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복기왕 아산시장(사진 왼쪽)과 아산시의회 이기애 의원이 ‘아산시 인재육성 지원 프로그램’을 놓고 1% 학생만을 위한 특혜시비 등 설전을 벌였다.
충남시사 이정구
마지못해 출석하는 아산시 인재육성반 아이들아산지역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200여명을 선발해 구성한 아산시 인재육성반. 서울 강남지역 학원에서 영입했다는 강사 10명과 아산지역 학교 교사 2명이 수학, 영어, 논술 과목을 매주 토요일 온양한올고등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아산시의회 이기애 의원이 요청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평균 출석률은 78%였다. 50명 중 하루 평균 11명이 인재육성반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시의원에 따르면 가장 심했던 날은 50명 중 무려 40여 명이 결석한 날도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 결석한 날도 있었다.
그렇다면 성적은 어떨까. 이 시의원에 따르면 100점을 맞은 학생도 있었지만 60~70점대 학생들이 상당수 있었고 최하 45점을 받은 학생도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일반 학교의 일반 학급에서 나오는 성적 분포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물론 전체 평균 점수가 일반학교보다 더 높을 수도 있지만 아산시 인재육성반은 아산시가 연간 7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운영하는 특수 학급인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닐 수도 있다.
이기애 시의원은 "안타깝게도 고등학교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자료밖에 분석하지 못했다"며 "시정 질문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인재육성반과 관련된 더 많은 자료를 요구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공개가 안 된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인재육성반에 참여하는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마지못해 참여했다는 학생도 많았다. 또 자신이 참여하지 않으면 수업이 진행되지 않아 미안한 마음에 참여했다는 학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학원 강사 64시간 강사료 '1600만원'…학교 교사 5년차 월급 '250만원'아산시 인재육성반에 초대된 사설학원 강사료는 얼마나 될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재육성반에는 서울 강남에서 영입했다는 학원강사 10명과 아산지역 학교교사 2명이 강의를 맡고 있다. 1학기 중 최고액을 수령한 학원 강사는 40시간 강사료로 1200만원을 수령했다. 반면 아산지역 학교교사 2명은 44시간 강의하고 각각 44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름방학 기간에는 총 29일간 15명의 강사에 의해 인재육성반이 운영됐는데 최고 64시간을 강의한 2명의 강남출신 학원 강사는 각각 1600만원씩 수령했다. 반면 아산지역 학교 교사 2명은 각각 640만원을 수령했다.
이에 대해 이기애 시의원은 "하루 4시간씩 10일 강의한 대부분 학원 강사들은 920만원~1200만원을 수령해갔다. 이 짧은 시간에 학원 강사들이 아산의 학생들에게 어떤 능력을 심어주고 갔는지 궁금하다"고 언급한 후 "밤낮으로 수업을 준비해 하루 종일 혼신의 힘을 다해 가르치는 5년차 학교 교사 월급은 250만원이다. 교사뿐만 아니라 어려운 경제 환경에 처한 시민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 시의원은 "인재육성반 예산집행계획서를 보면 강사료가 5억2200만원이고, 다른 부대비용이 1억8000만원이다. 60일의 짧은 강의날짜와 낮은 출석률로 운영되는 인재육성반에 지출되는 막대한 예산은 바로 인재육성반 200명에 선택되지 못한 1만7000여 학생의 학부모들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돈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시의원은 기회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이 시의원은 "인재육성반이 좋은 제도인지도 모르겠고, 정말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검증되지 않은 학원 강사를 비싼 몸값으로 초청하면서 아산지역 학교 교사들에게는 참여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학원 강사는 프로, 학교 교사는 아마추어?"사교육 종사자(학원 강사)는 스포츠로 말하자면 프로다. 학교 교사의 보수는 가이드 라인이 정해진 것으로 안다. 단순하게 돈으로만 비교하면 학원 강사와 학교 교사의 차별에 대한 지적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서울 강남의 학원 강사들 수입은 정말 만만치 않다. 서울의 학원 강사가 아산까지 찾아오는데 대한 보상금을 강사료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학원 강사는 지식전달자이고, 교사들은 스승 아닌가. 사회적 존경이 다르고 사회적 보장이 다르다. 시간당 보수가 얼마인가는 비교대상이 아니다.…"복기왕 아산시장이 지난 14일 이기애 시의원의 시정질문에서 답변한 내용이다.
'공교육 문제의 대안이 사교육인가'라며 시작 단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아산시 인재육성지원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된 복기왕 아산시장의 발언이 아산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복 시장은 시정질문 답변 도중 "아산지역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아산시 인재육성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고 말한 후 "이는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나의) 교육철학과는 맞지 않지만 거부할 수도 없다"며 자신의 교육철학과는 상반된 교육정책을 펴고 있다고 자인하기도 했다.
복 시장은 또 "구체적인 강사료는 파악 못했지만 애초 수준 있는 강사를 어떤 방법으로 데려 올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경제적인 능력을 떠나 서울에 가지 않고도 질 좋은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주기 위한 고육지책 이었다. 인재육성반을 시작할 당시 다수의 학부모들은 어렵더라도 시 예산으로 학력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반면 일부 평등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피켓 시위도 있었지만 전체로 볼 때 작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도 잘못된 지적이 아니기에 속으로 아파하면서 시행했다"고 말했다.
1%의 학생만을 위한 교육정책이 도시경쟁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