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가방 앞쪽을 여니 지푸라기가 있습니다. 친구 서현이가 만들어준 모라자며 소중히 보관하고 있네요.
황주찬
아들이 데려온 숲속 친구들... 개구리, 도마뱀, 도롱이벌레...
화난 아내를 뒤에 두고, 큰애에게 가져온 물건 정체가 뭐냐고 놀란 척 물었습니다. 숲에서 노는데 이상하게 생긴 돌이 있어 가져왔답니다. 수를 헤아리니 십여 개가 넘습니다.
가방을 들어보니 상당히 무겁습니다. 가져오느라 고생깨나 했겠습니다. 무거운 가방 메고 낑낑대며 집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납니다. 반면 아내는 뿔이 단단히 났습니다.
그동안 큰애가 숲에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생각하니 참았던 화가 솟아오른 겁니다. 온갖 벌레며 나뭇가지를 집으로 옮겼으니까요. 큰애가 저지른 일을 몇 가지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플라스틱 음료수 통을 절반 잘라 올챙이를 담아온 일, 작은 도마뱀을 가져온 일, 무당개구리를 가져와 손으로 만진 덕분에 비누로 한참을 씻은 일, 솔방울을 가방에 한가득 담아온 일, 칼로 멋진 조각을 만든다며 나뭇가지를 한가득 담아온 일,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도롱이벌레를 신기하다고 따온 일.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아내는 그때마다 어린이집에서 운영하는 '숲에 ON'반에 보낼 때 각오했던 일이라 생각하며 참았습니다. 큰소리 못 내고 조용히 일을 마무리했죠. 그런데 그날 드디어 눌러왔던 화가 폭발한 겁니다.
가방 안이 흙과 먼지 투성이입니다. 험악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방법이 없습니다. 큰애가 곧 매 맞을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제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최근 공주에서 발견된 옻칠한 가죽갑옷이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