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150% 승리" - "나경원 차기 시장님"

[나-박 주말유세] 현장 인기는 '박빙'... 같은 장소에서 표심잡기

등록 2011.10.16 15:01수정 2011.10.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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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여의도에서 열린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을 만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대회에 참여한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참가자들과 함께 몸을 풀고 있다. ⓒ 남소연


[2신 : 오후 5시 30분] 

눈 높이 맞추는 박원순 - 스킨십 자연스런 나경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의 16일 일정은 많이 겹쳤다. 오전 9시께 농촌사랑 마라톤대회, 오후 1시께 108산사 순례기도회 창립 5주년 기념 대법회, 오후 3시께 '위아자 나눔장터'까지. 두 후보는 같은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주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선거일이 1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곳을 찾아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위아자' 제가 시작한 것 아시죠?"

'홈그라운드'에 온 박원순 야권단일후보는 여유가 넘쳤다. 16일 오후 3시 10분께 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에서 열린 '위아자 나눔장터'에 온 박 후보는 '위아자'를 처음 시작한 게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와 함께 유세를 하기 위해 온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그래여?"라며 맞장구 쳤다.

박 후보는"<중앙일보>가 펼친 빈곤계층 자립운동인 위스타트의 '위'와 아름다운 가게의 '아'와 자원봉사자의 '자'가 합쳐진 게 위아자"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가 위아자 장터를 떠난 지 5분 후인 3시 50분께,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등장했다. 십여 명의 한나라당 운동원들이 파란 옷을 입고 나 후보를 맞이했다. 그는 "<중앙일보> 어디 있죠? 오라고 해서 왔는데"라며 기자부터 찾았다. 


이처럼, 같은 장소를 비슷한 시간에 방문한 두 후보의 유세 장면은 달랐다.

먼저 장터를 둘러본 박 후보는 뿌듯한 얼굴이었다. 그는 자신을 삥 둘러싼 시민을 향해 "위아자, 시민 행복하고 좋은 일이죠"라 물은 후 "서울시장 되면 (즐거운 일) 매일 하겠습니다, 시장이 별 건 가요? 시민과 함께 즐겁게 사는 게 시장이죠"라 외쳤다. 시민들은 "네!"라고 화답했다.


박 후보는 장터 곳곳을 누비며 시민과 만났다. 자꾸 주저앉아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통에 보좌진들은 "얼른 가셔야 한다"며 그를 잡아끌었다. 박 후보를 보기 위해 몰려든 시민은 "무조건, 150% 승리입니다"라며 박 후보에게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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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전 여의도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남소연


나 후보는 "사람이 많아서 위험할 것 같다"며 장터 안쪽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대신 장터 외곽을 돌며 빠른 걸음으로 이동해 많은 사람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시민들은 나 후보 주위로 와 악수를 청하며 "차기 시장님, 수고가 많으십니다"라며 덕담을 건넸다. "노인 복지에 더 신경 써 달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나 후보는 환한 웃음을 띠며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 반갑게 응했다. '수제 액세서리'를 파는 곳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앉아 머리끈 두 개를 사기도 했다.

나 후보의 '시민 스킨십'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다가 왔을 때 껴안고 어깨를 다독이며 "이런 끈은 누가 사줬어?" "몇 살이야?" 등의 말을 친근하게 건넸다. 나 후보 스스로도 "초·중 여학생에게 인기가 많다"고 자랑하며 아이들에게 "큰 사람 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반면, 박 후보의 스킨십은 뭔가 어색했다. 이를 두고 김진애 의원은 "A형 시장님"이라 놀리기도 했다. 박 후보는 "앞에 나서는 게 쑥스럽고 힘들다"면서도 "그래도 계속 하다 보니 되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30분 동안 장터를 돌아본 박 후보는 "감개무량"하다며 "7년 전에 시작한 일이 지속 가능성 있게 즐거운 장터가 됐다, 좋은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15분 만에 장터 유세를 마친 나 후보는 소감을 묻자 "시민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머리끈도 사고 좋다"며 서둘러 다음 행사장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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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여의도 마라톤대회에서 만난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는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의 뒤편으로 '삶의터전 짓밟는 오세훈의 르네상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보인다. ⓒ 남소연


[1신 : 16일 오후 12시 40분]

나경원 - 박원순 유세 장소가 자주 겹치네

홍준표-손학규, 불심(佛心)잡기 위해 총력


"나경원 후보는 진흙탕서 핀 연꽃같은 정치인"(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의 모진 공격을 참고 견디고 포용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 덕분"(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108산사 순례기도회 5주년 기념 대법회' 자리에서 만난 여야 대표의 말이다. 여야 대표들은 이날 대법회 행사에 나경원-박원순 후보와 함께 나란히 참석해, 불심(佛心) 잡기에 총력을 다했다.

먼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박원순후보와 나경원 후보 사이에 맨 처음에는 20% 차이가 났다"면서 "지금은 박빙 관계인데, 부처님의 공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중 사이에서 박수가 이어지자, 홍 대표는 "나 후보는 진흙탕에서 핀 연꽃같은 정치인"이라며 "조계종 성역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나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경원 후보를 보고, "(조계종 성역화 작업을)확실히 할 거죠?"라고 묻자, 나 후보는 고개를 숙이면서 "예"라고 답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박원순 후보의 불교 활동 등을 열거해가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손 대표는 "박 후보는 젊었을때부터 부처님 가피를 받았다"면서 "경기고때부터 청담 큰 스님 지도 아래 룸비니 학생활동을 했으며 불교인권상 만해대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박 후보의) 참여연대 활동도 부처님 가피속에서 활동했으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 전에도 봉은사 신도회 지도위원으로 지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최근 한나라당의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의식한 듯, "박 후보는 지금 (한나라당의) 모진 공격에도 바보처럼 보일 정도로 참고, 견디고 포용하고 있는 것은 부처님의 큰 자비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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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전 여의도 마라톤대회 참가자들과 인사하며 홍삼액을 선물받고 있다. ⓒ 남소연


[오전 나경원] 악수와 사인 줄줄이..."아이 엄마들이 특히 나를 좋아해"

오전 9시쯤 여의도 한강변에서 열린 'LOVE米 농촌사랑 마라톤대회'에 나온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공식선거 운동일인)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데 분위기가 어떤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는 "아이 엄마들이 특히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한강뚝섬유원지에서 열린 독도수호 마라톤대회에 이어 이곳을 방문한 길이었다. 취재진에 둘러싸여 마라톤대회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니면서 그는 적지 않은 환영을 받았다. 악수공세와 사인·기념사진 촬영 요청이 이어졌고, 곳곳에서 "잘될 겁니다"라는 덕담이 나왔다.

인사를 하면서 돌아다니던 중 '국기에 대한 맹세'가 나오자 마라톤대회 본부석 쪽을 향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서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자의 소개로 본부석에 잠시 올라가 발언 없이 인사만 하고 내려와 행사장을 빠져오는 길에 노원구 중계동에서 온 을지초등학교 학생들을 만났다. "내가 누군지 아니"라는 나 후보의 질문에 학생들은 "나경원이요"라고 답했다. 활짝 웃음을 지은 나 후보는 "여러분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이어 '전문가와 함께 하는 나경원의 현장돋보기'라는 이름으로 양화대교 교각 공사현장을 찾았다. 양화대교는 박원순 후보가 '교각확장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 나 후보와 첨예하게 맞서는 현장이다.

이성모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임성순 서울시립대 토목과 교수, 김재일 한강유람선 선장 등과 함께 공사현장을 둘러본 나 후보는 현장소장으로부터 현재 공정률이 80% 수준이라는 보고를 받은 뒤 "박원순 후보가 양화대교는 전시행정이므로 완공하지 않고 그냥 두겠다고 했는데 실제 그런 것인지 꼼꼼히 점검하기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와보니 이 교각공사는 전시행정이 아니라 선박운행 안전이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미 들어간 비용을 낭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나 후보 쪽은 이대로 공사를 중단할 경우 최소 346억 원 이상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 후보는 또 "박 후보 측은 이 공사를 강행하면 관련 공무원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징계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할 일이 아니"라며 "공무원은 함께 행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박 후보측과 각을 세웠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지난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양화대교는 한강운하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감사원도 사업이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해 더 이상 공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80% 됐으니 나머지도 하자고 하는데 그것에만 100억 원이 든다"며 공사 추진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어 박 후보는 "아치 하나를 예쁘게 세우기 위해 100억 원을 투자할지 시민들에게 판단을 구하고 싶다"며 "전문가와 시민들로 구성된 사업조정위에서 (양화대교와 수중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 밝혔었다. 

한편, 나 후보는 이어 용산 효창공원에서 열린 이북5도민회 체육대회장을 방문했다. 이산가족들이 한나라당의 주요 지지세력이라는 점에서 나 후보는 이 자리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본부석에 오르지 않고 트랙을 돌면서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 나 후보에게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고, '파이팅', '꼭 되세요'라는 덕담들이 나왔다. 중간에 같은 당 정몽준 의원을 만나 함께 손을 들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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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전 여의도 마라톤대회에서 만난 한 어린아이를 껴안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 남소연


[오전 박원순] 마라톤 뛰다 말고 '하이파이브'...악수 위해 줄 서기도

"뛰는 분들에게 방해될 수 있으니, 이쪽으로 줄을 서주세요."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와 악수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16일 오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치러진 농촌사랑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5km 마라톤을 뛰다 말고 박 후보 앞에 멈춰섰다. 좋은 기록과는 멀어졌지만, 참가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가볍게 달리며 박 후보와 두 손으로 '하이파이브'를 해 '기호 10번'을 만들기도 했고, 30~40대 젊은 부모들은 아이 손을 이끌고 와 "박원순 후보야"라며 일러주기도 했다.

참가자들 중 그를 못 알아보고 지나치는 이들도 있었지만, 박 후보와 눈이 마주친 후 눈이 휘둥그레져 다가오며 사진을 찍고 악수를 하는 시민들도 다수였다. 한 20대 여성은 "오! 오! 어떡해, 박원순이야"라며 흥분해 발을 동동 굴렀다. 한 50대 남성은 "남산 쪽에 체육관이 있었는데 서울시가 허물어버렸다, 달림이들의 공간이 없다 신경 좀 써달라"고 요청했고, 40대 여성은 "꼭 당선돼서 나라를 위해 바꿔달라"고 당부했다. 박 후보는 "귀가 크다, 열심히 듣겠다"며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이 같은 성황에, 캠프 측 관계자들은 "분위기가 괜찮다"며 좋은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박 후보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다. 달뜬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온 시민들과 '무한도전' 손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이 분들이 유세단원이 된 것 같다, 마라톤 뛰고 캠프에 오시라"며 농을 던지기도 했다.

박 후보는 '농촌사랑 마라톤대회'에 온 만큼, "농민의 아들"임을 적극 피력했다. 그는 "내가 농촌 출신이다, 도시 농업도 있고 농업이 서울과 동떨어진 게 아니"라며 "상호의존적으로 윈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박 후보는 호남향우회 체육대회로 발길을 돌려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껴안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이라며 "(지나친) 정치적 해석은 말아달라"고 말했다.

나 후보와 박 후보는 이날 유세과정에서 잠시 조우하기도 했다. 오후 1시께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108산사 순례기도회 5주년 기념 대법회 침 영산제'자리에서다. 체육관 귀빈실에서 두 후보와 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 정태근 이은재 의원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 박영선 박선숙 의원 등이 만났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에 따르면, 주최 측 법주 스님이 두 후보의 손을 잡으며 "소원성취하시라"고 하자, 홍 대표가 "소원은 한 사람만 이뤄져야 합니다"라고 말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나-박 두 후보 간에는 인사 외에는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두 후보와 양당 대표는 이어 체육관 안으로 이동해 맨 앞줄에 함께 앉아 행사를 지켜봤다.
#박원순 #10.26 재보궐 선거 #서울시장 선거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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