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대학본부 건물에 위치한 총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유성호
- 점거 28일 만인 지난 6월 26일에 점거 농성을 해제했다. 투쟁동력이 떨어졌던 건가. 예정 : "사실 거기 있던 구성원 모두가 '동력이 떨어졌다. 해제하자'고 한 건 아니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결정했는데, 개인적으로 온 사람들은, 어버버버 하다가, 어 끝났어?"
김한결 :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예정 : "당시 법인화법이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상태였기 때문에 점거를 계속 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
심미섭 : "대 국회 투쟁하고, 집회도 하기로 했었다."
예정 :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된 게, 개인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이후 진행된 집회나 그런 게 낯설었다는 거다."
노민 : "예컨대 점거 끝나고 광화문 집회를 했다. 프로그램이 팔뚝질 하고, 몸짓패가 굉장한 걸 추고 노래도 굉장한 걸 부르는데 이건 '꿘(운동권)'끼리 하는 거랑 똑같은 거다."
예정 : "막 뻘쭘하게 가서 있다가 오고."
노민 :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문법으로 이야기하니까 확실히 장벽이 됐다. 오히려 학생들이 법인화하고는 다른 맥락이지만, 트위터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명동 마리를 방문한 적은 있다."
- 소위 운동권 문화에 거부감이 있었던 건가. 예정 : "'임을 위한 행진곡'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김정현 : "거부감도 있었지만 저렇게 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김한결 :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없다는 사람도 있었다."
인로 : "'꿘부심(운동권+자부심)'이라는 게 있었죠. 우리처럼 안 할 거면 꺼져라(웃음)."
노민 : "학생사회라는 게 많이 붕괴되면서 일반 원자 학생들과 총학생회가 만날 기회가 사실 잘 없다. 그런데 일반 원자 학생들이 점거에 참여하게 되면서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 같다."
- 얼마 전 오준규씨가 서울대 정문 위에서 고공농성을 했다. 어떻게 봤나. 김한결 : "아마 오준규씨가 그렇게 안 했으면 법인화 이슈가 아예 묻혔을 거다. 그런데 학생들한테 욕 많이 먹었다. 셔틀버스 돌아가면서 지각하고 그러니까. 아니, 자기들이 5분 일찍 나왔으면 될 걸."
심미섭 : "자기한테 피해가 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고까운 것도 있는 것 같다."
예정 : "그래서인지 자꾸 동기를 추측하려고 한다. '쟤는 자기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서 저러는 거다, 이목을 끌기 위해서'."
심미섭 : "바꾸고 싶으면 뭔가를 해야하는데 그걸 깝친다고 생각한다."
- 9월 28일 동맹휴업에는 참여했나. 300명 정도밖에 참석 안 했다던데. 노민 : "(총학에서) 그냥 가지말래. 수업 빠지래요. 그렇게 한두 명 빠진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걸 다 안다. 총회에서도 그래서 부결된 거다."
김정현 : "예전에는 과면 과, 동아리면 동아리, 모임이 있었는데 그런 네트워크가 없는 상태에서 학생회가 동맹휴업 하자 그러면 안 한다."
심미섭 : "저는 갔었는데 모인 건 맨날 오던 애들. 점거 전에도 아크로 광장에서 모이면 오던 애들밖에 없었다."
김한결 : "다른 쪽으로 대안을 생각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회 방식은 아닌 것 같다."
- 조금 오글거릴 수도 있겠지만(웃음), 지난 여름의 점거가 본인들에게 남긴 게 뭐라고 생각하나. 예정 : "많은 사람들이 같은 것을 바라보고 생활공동체처럼 있었던 것, 그 자체가 좋았다. 28일 간, 직접적인 영향은 못 미쳤지만 뭔가 할 수 있다는 느낌."
인로 : "어떻게 보면 놀라운 일이다. 이거 잘못됐는데, 이상한데 생각만 하고 있던 사람이 하나의 건물을 점거해서 한 달 가까이 지내고 그 안에서 서로 일종의 연대의식을 만들어냈다는 게 흥미로웠다."
심미섭 : "대학에 와서 나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한 것 말고는 해본 게 없다는 부채의식이 있었다. 그런데 점거라는 크고 자유로운 판 안에서 뭔가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세상을 알았다'고 해야 할까. 왜냐면 이게 망했잖아요. 졌잖아요. 저는 질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못했다. 왜냐면 고등학교 때까지 그런 게 있지 않나. 권선징악. 우리는 너무 정당한 걸 요구하는데 왜..."
김한결 : "개인적으로는 술집알바를 그만두게 된 게 최고의 희열이었다. 항상 어디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게 있었는데 학교에 정이 안 가니까 알바를 세 개 했었다. 학교에 있을 시간을 줄이려고, 딴 데서 사람 만날 기회를 만들려고."
예정 : "학교로 재흡수되는 기회였다."
김한결 : "맞다. 학교도 정말 재밌을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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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도 이제 '돈 넣고 돈 먹기' 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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