서 농약 및 하천오염으로 인해 친환경농산물 인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주민들의 우려에도 홍천군 서면 두미리에는 두미CC(회원제 18홀, 대중 9홀)가 사전환경성 검토과정을 거쳐 골프장 허가과정에 있으며, 팔봉리의 대명CC(대중 18홀)는 벌목이 진행되는 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a 두미리 마을 전경 두미리는 마을전체가 정부가 지원하는 유기농클러스터로 지정되어있다.농지옆 산을 깎아 골프장을 만들예정이다.

두미리 마을 전경 두미리는 마을전체가 정부가 지원하는 유기농클러스터로 지정되어있다.농지옆 산을 깎아 골프장을 만들예정이다.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특히 마을전체가 유기농업 생산지인 두미리는 수박, 가지, 쌀 등 매년 매출액이 40억 원에 이르며, 두미리 축산업 역시 정부 신활력 사업으로 9억 원의 지원을 받아 유기축사 시범농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이다.

앞서 두미CC 사업자는 2007년 10월에 주민제안서를 접수하면서 골프장 사업이 시작되었다. 환경성검토협의 과정에서 2008년 8월 원주지방환경청 장아무개 평가과장은 "동 골프장 개발사업은 친환경농업으로 추진하는 신활력 사업의 당초 취지 및 목적과 부합하지 않다"면서 "사업규모 축소가 불가피할것으로 판단된다, 개발허용범위및 주민제안서 입안여부를 재검토하라"라는 의견을 환경성검토협의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의견에도 환경성검토협의회의구성원인 홍천군은 두미리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최근 주민들이 이와 같은 과정을 알고 홍천군에 문제제기를 하였고, 2011년 9월 결국 홍천군은 유기농클러스터 조성사업 관련 저감 방안으로 제시된 내용에 대해 주민대책위원회와 합의하여 전문기관에 의뢰,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 사전환경성검토서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두미리 유기농클러스터 사업이 "목적과 효과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이루지 못한다"며 사실과 다르게 평가절하되어 기록되어 있다

사전환경성검토서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두미리 유기농클러스터 사업이 "목적과 효과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이루지 못한다"며 사실과 다르게 평가절하되어 기록되어 있다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한편 골프장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이와 같은 유기농 집단생산지 현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두미CC 사업자가 보완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서'를 보면 "두미리 친환경농업 클러스트사업은 목적과 효과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골프장 사업자가 제대로 된 조사없이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것이다. "커다란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라고 했는데, 앞서도 밝혔지만 홍천 유기농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하는 두미리는 매년 4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골프장 농약은 맹·고독성만 아니면 된다? 

a 잔디보다 못한 유기농업 골프장 잔디를 유지하기 위한 농약이 땅을 위한, 생명을 위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유기농업보다 우선일까?

잔디보다 못한 유기농업 골프장 잔디를 유지하기 위한 농약이 땅을 위한, 생명을 위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유기농업보다 우선일까? ⓒ 녹색연합


이처럼 마을 전체가 유기농업 생산지인 곳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안 되는 주된 이유는 골프장에 사용되는 '농약'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현실은 골프장의 농약에 대해 '관대'하다.

일반적으로 골프장은 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1년에 2회 이상 골프장 토양, 잔디, 유출수 시료를 채취하여 농약잔류량 검사를 한다. 그러나 이 검사는 맹·고독성 농약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이므로 보통독성, 저독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용이 금지된 농약 중 맹·고독성 농약이 검출될 경우 수질과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 1000만 원 이하, 잔디 품목 미등록농약이 검출될 경우 농약관리법에 의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각각 부과받을 뿐이다.

일예로, 2010년 충북도 내 골프장의 농약검출조사 결과, 전년도보다 검출빈도와 농도가 증가하였는데도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은 이를 고독성농약을 제외한 농약의 사용량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환경부가 2009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2008년)보다 골프장 수는 7% 늘었고, 전국의 골프장에서 연간 사용한 농약은 총 366.4톤으로 전년도 대비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편적인 예지만, 우리 유기농업이 골프장의 잔디보다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골프장 잔디를 유지하기 위한 '맹·고독성'이 아니라면 일반 농약은 이 땅을 위한, 생명을 위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유기농업에 영향을 끼치더라도 허용된다는 것일까.

골프장 3개가 하나의 하천공유시 200배의 오염 유발

그간 지속적으로 골프장에 따른 생태계 훼손 문제가 제기되자, 최근에는 '친환경골프장'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이름만 보면, 마치 골프장으로 주변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주는 듯하다.

그러나 2003년 한국환경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골프장 운영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산지에 입지하는 골프장은 구조적으로 수계의 발원지 또는 집수역에 조성되어 하천의 생태계를 단절하고, 골프장의 배출수에 의해 하류의 하천을 오염시켜 하천에 서식하는 생물의 서식지를 변하게 하고, 이러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오염에 내성이 생긴 종들만 생존하게 하여 종의 구성을 단순하게 만들어 자연적으로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도달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오염내성 지표식물인 깔따구류의 개체 수를 분석해 보았을 때 골프장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경우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에 비해 67배 이상의 오염도를 보이므로 골프장 3개가 한 하천을 공유할 경우 약 200배의 오염을 유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밝히고 있다.

공생할 수 없는 골프장과 유기농업

결국, 한 마을에, 하나의 수계를 사용하는 지역이라면 골프장에 따른 오염도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다시 주장하지만, 골프장과 유기농업은 공생할 수 없다.

그러나 '골프장의 입지 기준 및 환경 보전 등에 관한 규정'에는 광역상수원보호구역 등만 제시되어 있고, 현재 친환경농업지역으로부터의 거리 기준이 없다. 또한, 골프장 건설에 따른 사전환경성 검토, 환경영향평가단계에서 입지선정에 따른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영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이다.

a 두미리 지도 두미리를 사이에 두고 두미CC와 대명CC가 만들어질 계획이다. 골프장이 하나의 하천을 공유할 경우 오염도는 수백배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두미리 지도 두미리를 사이에 두고 두미CC와 대명CC가 만들어질 계획이다. 골프장이 하나의 하천을 공유할 경우 오염도는 수백배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결국, 마을 전체가 유기농업을 하는 두미리는 마을을 사이에 두고 2개의 골프장(두미CC, 대명CC)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골프장이 운영되면 유기농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친환경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두미리 농민 이지영씨는 다음과 같이 울분을 터뜨렸다.

"골프장 때문에 밤에 잠도 잘 못 잘 지경이다. 이게 말이냐 되냐. 유기농 하는데 옆에 골프장이 버젓이 들어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실제 유기농 인증까지는 관행농에서 저농약단계를 거쳐 무농약, 전환기, 유기농까지 최소 6~7년 동안 자식 낳아 기르듯이 신경을 쏟아야 한다. 아무리 골프장 농약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혹시 농약 검출되면 그동안 유기농업을 한 우리는 어떻게 먹고 사냐?"

정부는 1997년 친환경농업육성법 제정, 2001년 친환경농산물 인증제 시작으로 매 5년 단위 친환경농업육성 중장기 계획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저탄소녹색성장을 견인하는 사업으로 친환경농업을 부각하고, 2010년 4월에는 유기농 식품산업을 핵심 녹색성장과제라고 선정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증가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성장으로 유기 농산물 직거래가 활성화될 뿐 아니라 유기농 급식을 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어 유기농제품 시장은 향후 연간 30%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데, 강원도는 우리 모두의 건강한 먹을거리를 내주고 골프장만 얻을 것인가.
#강원도 #골프장 #두미리 #유기농 #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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