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0배'...'크레인' 보며 절하는 사람들

107일째 '백배서원' 중인 김정중·윤미라·김은하씨..."안전하게 내려오길 기원"

등록 2011.10.17 09:48수정 2011.10.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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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앞에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100일 넘게 매일 100배를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또 노동탄압과 손배가압류 등에 맞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익·곽재규 열사의 8주기를 앞두고 있어 '정리해고 철회'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85호 크레인 35m 높이에서 15일로 283일째, 정리해고자 박성호·박영제·정홍형씨는 중간층에서 111일째 "정리해고 철회 없이는 내려가지 않겠다"며 고공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오는 24~30일은 고 김주익·곽재규 열사 추모기간이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은 매년 양산 솥발산 묘소에 참배하고 있으며, 다양한 추모 행사를 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신임 지도부는 고 김주익 지회장 8주기를 맞아 15일 오전 솥발산에 있는 묘소를 참배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신임 지도부는 고 김주익 지회장 8주기를 맞아 15일 오전 솥발산에 있는 묘소를 참배했다.정태훈

고 김주익 지회장은 85호 크레인에서 129일간 고공농성하다 2003년 10월 17일 목을 매 숨졌고, 조합원 곽재규씨는 그해 10월 30일 영도조선소 4도크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새 지도부와 몇몇 조합원들은 15일 양산 솥발산에 있는 고 김주익 지회장 묘소를 참배했다. 고인의 누나와 형, 조카들도 참여했다. 음력으로 이날이 제삿날인 것이다.

김정중, 윤미라, 김은하씨 '백배서원' 100일 넘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맞은편 인도에서는 100일 넘게 매일 저녁 100배를 하는 시민들이 있다.사진은 15일 저녁 3명이 100배에 앞서 기도를 올리는 모습.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맞은편 인도에서는 100일 넘게 매일 저녁 100배를 하는 시민들이 있다.사진은 15일 저녁 3명이 100배에 앞서 기도를 올리는 모습.윤성효
8년 전에는 두 생명을 잃었지만, 지금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몸부림이 간절하다. 한진중공업 조합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나섰다. 대표적으로 김정중(53)·윤미라(44)·김은하씨다. 이들은 85호 크레인이 바로 앞에 보이는, 신도브래뉴 아파트 앞 인도에서 '생명평화를 위한 백배서원'을 하고 있다.


'백배서원'은 지난 6월 말부터 시작했는데, 15일 현재 107일째를 맞았다. 이들은 매일 저녁 6시30분에 모여 기도를 한 뒤, 100번 절을 한다. 이곳의 '백배서원'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리고 있다.

이들은 한진중공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가족 중에 한진중공업에 다니는 사람도, 정리해고자도 없다 그야말로 순수한 시민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매일 100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중씨는 '참깨네'(참교육을지키는깨어있는네티즌) 소속 회원이면서 '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 회원이다. 김씨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목숨을 걸고 크레인에 올라갔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면서 "더 이상 죽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마음에 절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주익·곽재규 열사가 자살한 때가 2003년으로, 참여정부 때다. (노사모 회원으로서)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게 내 마음 속에 부담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100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을 했다"고 말했다.

 김정중씨를 비롯한 3명은 15일 저녁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앞에서 '생명평화를 위한 100배 서원'을 하고 있었다.
김정중씨를 비롯한 3명은 15일 저녁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앞에서 '생명평화를 위한 100배 서원'을 하고 있었다.윤성효

그러면서 그는 "고 노무현 대통령은 '노동문제로 목숨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 것 같다. 노동문제로 인해 사람이 죽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미라씨는 "마음 속에서 처음과 지금이 달라진 게 없다. 크레인에 올라간 사람들이 무사히 내려오기를 바랄 뿐이다. 일반 시민들도 마음을 졸이면서, 크레인 농성자들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싶었고, 농성자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싶었다"면서 "처음에는 노동문제에 대해 잘 몰랐는데, 절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제사가 있는 날만 빠지고 모두 참석했다. 요즘은 여기서 절을 한다고 저녁에 다른 일을 못하고 있다. 저녁 만남 약속도 없다. 고공농성자들이 하루 빨리 안전하게 내려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들이 100배를 할 때마다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기도 한다. 김정중씨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이전에 만난 적도 없고, 100배를 하면서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다. 그러나 절을 하고 나면 손을 흔들어 인사를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신임 지도부는 고 김주익 지회장 8주기를 맞아 15일 오전 솥발산에 있는 묘소를 참배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신임 지도부는 고 김주익 지회장 8주기를 맞아 15일 오전 솥발산에 있는 묘소를 참배했다.정태훈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 #고 김주익 지회장 #양산 솥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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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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