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목사의 "사탄에 속한 사람 시장 되면 되겠나"기도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떠나 성경원리에 어긋난다. 24일자 <한겨레> 1면 머리기사
김동수
"심장부와 같은 서울에 사탄·마귀에 속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어떻게 하나. 건전한 사상, 올바른 국가관을 가진 사람이 시장이 되도록 기도하자. 이번 시장 선거가 잘못되면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진다."
김홍도 목사(금란교회)가 지난 23일 예배시간에 한 기도 내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빗대어 한 것임을 누가나 다 안다. 선관위도 발언 진위와 함께 선거법 위반 여부 확인에 들어갔다.
문제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떠나 목사가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성경 원리에 어긋난 발언이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사탄은 '악마' '바알세불' '대적자' '악한 자' '세상의 임금들' 거짓말쟁이' 따위 뜻으로 번역되거나 의미한다.
구약에서 사탄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피조물에 불과하다. 어떤 경우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의 충성을 시험하실 때 사탄은 법적 고발자 역할을 감당한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자신은 '다윗', 박원순 후보는 '골리앗'에 비유했던 다윗의 충성을 시험할 때 사탄이 나섰다.
"사탄이 일어나 이스라엘을 대적하고 다윗을 충동하여 이스라엘을 계수하게 하니라. (역대상 21장 1절)"정치 전면에 나서는 목사... 성경을 알기나 하나다윗이 누구인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후손이다. 그런데 사탄이 다윗을 충동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다윗을 사탄에 속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감히 다윗이기 때문이 아니다. 시편 109편 6절 "악인이 그를 다스리게 하시며 사탄이 그의 오른쪽에 서게 하소서"라는 말씀처럼 사람이 사탄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 자체가 사탄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사탄'은 성립되지 않는다.
신약성경 고린도후서 2장 11절 "이는 우리로 사탄에게 속지 않게 하려 함이라 우리는 그 계책을 알지 못하는 바가 아니로라"고 했다. 교회 안에서 용서와 사랑을 없애려는 시도를 통해서 사람들을 속이거나 이용하려는 것이 사탄이 하는 일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사랑을 떠나 서로 증오와 정죄로 가득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사탄이 하는 일이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정죄하는 것이 오히려 사탄이 바라는 일이다. 그런데 예배를 드릴 때 기도 가운데 특정 후보를 "사탄에 속한 사람"이라는 것은 성경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목사가 하면 '절대' 안 되는 말이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발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김홍도 목사 발언과 관련해 '상대가 설사 아무리 못된 짓을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탄이라고 규정지을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면서 '기독교인의 소양의 문제여서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밝혔다." - 24일 <한겨레> '선거 때면 십자가 대신 총대 메는 목사들'그런데도 선거 때만 되면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설교나 기도를 통해 진보 후보와 진보 세력을 사탄에 비유하면서 그들에게 투표하면 안 된다고 위협하고 있다. 지난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는 전면 무상급식 반대가 하나님 뜻이라며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지난 8월 23일 온누리교회 이름으로 "투표를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예배 수업을 못하게 된다" "학교에 동성애자가 급증한다" "초중고생 정치활동 허용"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었다.
전면 무상급식이 반대가 하나님 뜻이라면 가난한 자를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일을 저버린 것인가. '오병이어' 기적을 통해 5000명(여자와 아이들까지 합하면 약 2만명)을 먹이신 예수님은 하나님 뜻을 저버린 것인지 묻고 싶다. 예수님은 남녀노소, 부자와 가난한 자를 차별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전면 무상급식을 하나님 뜻이라는 것이 더 하나님 뜻이 아니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김홍도 목사는 지난 8월 21일 '한국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설교했다.
"사탄은 '거짓말쟁이'(요8:44)라고 하신 말씀대로 공산주의자, 종북주의자들은 거짓말을 지어내고 거짓말하기를 좋아하는 자들이므로 사실적인 역사를 왜곡하고 거짓 역사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공산치하에서 사는 것보다 아프리카 흑인들의 노예로 사는 것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 차기에는 친공, 즉 종북(從北)주의자들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아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친미·반공=하나님 뜻' 강요하는 교인정말 무서운 말이다. 사탄이 거짓말쟁이인 것은 맞지만 공산주의자와 종북주의자가 사탄은 아니다. 그리고 공산치하에 사는 것보다 흑인들 노예로 산다는 것은 노예들을 모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친미와 반공을 주창하다가 그만 흑인 노예가 더 낫다는 말까지 해버린다. 사상의 노예는 이처럼 무서운 것이다.
이렇게 되니 선거때만 되면 색깔론을 제기하며 '빨갱이=사탄', '친미·반공=하나님 뜻'이라고 한다. 결국 교인들에게 사탄을 택할 것인가? 하나님을 택한 것이라는 위협으로 이는 신앙을 빌미로 자기들 뜻을 관철하려는 폭력 중 폭력이다. 독재도 이런 독재가 없다.
이승만·박정희가 반공주의로 독재정권을 유지했는데 솔직히 한국교회의 급격한 성장배경에는 반공주의가 단단히 한몫 했다. 그 병폐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러지 말자. 나와 다른 사람 정죄하지 말자. 증오하지 말자. 목사인 게 부끄럽다. 이 부끄러움에서 벗어나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정죄와 증오가 아닌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명령을 받은 우리들 아닌가.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데 정죄와 증오할 시간이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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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 시장' 발언... 목사인 게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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