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오라... 그래야 달라진다

[민교협 릴레이 기고]15일 여의도와 광화문을 점령합시다

등록 2011.10.14 11:59수정 2011.10.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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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 시간) 오후 로어 맨해튼 폴리스퀘어에 1만50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 "우리는 99%다", "매일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 등의 구호를 외친 뒤, 뉴욕증권거래소 인근 자유광장(주코티파크)까지 행진했다. 지난달 17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다. ⓒ 최경준


탐욕의 상징이 된 투기적 금융자본과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시장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고, 투기적 금융자본에 문을 활짝 열어 그들의 운동을 보장하는 게 살길이라고 대중을 현혹하던 '탐욕과 위선'의 흐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것은 사실 너무 당연한, 언젠가 필시 도래할 현상이었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양극화, 고용불안정, 자영소상공업자들의 몰락, 공적 서비스의 축소, 대량해고, 만연한 실업과 특히 청년층 실업의 확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가혹한 현실이 이미 대중의 목을 죄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대중의 비참한 현실을 기반으로 은행, 증권사, 개인 금융대자본, 신용평가회사, 그리고 그들과 유착한 대자본들은 막대한 부를 이전보다 훨씬 독점하고 있다. 단지 과거와 다른 것은, 이런 탐욕의 행진에 일부 중간층마저 '개미군단'으로 포섭돼 있다는 점이다. 

주가 등락에 많은 국민을 일희일비하게 하는 '포섭의 방식'은 탐욕의 메카니즘이 갖는 반민중적인 성격까지 은폐했다. 이것은, 20세기 초 독점자본주의의 탐욕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기초한 주식회사'의 등장으로 치유될 것처럼 간주되던 현실과 정확히 닮았다. 한때 세계화의 부작용을 경고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던 '20대80 사회'라는 개념은 이미 순진한 말이 됐다. 곳곳에서 '1대99 사회'라고 탄식이 터져 나온다. 

'낭떠러지 사회'의 출현, 누구 탓이지?

한국 천민 자본주의의 비참한 현실은 더욱 가공할 정도다. 900만 명을 헤아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삶의 한계선에서 고통받고 있다. 청년실업도 10%대에 이른다. 사회복지와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한국에서 '해고는 곧 죽음'이란 경고는 이미 현실이다. 자살 등으로 17명이 사망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를 보라.

청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이고,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고, 대학생은 '88만원 세대'로 그리고 '수험생'이라는 '위장된 실업자'로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는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그나마 정리해고를 막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노동조건을 확보하려면 김진숙씨처럼 죽음을 무릅쓰고 크레인 고공시위를 200일 넘게 해야 하는 상황. 정말로 한국의 현실은 가혹하다.


투기적 금융자본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이제 완전한 '낭떠러지 사회'를 한국에 출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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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부산 남포동 BIFF광장에서 '희망버스 부산 지지모임' 소속 회원들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촉구하며 밤을 지새운 '5차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에게 아침으로 주먹밥과 어묵을 나눠주고 있다. ⓒ 유성호


이러한 극단의 현실 이면에는, 거대한 투기 이익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는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자본 블럭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위기에 처할 때는 공적 자금, 즉 서민들의 고혈로 지원을 받고, 평상시에는 '서민을 무시한 돈벌이'로 자기 이익 올리기에 혈안이다.

부실과 위기, 투자 위험을 공적 자금으로 메우고, 이익은 자기들끼리 독식하는 미국 월가의 금융자본의 모습이 한국에서는 더욱 탐욕스런 양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탐욕과 은폐의 반민중적 현실은, 국제경쟁력 강화와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에 의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자본의 '심장' 월가에서 시작된 파열음

다행히 이러한 탐욕의 행진에 거대한 파열음이 들리고, 거대한 대중의 저항이 나타나고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the Wall Street)" 구호 아래 미국 금융가의 심장인 뉴욕에서 지난 5일 시작된 분노의 저항은 이제 워싱턴을 비롯한 미 전역은 물론 전세계로 확산 중이다.

그리고 이번 토요일인 10월 15일 '전지구적 공동행동의 날'을 앞에 두고 있다. "모두 함께 점령하라"는 구호를 내건 시위가 전세계 도시에서 벌어질 예정이고,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금융가의 시위도 예정되어 있다.

이번 월가를 시발지로 하는 시위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새로운 연대성의 출현이다. 미국 월가에서 청년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가 노동자와 일반시민 시위로 확산되면서 희망의 연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김진숙씨의 목숨 건 투쟁으로 촉발된 노동자와 시민의 연대, 즉 '희망버스'가 이미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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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위


또한 FTA반대 단식농성이 벌어지는 서울시청 앞 대한문 광장, 반값등록금 투쟁이 벌어지는 청계천 광장도 이미 우리에게 있다. 이러한 연대와 행진이, 2007년 대선에서 50% 넘는 지지를 받았던 이명박 대통령을 재임 3년여 만에 국민적 분노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또 무상급식과 같은 복지의제를 정치의제로 부상하게 만든 힘이 되었다. 이제 자본의 탐욕만이 우대받는 '보수의 암울한 퇴행의 시기'를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보인다. 

둘째,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흐름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인식과 태도에 균열이 생겼다. 그동안 한국과 세계 전역에서 신자유주의 물결은 저항과 반항이 아닌 순응과 굴종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이전과 달리 저항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걸 이번 분노의 흐름은 보여준다. 

셋째, 투기적 금융자본의 운동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미국, 뉴욕의 중심부에서 반란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신용평가라는 이름으로 후진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월가의 거대한 권력에 반기를 드는 성격을 띤다. 1999년 시애틀 투쟁 이후, 2000년 이후 지속되온 반세계화 운동은 주로 WTO라는 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질서의 출현에 대항하는 저항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구체적으로 월가라고 하는 투기적 금융 블럭을 타게팅하고 있있다. 

넷째,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질서에 대항하는 급진민주주의적 운동 성격을 띤다. 20세기 역사를 돌아볼 때, 자본의 탐욕스런 운동을 완화하고 그나마 최소한의 인간다운 얼굴을 강제했던 것은 노동자와 대중의 투쟁, 희생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신자유주의 공세로 해체된, 20세기 후반의 큰 성취였던 보편적 복지도 사실 아래로부터의 투쟁에 의한 '강요된 개혁'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투쟁도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리해고를 '적자기업의 불가피한 경영합리화'로 선전했던 한진중공업 자본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 김진숙의 사투(死鬪), 그리고 희망버스로 표현된 '노동자와 시민의 연대' 투쟁이 바로 조남호를 국회청문회에 세우고 보수정당 마저 정리해고를 철회하도록 압박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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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5차 희망의 버스'가 출발한 가운데, 8일 오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이런 점에서 이제 순응과 굴종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분노의 반역'을 행하는 것이야말로 가혹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동력이다. 

분노의 행진이 자본의 탐욕에 맞선다

지난 토요일(8일) 5차 희망버스의 현장에 서서, 한진중공업을 마주하는 영도다리 건너편, 남포동 격돌의 현장에 서서, 이 격돌의 현장이 바로 희망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제 이번주 토요일(15일)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전세계적인 공동행동과 함께 하는 분노와 희망의 행진이 벌어질 것이다. 여의도 금융가와 광화문이 이제 탐욕스런 투기적 금융자본과 MB권력이 짓누르는 현장이 아니라, 바로 자본과 권력을 넘어서는 희망의 현장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거기서 우리는, 탐욕의 시대에 대항하는, 분노한 노동자·농민·서민·자영업자·대학생·지식인들의 연대 행진을 보게 될 것이다. 누가 이 브레이크 없는 투기적 금융자본의 '탐욕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

나는, 분노의 행진만이 대한민국과 세계를 바꾸는 힘이라고 믿는다.
#월가를 점령하라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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