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민주당 회의 '몰래 참석' 물의

정무수석실 행정관, 실시간 문자보고... "몰래 들어간 것 아니다"

등록 2011.10.18 16:58수정 2011.10.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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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8일 오후 5시 29분]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을 주재하고 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을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18일 오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중 언론공개 시간대에 '불청객'이 한 명 앉아 있었다. 김진표 원내대표가 주재한 이날 회의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문제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통상 각 당의 원내대책회의는 국회 운영 전략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비공개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언론에게 당의 입장을 전하곤 한다.

이 '불청객'은 기자들 틈에서 김진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고위 당직자들의 발언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청와대 쪽에 전송했다. 이를 발견한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들이 그를 회의장 밖으로 나오게 했고, 청와대 정무수석실 제2정무비서관실의 하아무개 행정관으로 확인됐다.

회의실에서는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가 "언론을 위해 공개된 자리인데, 언론인이 아닌 사람이 왔다"며 "지금 당대표실 도청 사건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청와대 직원이 야당 회의를 감시하기 위해 온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들어왔다... 내곡동 사저 때문으로 추정"

민주당 원내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 주 목요일부터 그가 회의에 왔었는데, 노트북을 들고 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언론사 고참기자 정도 되는 줄 알았다"면서 "내곡동 사저 문제 때문에 우리 회의에 들어오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하 행정관은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박지원 원내대표 시절부터 소통 강화 측면에서 공개회의 부분은 내가 듣고 보고하려 한다고 행정실장에게 양해된 부분이다. 고생 많다며 격려까지 받았었다"며 "오늘도 몰래 들어간 게 아니다. 나를 아는 (민주당) 당직자들이 옆에 서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지원 원내대표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김명진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그런 양해를 해 준 일이 없다"며 "공개회의라 해도 언론을 위한 공개회의인데 어느 당이 청와대 직원이 회의를 지켜보도록 하겠느냐"고 말했다.


송기복 민주당 원내행정실장은 "하 행정관의 핸드폰을 통해 김회구 청와대 제2정무비서관과 통화했는데, 김 비서관이 "미안하다.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쪽에서는 유례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무팀장 출신인 정태호 정책위 부의장은 "우리 때는 열린우리당 회의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필요한 게 있다면 공식정책으로 요청했었다"며 "이번 사건은 정당을 통제하겠다는 정치공작 시도라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청와대의 민주당 전략회의 생중계 사찰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공식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허가도 없이 신분을 숨긴 채 야당 회의를 염탐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행위는 명백한 사찰행위"라며 "청와대는 하 행정관이 언제부터 누구의 지시로 민주당 회의를 사찰했는지, 실시간 보고된 정보는 누구에게 전달되고 활용되었는지 그 경위를 명백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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