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오름해무에 가려졌던 해가 붉은 기운을 토해낸다. 맑고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김민수
그곳에 살적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달려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절실함도 덜했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찾아간 제주,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육지로 돌아가야 한다.
새벽 5시.
칠흙같이 어두운 중산간도로를 가로지르며 제주의 새벽공기를 호흡한다.
어둠에 갇힌 시야는 멀리 보지 못하지만, 몸은 제주의 신선한 공기를 느낀다.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음.
그렇다. 제주도는 느낌이다.
눈이 보기 전에 몸이 먼저 느끼는 곳, 그곳이 제주도라는 곳이다.
여행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처음 제주도를 찾은 이들은 입장료를 내고 가는 곳이나, 제법 큰 간판이 달린 음식점을 찾기 마련이다. 인터넷에서도 그들을 집중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허나, 명소는 따로 있으며, 제주의 속살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은 따로 있다. 그 중 하나가 오름이요, 그 중 백미가 용눈이오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주도에 다녀왔다고 하는 분들에게 늘 "용눈이오름은 다녀오셨어요?"라고 질문을 한다. 다녀오지 않았다면, "제대로 다녀오시질 못하셨군요"라고 말한다.
풍광만 아름다워서 그곳을 찾는 것은 아니다.
그곳의 바람과 마주 바라보이는 다랑쉬오름이 품은 역사적인 아픔과 그곳에 피어나는 자잘한 풀꽃들은 제주의 숨결의 총집합체이다.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곳이 용눈이오름이다.
이곳에 서면 나는 당황스럽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다 못 잊을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안하다. 그들을 제대로 담아주지 못해서.
덧붙이는 글 | 10월 17일 아침에 용눈이오름에 올라 담은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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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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