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I '萬里愛情(영원한 사랑)' 혼합매체(Mixed Media) 1990
김형순
백남준은 "TV는 멍청하기에 그 이미지를 변환하거나 왜곡해야만 똑똑한 기계가 된다. TV가 우리 삶을 공격하기에 그 반격으로 우리 스스로 TV를 만들자"라고 했는데 그는 텔레비전을 보다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매체로 바라본 것이 틀림없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백남준의 텔레비전 미학을 좀 더 알아보자.
백남준은 "비디오아트도 다빈치처럼 정확하게, 피카소처럼 자유롭게, 르누아르처럼 컬러풀하게, 몬드리안처럼 깊이 있게, 재스퍼 존스처럼 서정성 넘치게, 폴록처럼 격렬하게 대상을 형상화할 수 있다"고 했는데 텔레비전으로도 회화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겠다.
이런 측면에서 백남준은 텔레비전 모니터를 캔버스로 봤을 확률이 높다. '전파에서 나오는 선이나 전자 붓으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발상이었을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불가능해 보이긴 했지만 항상 '왜 안 돼(Why not?)'를 입에 달고 산 아방가르드 작가 백남준이 못할 게 무엇이 있었겠는가. 소품 '만리애정(萬里愛情)'은 바로 그런 화풍의 텔레비전 인물화다.
텔레비전, 비디오 그리고 모바일 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