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 나경원 vs. '나눔' 박원순... 승자는?

[10·26 재보선] 글과 말을 통해 본 서울시장 후보 나경원·박원순

등록 2011.10.24 18:14수정 2011.10.2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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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후보의 책 <세심>과 선거홍보물(왼쪽), 박원순 후보의 책 <나눔>과 선거홍보물(오른쪽). 나경원은 세심하게 여자아이를 안고 있고, 박원순은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경원 후보의 책 <세심>과 선거홍보물(왼쪽), 박원순 후보의 책 <나눔>과 선거홍보물(오른쪽). 나경원은 세심하게 여자아이를 안고 있고, 박원순은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최육상

서울시장을 선택할 날, 10월 26일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럼에도 기호 1번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기호 10번 박원순 야권단일후보의 치열한 대결의 결과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대결이 격렬해지다 보니 때로는 선거본부를 통해서, 때로는 후보자의 입을 통해서 쏟아진 각종 '설'과 '말'이 '검증'이라는 미명 하에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자 본인의 말일 터. 나경원과 박원순이 펴낸 책을 통해 그들의 말을 추적해 본다.

<세심> 나경원 / 중앙books / 227쪽 / 초판 1쇄 2010년 2월 26일
<나눔> 박원순 / 중앙M&B / 247쪽 / 초판 1쇄 2002년 12월 20일

나경원 후보는 1963년 12월 6일생, 박원순 후보는 1956년 3월 26일생으로 7년 9개월 정도 나이 차이가 난다. 초판을 기준으로 볼 때 나경원 후보는 47세 첫머리에 <세심>을, 박원순 후보는 46세 끝머리에 <나눔>을 펴냈다. 판사와 변호사를 거쳐 정치인으로 변신을 거듭한 나경원 후보와 검사를 거쳐 변호사를 지내며 시민운동가로 변신한 박원순 후보의 40대 중반은 공통점이 많아 보인다. 사족이지만 책을 발간한 '중앙books'와 '중앙M&B'도 <중앙일보>의 관계사라는 공통점이 있고.

사실 나경원 후보의 책은 <세심>이 유일하고 박원순 후보의 책은 <나눔>을 비롯해 십수 권이 넘는다. 하지만 다행히 비슷한 나이에 자신의 삶과 생각을 책에 풀어 놓았다는 공통점이 있어 두 책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더욱이 "한 사람의 생각과 지식과 철학을 담아내는 데에는 책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세심> 6쪽)는 나경원의 고백은 책을 통한 비교가 의미 있음을 일러주고 있다.

<세심>과 <나눔> 통해 드러나는 두 사람의 다른 삶

나경원의 <세심>은 '나와 세상을 바꾸는 마음의 힘'이라는 수식어를, 박원순의 <나눔>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그들은 40대 중반의 나이에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먼저 '성공'에 대한 생각이다.


"사람은 누구나 성공하기를 바란다. 성공의 참된 의미는 사람마다 그 해석을 달리하겠지만 성공을 바라는 마음만큼은 인지상정이다… 중요한 성공의 키워드 가운데 간과하기 쉬운 것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세심함'이다… 나는 지금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을 아끼지 말고 일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인이라는 사실이다. 이 자리가 성공한 자리라고 굳이 사람들이 말한다면… 오직 정성과 세심함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음을 고백한다."(나경원의 <세심>, 12~14쪽)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면서 매일매일 인내하면서 기다린다… 결국 높은 지위나 많은 재물을 얻고,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치자. 그러나 그것만이 성공이라고 말한다면 무언가 큰 아쉬움이 남지 않겠는가… 진정한 성공의 기준이 되는 잣대는 무엇일까?… 그 한 기준은 분명 남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그 마음은 바로 나누는 마음일 것이다."(박원순의 <나눔> 5~6쪽)


책의 문구를 그대로 옮겨왔는데, 마치 선거 유세전에서 '성공'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물론 나경원은 '세심'을 주제로 글을 썼고, 박원순은 '나눔'을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는 전제가 있다. 그러나 두 책을 통해 드러나는 두 사람의 생각과 삶이 다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나는 어느새 부자가 되어 있었다. 기사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탔고, 다른 사람들은 뭔지도 모르는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제법 큰 단독 주택에서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브레이크도 없이 내달리는 '탐욕'이라는 열차에 올라타 있던… 나는… 열차에서 내리면서 세상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우선 물질에 대한 집착이 없어졌다."(박원순의 <나눔> 22~25쪽)

"사람들은 최종 종착지만을 생각하지만 나는 늘 최종 종착지에 도착해서 마지막 내리는 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레일에서 아름답게 내리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나의 꿈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것은 곧 바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고 자리에 욕심을 내지 말고 언젠가 정치계를 떠날 때 아름답고 떳떳하게 떠나자는 의미다."(나경원의 <세심> 195~196쪽)

박원순은 이미 열차에서 내렸다고 하고, 나경원은 레일(열차)에서 아름답게 내리고 싶다고 한다. 박원순은 20대 중반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검사를 거쳐 변호사로 일하며 "나도 한때 세속적 기준에서 성공한 사람 축에 낀 적이 있다"(<나눔> 6쪽)고 고백했다. 그러나 박원순은 "탐욕이라는 이름의 열차는 좀 더 좋은 자동차를, 좀 더 좋은 집을 탐하게 만든다"며 "더 늦기 전에 그 열차에서 내리기로"(<나눔> 23쪽) 결정한다.

나경원은 레일에서 아름답게 내리는 것을 정치인의 꿈으로 삼았다. 그러나 나경원은 "당신은 정치를 그만둬도 변호사를 할 수 있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라는 반문에 "나는 다시는 변호사를 할 생각이 없다"며 "안 되면 다시 가정주부로 돌아가면… 남편이 먹여 살려 주겠지"라고 답을 하고 있다. 스스로 "다분히 성차별적인 인식일 수도 있겠지만 여성 정치인으로서 그런 생각을 한 번쯤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적으면서(<세심> 196쪽).

자위대 행사, 재단 기부금 사용... 책에 담긴 '두 후보의 진심'

두 권의 책을 같은 날 연달아 읽었다. 혹여나 행간의 의미를 잘못 읽을까봐 요소요소 핵심을 정리하고 비교할 수 있는 내용들을 뽑아내면서 읽었다. <세심>과 <나눔>은 둘 다 술술 읽혔다.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들이 많았기에 그다지 골똘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각자의 삶과 생각이 '세심'과 '나눔'이라는 열쇳말에 그대로 녹아있음은 분명했다.

"초선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 행사 내용을 모른 채 갔다 현장에서 뒤늦게 알고 뒤돌아 왔습니다. 처음 이 문제가 제기됐을 때 답변한 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이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변명처럼 보일까 우려가 되기도 했고, 행사 내용을 미처 살피지 못한 저의 불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자위대 창설 50주년 행차 참석에 대한 나경원 후보의 해명)

나경원 후보의 "행사 내용을 모르고 갔다"는 말은 <세심>에 고백한 바에 따르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회의원으로서 수많은 행사에 초청을 받다보면 행사 성격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가거나 또는 잘못 보고받고 행사장에 가서 앉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자리에 앉아 좌중을 둘러보면서 그 행사의 목적과 성격 등을 곧 파악할 수 있을 때도 있다… 그러나 소개받아 올라가는 자리가 아닌데도… 어떨결에 올라갔을 때 '어, 이 행사의 제목은 뭐였지?'… 갈피를 못 잡고 헤매게 되는 순간의 당황함이란…."(나경원의 <세심> 21~22쪽)

나경원은 이에 대해 "언제 어디서든 당당함과 여유 만만한 자세는 세심한 준비의 산물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에피소드"라고 적고 있다. 나경원은 분명 세심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을 돕는 보좌관의 역사인식과 더불어 행사 참석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를 좀 더 세심하게 돌보는 게 우선일 듯싶다.

"아름다운재단은 모금 전문 재단으로 시민 5만 명이 기부했고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절에 월급을 기부했어요. 아름다운 가게 시작할 때 안국역 앞에서 행상으로 시작했어요. 지금 전국에 아름다운 가게가 수백 개가 되고 매출이 250억 원이 넘습니다. 상근자만 350명, 자원봉사자가 수천 명이 되는 운동이 우연히 되겠습니까. 제가 무서운 사람이에요. 사람 좋은 줄만 알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아름다운 재단의 기부금과 사용처에 대한 박원순 후보의 해명)

박원순 후보의 "제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말 역시 <나눔>에 적은 바에 따르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1000원의 작은 기부금에서부터 1억 원의 기금에 이르기까지, 기부금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 그리고 그 기부금을 어디에 얼마나 지원했는지, 그래서 남은 기부금이 지금 얼마인지, 모두 다 보여 드립니다. 뿐만 아닙니다. 아름다운 재단의 살림살이도 모조리 공개합니다. 우편요금 몇 백원, 전화요금 몇 만원, 직원들의 급여에 이르기까지 모든 살림살이를 있는 그대로 낱낱이 공개합니다."(박원순의 <나눔> 246~247쪽)

박원순은 이어 "아름다운 재단이 바라는 또 하나의 희망 사항, 바로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투명한 재단이 되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영국의 '옥스팜'과 미국의 '굿윌'과 같은 기부를 통한 수익사업의 사회 환원을 이끌어 온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를 향한 공세는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 박원순의 인식이다.

나경원의 '세심'과 박원순의 '나눔'... 시민들의 선택은?

나경원은 <세심>을 통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법연수원 시절 강철 같은 체력으로 '나징가제트'로 불렸다는 이야기(175쪽), 모범생으로 자라온 탓에 편법을 모른다는 이야기(197쪽), 판사 시절 조정률이 70~80%로 유독 높았다는 이야기(86~87쪽), 대변인 시절 인신공격이나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논평을 내지 않는다는 철칙 이야기(213쪽), 장애가 있는 딸이 학교 입학을 거부당하며 눈물짓던 이야기(132쪽),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더욱 중요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이야기(46쪽), 정치가 갈등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행정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92쪽) 등.

한편, 박원순은 <나눔>을 통해 '나눔'의 바다에 들어선 자신의 이야기를 비롯해 김군자 할머니 기금, 멸치 한 상자 기금, 한윤학씨의 2만 원, 슬픔 1% 기금, 경주 최부자 이야기 등 구체적인 '나눔'의 사례들을 펼쳐놓는다. 특히 박원순이 딸과 아들, 아내, 가족과 지인들에게 남긴다며 미리 써놓은 '젊은 유언장'의 내용은 박원순의 삶과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하라는 이야기(89쪽), 통장에 저금보다 부채가 많으니 이를 용서해 달라는 이야기(90쪽) 등.

1991년 박원순은 변호사 일을 접고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박원순은 그의 표현대로 "탐욕의 열차"에서 내린 뒤 아름다운 재단과 희망제작소 등을 통해 "나눔"을 전파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반면 나경원은 1992년 그의 표현에 의하면 '다소 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와 변호사를 거쳐 국회의원으로서 아직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릴지 어떨지 모르는 "레일(열차)"에 올라 "세심"을 가꾸고 있다.

끝으로 각 선거본부에서 제기한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정리해 본다.

나경원 후보에 대한 의혹 : 자위대 행사 참여, 부동산 투기 및 유흥 주점 임대, 2캐럿 다이아몬드 가격, 부친 학교 감사 제외 청탁 및 이사 등재, 초고가 피부클리닉 이용 등

박원순 후보에 대한 의혹 : 서울대 법대 학력 위조, 병역 기피 목적의 호적 분리, 아름다운 재단의 기부금 모금 및 사용, 각종 기업 협찬, 비싼 월세 살이 등

어느 쪽 의혹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오랜 삶을 일관되게 관통해 온 나경원의 '세심'과 박원순의 '나눔' 중 과연 서울시민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서울시장 선거 #나경원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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