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원대생 '1만 배' 정성...대학본부 '고집' 꺾었다

16일 오전 1시 목원대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 허가" 결정

등록 2011.10.13 19:17수정 2011.10.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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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최종신 : 16일 오전 1시 50분]
목원대,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 허가 결정

목원대학교가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허가하기로 했다. 15일 오후 8시께 목원대생 김아무개(24)씨가 사흘째 '1만 배'를 하고 있는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을 찾은 목원대학교 부총장은 5시간여의 협상 끝에 '학생들의 자유로운 서명운동을 허가하겠다'는 데 합의했다.협상에는 김씨의 학교 친구들도 함께 참여했다.

이로써 김씨는 '7800배'로 시위를 마치기로 했다. 김씨는 학교로 돌아가 '등록금 인하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목원대는 올해 등록금이 3% 올랐다.

앞서 김씨는 학교 측에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허가해달라"고 요구하면서 "1만 배가 끝날 때까지 학교 측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분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는 지난 3개월 여간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둘러싸고 '징계 경고'는 물론이고 '서명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쓰는 등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16일 오전 1시께,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3신 : 15일 오후 1시 6분]
'1만 배 후 분신' 목원대생, 오늘 1만 배 채운다

15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목원대생 김아무개씨가 1만 배 하는 것을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 홍현진


15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는 목원대생 김아무개씨가 3일째 '1만 배'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14일), 최종 목표인 1만 배 가운데 6000배를 채운 김씨는 오전 11시께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340배를 마쳤다. 오늘 4000배를 더 해서 1만 배를 채우겠다"고 말했다.

김씨 주위에서는 목원대 국어교육과 친구들이 김씨를 걱정스러운 눈길로 지켜보고 있었다. <오마이뉴스> 보도와 트위터를 보고 14일 대전에서 상경한 학과 친구 10여 명은 광화문 광장 근처 모텔에서 잠을 청하고 다시 세종대왕상 앞에 나왔다.


"게시판에 학교 비판 글만 올려도 전화와...억압적인 분위기"

박아무개(국어교육과 2)씨는 "학교 안에서도 ○○이를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학교 눈 밖에 날까봐 못 오고 있다"면서 "이것만 봐도 학교 분위기가 얼마나 억압적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박아무개(국어교육과 2)씨 역시 "학교 게시판에 학교 비판하는 글을 쓰기만 해도 전화가 오고 글이 삭제된다"면서 "많은 분들이 서명운동을 왜 허가받고 하느냐고 황당해하시는데 우리 학교 상황이 그렇다"고 전했다.

김씨가 '서명운동을 허가해달라'면서 3개월 넘게 싸우고 있는 것도 학교 측에서 '허가받지 않은 유인물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서명운동을 펼치는 것은 학칙에 위반돼 징계할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

이와 관련된 목원대 학생준칙을 보면, 외부 게시물은 총무처장의 허가와 승인을 받은 후 게시해야 하고 학생 또는 학생단체가 발간하는 정기·비정기 간행물은 총장의 사전 승인 없이 발행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또한, 학생 또는 학생단체가 교내·외 10인 이상의 집회, 기관 또는 개인에 대한 학생활동 후원요청 등을 하려면 학생처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서명운동을 시작하려고 할 때 저한테 상담을 해오더라고요. 그때 정말 한나라당이 뭔지 민주당이 뭔지, 운동권이 뭔지 알지도 못하던 애였어요.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서 서명운동을 하려고 했는데 학과 교수님들이 서명운동 안 한다는 각서까지 쓰라면서 계속 막으니까 점점 더 극단적으로 간 것 같아요. 처음부터 극단적이었던 게 아니에요."(박OO)

"정말 저희가 '예수'라고 그랬어요. 시험기간에 제가 과대표였는데 ○○이가 쇼핑백 두 개를 들고 저를 찾아왔더라고요. 애들 1학년 때 문법이 어려우니까 자기가 참고서처럼 정리했다면서 자기 사비를 들여서 제본을 해왔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가 했다고 말하지 말래요. 정말 착하고 좋은 선배였죠. 당장 월요일이 중간고사인데 안 올라올 수가 없었어요. 장례식장에서 친구를 볼 수는 없잖아요."(박OO)

김씨 아버지 "이제는 저도 제 자식 마음을 모르겠다"

학생들과 학교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4일 국어교육과 교수, 총학생회 등이 김씨를 찾아 '1만 배 중단'을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총장님이 오셔서 서명운동을 허가하기 전까지는 1만 배를 멈출 수 없다"며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김씨의 아버지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 아이를 집에 데리고 가서 2시간 넘게 설득했는데 이제는 저도 제 자식 마음을 모르겠다"면서 "서명운동 허가가 어려운 일도 아니고, 총장님 자식이 저렇게 6000배 넘게 하고 있어도 저렇게 나 몰라라 할까 싶다"고 답답해했다.

현재 세종대왕상 근처에는 학교 관계자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상시 대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학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학생처장과 통화했지만 "할 이야기가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한편, "학교 측이 아이를 정신병원에라도 보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는 김씨 아버지의 14일 인터뷰 내용과 관련, 목원대 학생과 관계자는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가 지난 4개월간 너무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니까 학생이 진심으로 걱정돼 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2신 : 14일 오전 11시 30분]
'1만 배 후 분신하겠다'는데 "정신병원 보내라"?

14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목원대생 김아무개씨가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허가해달라'며 이틀째 1만 배를 하고 있다. 김씨는 학교 측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만 배 후 분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홍현진


학교 측에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허가해달라며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1만 배 후 분신'을 하겠다고 밝힌 목원대생 김아무개(24)씨가 14일 오전 10시 현재까지도 1만 배를 진행하고 있다. 우비를 입고 모자를 쓴 김씨는 빗물로 흔건히 젖은 방석 위로 한 배, 한 배 절을 했다. 전날(13일) 2250배를 한 김씨는 근처 사우나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이날은 한 시간 여 동안 300배를 올렸다.

학교 측 "서명운동 내년 3~4월로 미루자"...김씨 "못 받아들인다"

지난 13일 오후, 김씨가 1만 배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오마이뉴스>와 트위터를 통해 알려지자 박자은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이 오후 9시께 세종대왕상 앞을 찾아 김씨를 설득했다. 하지만 김씨는 "학교 측은 제가 1만 배를 하고 분신자살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이 상황에도 서명운동을 허가해줄 수 없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학교"라면서 "어찌됐건 1만 배를 다 마친 후 학교 측의 입장을 듣고 분신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도 세종대왕상 앞을 찾은 학생과 관계자는 "보도 이후 학교 측에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학교 측 사정이 있기 때문에 서명운동을 당장 허가해주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지난 13일, 김씨의 아버지와 학생과 관계자는 김씨에게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김씨의 아버지는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학교 측이 최근 '부실대학'으로 지정돼 실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서명운동을 하게 되면 학생들이 동요할 수 있기 때문에 서명운동을 내년 3~4월로 연기하고 설문조사 문항은 총학생회 측과 협의해서 정하자고 했다"면서 "이러한 내용을 메모해서 서면으로 전했더니 아이가 찢어버리더라"고 말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이후에 아이와 대화를 해보니, 내년 3~4월이 되면 총학에서 이걸(서명운동)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총학은 완전히 학교 편"이라면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목원대 총학생회가 속해있는 대전 사립대 총학생회 연합은 '반값등록금 촛불'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 6월 "학생들을 현혹시키는 과격 시위행위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씨 아버지 "학교 측의 오만한 대화방식이 문제"

14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목원대생 김아무개씨가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허가해달라'며 이틀째 1만 배를 하고 있다. 김씨는 학교 측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만 배 후 분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홍현진

김씨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분신자살'만 이야기 듣고 아이의 행동을 굉장한 독선과 아집으로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어제 아이가 만든 유인물을 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도록 학교에서 아무런 대책이 없었을까 싶었다. 학교 측의 오만한 대화방식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답해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학교 측의 대응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트렸다.

"지금 학교 측에서는 아이를 정신병원에라도 보내야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학교 측은 할 도리를 다 했다는 것이다. 학생계장 말에 의하면, 총장이 화가 많이 나서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아이가 서명운동허가 말고 다른 무리한 요구를 했다면 저 역시 학교 편을 들고 싶지만, 서명운동은 불법이 아니다. 아이 말로는 3~4개월 전부터 온갖 방법을 다해 부탁을 했는데도 안 들어줬다고 한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총장이나 부총학생이나 총학생회장이나 과 교수 아무도 나오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

이날 세종대왕상 앞에서는 김씨와 지난 6월 '반값등록금 운동'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는 김선근(34)씨를 만날 수 있었다. 현재 충남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김씨는 "어제 소식을 듣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이가 서명운동을 계획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 상담을 했었다"면서 "학교가 워낙 억압적이고 보수적이라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충남대, 카이스트 총학생회 등과 논의해 목원대에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1신:13일 오후 5시 21분]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 허가해 달라" 1만 배

대전에 위치한 목원대학교(총장 김원배) 재학생 김아무개(24)씨가 학교 측에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허가해달라"고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1만 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씨는 1만 배가 끝날 때까지 학교 측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교육과학기술부 정문으로 이동해 분신자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는 경찰과 학교 관계자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13일 오전 10시 30분께 세종대왕 동상 앞에 나타난 김씨는 오후 4시 40분 현재까지 1만 배를 진행하고 있다. 깡마른 몸에 삭발을 한 김씨는 '표현'이라는 글씨 위에 '엑스'자 표시를 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10번 절 할 때 마다 한 획, 한 획 노트 위에 그어나간 '바를 정'자는 어느새 30개가 됐다. 1500배를 한 것이다. 마치 쓰러지듯 절을 해 나가던 김씨는 준비해 온 등산용 지팡이에 의지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노트 옆에는 김씨가 학생들에게 받으려던 '등록금 인하 및 요구사항 수렴을 위한 서명운동' 용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목원대 관계자 "부실대학 선정돼 실사 앞두고 있어...허가 어려워"

목원대생 김아무개씨가 세종대왕상 앞에서 1만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 학생은 1만배가 끝날때까지 학교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경우 교과부 앞에서 분신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홍현진

<오마이뉴스>기자와 만난 김씨는 "저희 학교는 2011년도에 등록금이 동결은 커녕 인상됐다. 등록금 인하를 비롯해서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들어달라는 서명운동을 하려고 했는데 학교 측에서는 총학생회만 서명운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이곳에 오면 총학생회만 (서명운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을 안 하지 않을까 싶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반값등록금'에 대한 요구가 전국을 강타하는 가운데도 목원대는 등록금을 인상하는가 하면,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폭포가 갖추어진 쉼터 조성, 외부 손님 접대용 식당 신축, 불필요한 보도블록 교체 등에 사용했다고 한다.

이에 김씨는 학생들의 불만과 요구 사항을 모아 학교 측에 정식으로 전달하기 위해 3개월 전 '서명운동'을 계획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서명운동을 허가해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씨에 따르면, 학교 측은 김씨가 서명운동을 위해 허가받지 않은 유인물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선동하는 것은 '학칙'에 위배돼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김씨는 "학교 도서관 앞에서도 이렇게 절을 했는데, 총장과 총장 비서가 그냥 보고 지나쳤고 다음 날에는 교수님들이 '서명을 받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게했다"면서 "심지어 인터넷 게시판에 '이렇게 하면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다'고 올렸더니 학교직원이 '차라리 죽으라'고 말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가 '1만 배'를 하는 현장에는 목원대 학생과 관계자도 나와 있었다. 서명을 불허한 이유를 묻자, 이 관계자는 "학교가 '부실대학'으로 선정되면서 실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서명을 허가해 주기가 쉽지 않았다"고 난처해했다.

학생과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의 아버지 역시 광화문 광장 근처에서 학교 관계자와 함께 대기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아버님이 자신이 나타나게 될 경우 아들이 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근처에 계신다"고 전했다.
#목원대 #등록금 #반값등록금 #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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