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산 은행나무 시 모음집 <노랑말로 말한다> 이 책은 ‘천태산은행나무를사랑하는사람들’(대표 양문규, 시인)이 해마다 여는 ‘천태산 은행나무 시제 걸개 시화전’에 걸린 시편들을 올올이 묶은 시집이다.
시에
나의 시가 한 그루의 나무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네플라스틱 스티로폼 시멘트 말고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처럼 창창하게살았으면 좋겠네나의 시가 발표되기 위해서는 수십 년을 살았을 한 그루의 나무가 베어질 것이네-시인 맹문재, '한 그루의 나무를 위하여' 몇 토막
시 모음집 <노랑말로 말한다>(시와에세이)에 실린 시들은 지난 9월 5일(월)부터 오는 12월 3일(토)까지 '천태산 은행나무 시제 걸개 시화전'에 가도 만날 수 있다. 이 시화전은 우리나라에선 가장 큰 걸개 시화전(약 3킬로미터)으로 영동 천태산 등산로 및 영국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가 있는 곳에서 지금도 펼쳐지고 있다.
이번 시 모음집에 시를 실은 시인들 대부분은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에게 시를 바치고 있다. '황금부채'(강서완), '은행나무 부부'(김경윤), '천태산은 지금 산후조리 중'(김남희), '은행나무 등불'(김명리), '은행나무 각시의 노래'(박윤규), '천태산 과부 은행나무'(유진택), '은행나무'(이소리), '은행나무 사랑'(정윤천), '은행나무 제왕'(최정란) 등이 그 시편들.
이번 행사를 이끌고 있는 양문규 시인은 11일(화) 전화통화에서 "아마도 한 나무에게 326명의 시인들이 한 마음이 되어 자신의 시를 바친 것은 전 세계에 없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집은 시와 마음을 모아 천태산과 영국사 은행나무의 고귀한 생명을 내일처럼 기뻐하고 감사하게 여기며, 이를 소중한 자산으로 가꾸고 기리기 위해 모아진 시편"이라고 말했다.
"가을도 다 갈 늦가을 무렵 나는 그 나무에게 가겠네"천태산 은행나무이파리가 무성한 나무뿌리에 우리는 앉았습니다그 옛날 우리는 연인이었고 키스를 했습니다그 옛날 우리는 죽은 사람들 죽은 사람들끼리의 연애를 아무도 개의치 않는 것처럼그 옛날 은행나무는 푸른 그늘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우리는 죽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키스는 어떤 사건이나 이야기의 불꽃이 되지 못했습니다-시인 김백겸, '낙엽이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는 시간' 몇 토막"시인 신경림은 '산길을 조용조용'이라는 시에서 "다람쥐가 놀랄라 / 산토기가 놀랄라 / 발걸음도 조용조용 / 말도 조용조용"이라며 사람과 자연은 하나일 때 가장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조용조용 던진다. 시인 임윤은 '은행나무는 흐른다'에서 "천 년은 너무나 짧아 / 차라리 돌이 되고야 말 / 화르르 날아오르는 노랑나비떼"라며, 은행나무 역사를 되짚는다.
시인 김영주는 '나무에게 가다'란 시에서 "가을쯤이면 좋겠네 / 가을도 다 갈 늦가을 무렵 / 나는 나무에게 가겠네"라며 그 은행나무가 되어 싹을 틔울 것이라 읊는다. 시인 황구하는 '환한 구멍'에서 "또 한 짐 부릴 수 있으니 / 절 한 채 떠메고 가는 비책, 저 구멍에 있다"며, 천태산 은행나무 때문에 하늘이 활짝 열리고 있다고 못 박는다.
영국사 은행나무는 천태산 자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상징물로 지난 197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목이다. 이 은행나무(키 31.4m, 가슴높이 둘레 11.5m)는 전쟁 등 나라에 큰일이 터질 때마다 미리 울음소리를 내며 알리는 등 영험한 기운이 서려 있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양문규 시인은 "'천태산은행나무를사랑하는사람들'은 지난 2008년 창립해 영동 영국사 은행나무가 지닌 귀한 생명을 내 일처럼 기뻐하고 감사하게 여기며, 이를 보존하고 가꾸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며 "그 뿐만 아니라 천태산 및 영국사 은행나무 일원 자연의 보존 및 뭇 생명들의 평화를 지켜내어 이를 명소화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오는 22일(토) 낮 1시부터 3시 30분까지 '2011 천태산 은행나무 詩祭(시제)가 열린다. 이번 시제는 시화전과 시낭송, 시노래, 천태산문학상 시상식, 사화집 출판기념회' 등으로 이어진다. '천태산은행나무를사랑하는사람들' 모임에는 문화예술인 5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제는 지난 2009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다.
나무야 네게 기댄다오늘도 너무 많은 곳을 헤맸고많은 이들 사이를 지나왔으나 기댈 사람 없었다네 그림자에 몸을 숨기게 해다오네 뒤에 잠시만 등을 기대게 해다오날은 어두워졌는데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다는 걸 안다네 푸른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잠시만 눈을 감고 있게 해다오 나무야 이 넓은 세상에서네게 기대야 하는 이 순간을 용서해다오용서해다오 상처 많은 영혼을-시인 도종환, '나무에 기대어' 모두 덧붙이는 글 | <문학in>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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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말로 끌어안는 세상, 노랑 잎사귀에 쓰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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