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꼴'을 베어 어깨에 지고 가을을 걷다

[다시 장산 오르기 20] 장산의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를 아세요?

등록 2011.10.18 16:15수정 2011.10.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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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비탈진 산길로 올라보니
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있더라
수레를 멈추고 단풍섶에 앉아보니
단풍잎이 이월 꽃보다 더 붉구나
- 두목(杜牧) 시 <산행>

a  장산의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 ?

장산의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 ? ⓒ 김찬순


가을은 괜히 마음이 그런 계절인 것 같다. 한 자리에 앉아 있기 힘든 마음따라 발길따라 나서보고 싶은 그런 시간이 가을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따라 가면 꼭 그만큼의 마음에 쏙 드는 가을 풍경이 한달음에 달려와 마음을 반겨주는 그런 계절인 것 같다.


a  장산

장산 ⓒ 김찬순


a  장산 단풍

장산 단풍 ⓒ 김찬순


코 끝에 와서 스치는 바람에 가을 냄새가 그저 가득하다. 그뿐인가. 산을 깊이 오를수록 내 마음을 꽉 움켜 쥐고 흔드는 듯한 은빛 물결의 억새 군락지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장산은 가을에 와야 제격인 그런 넉넉한 풍경을 품은 천년의 산이다.

하얀 억새가 우거진 억새 군락지는 부산에서 사하구 승학산의 억새 군락지 다음으로 유명하다. 10월에 들어서면서 패기 시작한 장산 억새. 이 억새가 만개하여 딱 보기 좋은 때가 지금이다.

a  장산

장산 ⓒ 김찬순


장산의 장자벌(억새밭)은 약 10만 평으로 추정된다. 넓고 넉넉한 억새 군락지의 억새들이 갈바람 결에 머리결을 날리는 장관은 시인이라도 그 풍경을 한 마디로 표현 하기 힘들 터이다.

억새는 일명 '초(草)', 혹은 '꼴'로도 불리운다.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장산 인근의 마을의 농촌 청년들과 머슴들이 기장 경계(지금의 안적사 뒷산)까지 꼴을 베러 갔다고 전한다.
그 당시만 해도 해운대구 재송 본동 마을에는 여러채의 초가집이 있었는데 베어온 초는 헛간채, 사랑채 등 간혹 가을 지붕을 이을 때 사용하였고 나무가 부족하여 땔감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정말 흐르는 세월은 산천의 풍경을 바꾸고 사람의 인심과 그 생활의 패턴마저 바꾸는가 싶다. 발 아래 우후죽순처럼 솟구쳐 있는 고층빌딩을 바라보면서 고향에서 꼴을 베러 다니던 유년 시절이 푸른 하늘에 영화의 한토막처럼 흘러간다.


a  장산의 비경

장산의 비경 ⓒ 김찬순


a  장산의 비경

장산의 비경 ⓒ 김찬순


그리 멀지 않은 시간. 이 초를 마을 청년들이 베러 가는 코스는 이제 장산 억새 군락지로 잘 정비되어 있다. 억새길은 장산의 옥천사-고시 할매당-선바위(장군바위)-촛대바위 등 장산 8부 능선을 지나 지금의 억새밭(장자벌)과 기장 경계까지이다.

먼 옛날 마을의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초(꼴 또는 억새풀)을 베어 지게에 가득 지고 다시 재송동에 도착하면 오후 2시쯤이 되었다고 한다. 휘청휘청 걸어서 바람에 은발을 날리는 억새길을 따라 가을을 만끽하며 오랜 만에 추억의 속도로, 옛추억의 꼴 한 짐을 어깨에 메고 걸었다.


a  장산

장산 ⓒ 김찬순


a  장산의 품 속으로

장산의 품 속으로 ⓒ 김찬순


장산은 유구한 세월의 상징 같은 너덜겅과 억새군락지가 있어 한 없이 넉넉한 풍경이다. 장산에는 억새 군락지도 해운대의 자랑거리이지만, 가을 장산의 단풍은 여느 산과 달리 유난히 아름답다. 그것은 너덜겅(돌무지) 탓이라고 한다.

잘 익은 너덜겅 가을볕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네 온돌방처럼 잘 익은 너덜겅의 열기에 장산의 단풍은 더 타는 듯 붉은 열매보다 아름다운 단풍빛이라고 한다.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소리인 듯하다….

a  장산의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는 너덜겅이 있어서랍니다...

장산의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는 너덜겅이 있어서랍니다... ⓒ 김찬순


아름다운 단풍 빛에 장산의 가을이 깨어 난다. 장산의 천년 하늘이 푸득 푸득 새의 날개짓 소리를 낸다. 발 아래 푸른 해운대 바다가 깨어서 소리친다. 가을의 장산의 비경은 억새, 단풍, 가을볕에 잘 익은 너덜겅이다.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계절이라는 듯, 장산의 하늘빛은 유난히 가을처럼 깊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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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 장산 억새 군락지 ⓒ 김찬순

덧붙이는 글 | 지난 15일 다녀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15일 다녀왔습니다.
#장산 #장산 너덜겅 #장산 단풍 #장산 억새 군락지 #장산의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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