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김어준, 그가 말하는 '진짜 권력'이란...

[인터뷰] 상한가 치는 <딴지일보> 총수... "MB가 망친 세상, 되돌려놔야지"

등록 2011.10.21 21:16수정 2011.10.2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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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딴지일보> 총수(44세)가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 - 나는꼼수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단일후보 선출에 앞서 박원순·박영선 후보가 나꼼수를 통해 대중을 만났고, 이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까지 자처해서 출연했다. 나꼼수는 "쫄지마, 떠들어도 돼"라면서 앞장서 이명박의 온갖 불법비리를 파헤쳐 폭로한다. "가카는 그럴 분이 아니"라면서.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빼앗겨 위축될 만큼 위축된 사람들에게 시원한 폭소를 선사하는 이 방송은 이미 충분히 위력적이다. 나꼼수 다음 방송이 언제 나오는지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요즘 '김어준의 명랑시민 정치교본' <닥치고 정치>까지 출간해 '상한가'를 치고 있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만났다. - 기자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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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 노동과세계 이명익


나는꼼수다(이하 '나꼼수')가 국내외 수백만 명이 손꼽아 기다리며 듣는 방송이 됐다. 김어준 총수는 나꼼수에 대한 대중의 열광을 어떻게 바라볼까?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 누구나 듣고 싶은 진실이 있어요. 그건 누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죠. 우주의 절대법칙에는 작용과 반작용이 있어요. 누르는 힘이 강한 만큼 말하고 싶고 듣고 싶은 욕구는 커져요. 전 딱 누른 만큼의 그 힘, 반작용에 올라탄 거라고 봐요.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는 건 그만큼 세게 눌렀기 때문이구요. 역시 '가카' 덕분이죠."

'김어준의 명랑시민 정치교본' <닥치고 정치>도 출간되자마자 베트스셀러로 승승장구 중이다. 이 책에서 그는 이명박 개인과 청와대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삼성 등 한국사회 핵심권력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설명한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모든 사람들이 뭔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할 만큼, 보수진영조차 과거와 다르다고 느낄 만큼 우리 사회는 퇴행했다.

"진보진영에서는 그 체감도가 대단할 거예요.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조차 내 생활과 내 정신세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의 충격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각성을 일으키지 못했겠죠. 그래서 역설적으로 고맙다고 하는 겁니다."

김 총수는 어느 진보운동, 어떤 진보운동가나 진보정치가도 이 정도의 각성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MB가 퇴행시킨 세상 되돌려놓고 싶다"


십수 년 전부터 <딴지일보>로 보수세력에 딴지를 걸어온 김어준 총수. 그는 보수가 메시지 유통구조를 장악해버린 상황에서 이 구조에 저항하기 위해 나꼼수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진보진영이 가진 몇몇 매체들을 다 합쳐봐야 <조선일보> 하나가 유통시키는 메시지 분량 밖에 안 되요. 뉴스의 진짜 힘은 뭔가를 다루는데 있는 게 아니라, 다뤄야 마땅할 뉴스를 다루지 않는데 있어요. 다루지 않으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니까요. 그게 진짜 권력이죠."

김 총수가 나꼼수를 통해 실현하려는 것은 뭘까? 그는 1차적으로 세상을 정상화하는 거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했던 모든 분야에서, 그럴 수 없으리라 짐작했던 것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뒤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우리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언제나 그 이상을 보여줬어요, 이 정권은."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정상화란 뭘까?

"우리가 마땅하다고, 당연하다고 누렸던 권리들이 있어요. 나꼼수에서 다뤄지는 소재나 내용들은 이명박 정권 전에는 <피디수첩>이나 <추적60분> 등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서 얼마든지 다뤘던 것들이죠. 형식은 나꼼수보다 진지했겠지만 수위는 다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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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 노동과세계 이명익

어느 정권에서나 억압받아온 세력들, 특히 민주노총은 노무현 정권에 대해 분노와 울분을 갖고 있다.

그는 본인이 '노빠'임을 전제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있고 특히 진보진영에서는 신자유주의를 강력히 문제 삼았죠. 전 노무현 정부가 집권초기 신자유주의가 뭔지 국민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우리 사회를 얼마나 양극화시킬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봐요. 정부는 집권 중반 이후 깨달았지만 늦었죠. 당연히 비판할 수 있어요."

그가 되돌아가자고 하는 주장의 핵심은 군사정권 이후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노력해서 차곡차곡 만들어낸 성과들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제 정파와 세력들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불만이 있으면 떠들어댈 수 있게 하자는 것. 기본적 룰들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으로 돌아가게 하자는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누려온 것들을 일거에 뺏겼어요. 굉장히 큰 죄를 저지르고 있는 거죠. '노빠'가 정서적인 끌림이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다는 거 이해합니다. 전 노무현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좋아했는데, 그것과 무관하게 노무현 정부 시절만큼이라도 사회 각 분야에서 누려야 할 자유도가 그때만큼이라도 되돌아가는 게 절실합니다. 물론 그 다음에 할 일이 많겠죠."

나꼼수 방송은 사라질 시한을 정하고 시작했다. 현 정권이 뒤틀어놓은 이 세상을 자신이 생각하는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이 방송의 목적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재집권해서 되돌릴 수 있을까요? 어렵죠.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있을 두 번의 선거에서 세상을 되돌려놓을 권력을 (시민이) 선택하는데 일조할 겁니다."

최근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구성된 책 <닥치고 정치>에서 그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대통합 추진이 잘 안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진보대통합이 무산된다면 세대갈등이 그 원인이 될 거라고 봤다. 결론만 놓고 본다면 그의 예견이 적중했다.

"진보든 정당이든 어떤 조직이든 다 사람이 하는 거고, 하나의 세대가 다음 세대로 바뀌면서 세대갈등이 있게 마련입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권영길 전 대표를 중심으로 창당을 주도한 구세력과, 영입인사라고 할 수 있는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신진세력 간의 갈등은 필연적이죠. 겉으로는 노선투쟁처럼 보이겠지만 전 그 본질이 세대갈등이라고 봤어요."

노회찬·심상정 전 대표가 진보신당을 탈당한 것도, 홍준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가 된 것도 그는 미리 예견했다. 그는 '나는 가수다' 노래를 듣지 않고 자신이 1등과 탈락자를 거의 맞추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일정 정도 스토리라인 속에 있는 가수들 순위는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누가 이기고 질지를 예상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이 감정이입능력이에요.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 보는 것. 제가 감정이입능력이 좋은 편이긴 하죠. 저와 정반대되는 스탠스에 있는 사람 입장에 서서 이런 선택을 하겠구나 하고 예상할 수 있으니까요."

"자기 행복 유예하지 말고, 내일 할 일 오늘 하지 말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그렸던 진보대통합이라는 그림이 처음부터 어렵다고 했던 김어준 총수. 제반 과정을 거친 지금도 여전히 어려울 거라고 그는 내다봤다.

"탈탈 털어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봐요. 전 정당인도 아니고 강제할 힘도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나꼼수라는 방송과 책을 통해 그런 아이디어가 있다는 것을, 그런 마음을 갖고 안타깝게 바라보는 국민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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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 노동과세계 이명익


다가오는 2012년 두 차례 선거 시기를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은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뭘 더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봅니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백만 명이 모여 외쳐도 그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으면 그냥 하나의 독백에 불과할 뿐이에요."

민주당을 경계로 이른바 왼쪽에 선 세력들이 모두 힘을 합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어떻게 하면 내가 저들과 다른가를 보여주는 게 이제까지의 전략이었어요. 거듭 강조하지만 마음은 한정된 자산입니다. 사람들에게 대단한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고, (그 사람들에겐) 우선순위도 아니에요. 더 급한 것이 있는 대중에게 자기들 급한 것을 요구하는 것밖에 안되죠. 종교단체면 상관없지만 대중조직이고 대중정당이라면 거꾸로 대중이 급한 걸 처리해 줘야죠."

김 총수는 80년대 학번이다. 운동진영의 정파 갈등 역사와 심각성에 대해 잘 안다. 그에게 해법을 주문해봤다.

"제 식의 표현으로 하죠. 각자 사연이 있는데 내 사연이 이렇게 기막히고 어렵다고, 자기 입장이 이렇게 절박하고 절절하며 중요하니 다들 알아달라는 거죠. 내가 힘들게 겪는 것이 얼마나 예외적이고, 내게만 있는 것이고, 고통스러운지를 남에게 설득하려는 마음과 본질적으로 똑같다고 봐요."

정파 갈등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세상의 관점에서 보면 '작은' 사연일 뿐이라고 그는 일갈한다.

나꼼수를 챙겨듣는 사람들이 수백만에 이른다. 이후 활동계획을 묻자 김어준다운 답변을 돌려준다.

"몰라요. 전 자기 행복 유예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덕 볼 생각 말고, 어떤 상대에도 쫄지 말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한계선으로, 혹시 내일 할 일 오늘 하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주의하며, 현재를 닥치는 대로 살자는 주의예요."

"민주노총의 '라면'은 빨간 머리띠다"
"민주노총의 '라면'은 빨간 머리띠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눈에 비친 민주노총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임춘애의 라면을 예로 들었다. 십 수 년 줄기차게 해명했지만 임춘애는 아직도 라면이다. 민주노총의 라면은 빨간 머리띠라는 것이 김어준 총수의 조언이다. 다음은 김 총수가 민주노총에 보내는 메시지다. <기자 주>

- 민주노총이 국민에게 친숙히 다가가기 위해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인가?
"임춘애는, 라면이다. 라면만으로 달린 소녀. 근데 실제로는 그게 아니다. 간식으로 라면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각색된 거다. 임춘애, 지난 십수 년 동안 줄기차게 해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임춘애는 라면이다. 처음 본 이동 물체를 엄마라 인식하는 오리처럼, 최초 인지된 이미지가 대중에겐 본질이다.

민주노총의 '라면'은 빨간 머리띠다. 이걸 바꾸는 건 단순히 이미지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빨강 대신 색동으로 도색하고, 머리띠가 아니라 '마후라'로 교체하고, 빡빡 밀고, 무스 바른 채 작업복 말고 케쥬얼 입고, 운동가 말고 발라드를 부르며, 꽹과리 말고 락밴드 동원하자는 걸, 단순한 마케팅이라 여기면 안 된다. 대중에겐 그게 곧 본질적 변화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건 당사자들에게도 중요하다. 사람은 입고 말하고 행동하는 대로 결국, 생각도 하니까."

- '대공장 남성 정규직 중심 귀족노조'란 비아냥이 민주노총에 쏟아진다. 민주노총이 조직의 강령을 수호하고 정체성을 지키며,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지노선를 지키며 동시에 경계를 확대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임무다. 난 그 동시 수행이 애초부터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마지노선을 지키는 건 언제나 보수의 역할이다. 그 관점에서 현재란, 한 사회가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누적해 온 전통과 규범과 관습이 가장 완숙해져 마침내 도달한 목적지다. 그들은 모든 변화를 의심부터 하는 게 당연하다. 마지노선를 사수하는 건 그들의 몫이다.

반면 변혁은 그렇게 해서 굳어진 경계를 다시 한 번 허물어 보다 넓은 지평을 확보하자는 노력이다. 이 관점에서 현재는, 불완전한 시스템을 다시 한 번 개선하려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인간이나 조직은, 지상에 없다. 그건 바티칸의 교황더러 마디그라(매년 시드니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동성애 축제) 선봉에 서란 요구다. 할 수 없는 걸 하느라 그 고생하는 거다, 씨바. 당연히 둘 중 하나에 방점이 찍혀야 하며, 그렇게 스스로를 나머지 임무로부터 해방시켜야 하며, 그래서 색동 마후라를 외치는 거다. 나는."

- 민주노총은 '모든 노동자는 시민이고 모든 시민은 노동자이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복지국가다'라고 말한다. 노동자가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진정한 사회적 가치는 무엇일까?
"진정한 사회적 가치 같은, 관념 말고 시민이 노동자라면서 왜 굳이 노동자라는 프레임을 따로 사용하는지부터 묻고 싶다. 왜 그냥 시민이라고 하지 않는가. 같다면서. 시민은 조직하지 않고 운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조합의 방식으로는. 직관의 영역에선 당연히 그렇게 수용된다. 노동이란 단어는 조합이 독점한 지 오래다. 그러니 노동자가 곧 시민이란 수사는, 아무리 외쳐대도 일상에선 통하지 않는 등식이란 점부터 지적하고 싶다.

그리고, 또 그래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복지국가란 주장도 와 닿지 않는다. 그 주장이 옳지 않아서가 아니다. 노동을 조합의 언어로 인지한 사람들에겐, 즉시 이런 반론부터 떠오른다. '노동만 존중되면 복지국가인가. 노동도 존중되어야 한다면 모르겠다만.' 복지를 노동이 독점하겠다는 것처럼 '느낀다.' 억울해도 할 수 없다. 모두를 일대일로 계몽할 순 없는 노릇이거니와 가능하지도 않다. 지향과 목표를 말하는 것보다 그 목표에 적합한 수단을 채택 했는가, 스스로 의심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 2012 총선과 대선을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는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
"그건 선수들의 몫이다. 난 그냥 주제넘은 관전자일 뿐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선명성을 극대화해 내 포지션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맥락에서의 노력은 모조리 실패할 거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그런 걸 잠자코 지켜 볼, 마음의 여유가 있는 시국이 아니다. 거기 올인 하는 정치 세력은 잉여로 전락할 것이다. 마음은 대단히 한정된 자산이니까. 졸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 온오프라인에도 게재됐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 온오프라인에도 게재됐습니다
#김어준 #딴지일보 #나는꼼수다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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