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에 '셧 더 마우스', 취소할 생각 없다"

[10만인 클럽 특강] 한나라당 소장·개혁파 리더 정두언 의원

등록 2011.10.30 14:12수정 2011.10.3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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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의 보수 비탈에 서다> 책을 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28일 저녁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회원들에게 특강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보수 비탈에 서다> 책을 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28일 저녁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회원들에게 특강하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쇄신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하나도 된 게 없다. 이제 한나라당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소수 야당이 되는 길밖에 없는 것 아니냐."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10·26 재보선 결과에 대해 "해석할 여지도 없다"며 허탈해했다.

정 의원은 28일 저녁 <오마이뉴스> 김당 부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10만인 클럽' 특강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부 3년 반 동안의 성적표인데 낙제점을 받은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엄청난 변화가 예고된 셈"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판단의 근거로 유권자들의 '응징 투표' 성향을 들었다. 그는 "큰 선거일 수록 누구를 뽑는 게 아니라 누구를 혼내는 투표를 하게 된다"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을 혼내주다 보니 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MB 정부 만든 1등 공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 정부도 걱정"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만드는 데 제가 1등 공신이라고 하는데 응징투표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실상 노무현 전 대통령이 1등 공신"이라며 "이 정부도 점수를 많이 잃어 걱정이다, 내년 선거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쓴소리를 던졌다. 정 의원은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졌다는 데 동의한다, 대세론은 원래 없는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봐도 다수파는 항상 소수파에 졌다, 소수파는 가진 게 없으니 항상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지만 다수파는 가진 게 많아 부자 몸조심하다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명박 대통령도 다 소수파였다"며 "노 전 대통령은 가진 게 없으니 항상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도전했고 결국 대통령까지 됐다, 가진 게 많은 다수파가 이기려면 자기 것을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또 "박 전 대표도 그동안 '부자 몸조심'해 왔는데 이제는 부자가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 새로 출발하는 자세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항상 지적받아온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를 깨야 한다, 이 부분은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 끝나면 이긴 사람도 겸손해야 하는데..."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인 정두언 의원이 28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최근 출간한 <한국의 보수 비탈에 서다>라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인 정두언 의원이 28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최근 출간한 <한국의 보수 비탈에 서다>라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정부의 '개국 공신' 중 한 명이었지만 정부 출범 이후 대척점에 설 일이 오히려 많아지면서 한나라당 소장·개혁파의 리더격이 된 정 의원은 이날 특강에서도 정부·여당에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먼저 홍준표 대표가 10∙26 재보선 결과를 두고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볼 수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 "셧 더 마우스(입다물라)"고 직격 트윗 멘션을 날린 것과 관련, "취소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에서 이번 선거는 무승부라고 하기에 '셧 더 마우스'라고 한 것인데  트위터에 올리고 나서 보니 놀랍게도 홍 대표도 그런 말을 했더라"면서 "선거가 끝나면 이긴 사람도 겸손해야 하는데 진 사람이 그러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더 열받는다, 반대편이 내 편이 될 가능성을 막아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영국의 보수당을 예로 들며 한나라당에 대해 강력한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귀족과 지주 계급을 대변하던 보수당이 기득권을 대변하는 대표적 법안 중 하나인 곡물법을 폐지하고 수입 곡물의 관세를 내려 중소상공인들과 중산층까지 지지층을 넓힌 사례를 언급하면서 "영국의 보수당을 보면 한국의 보수와 한나라당이 갈 길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세기 들어와서도 산업화가 고도화되면서 노동자가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시 보수당 지도자였던 스탠리 볼드윈은 노동자 농민을 위한 사회개혁운동에 앞장섰다"며 "이를 통해 보수당이 반서민 세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고 장기집권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10·26 재보선 이전 <한국의 보수, 비탈에 서다>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보수의 위기를 진단했던 정 의원은 "한나라당도 기득권을 대변한다는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며 "비탈에 선 보수가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보다 제대로 자리를 잡아서 우리 사회가 진보 보수 양날개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에도 태극기 안달아... 안철수 등장은 상징적"

정 의원은 이른바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도 집단보다 개인을 중요시하는 20~40대 유권자들의 성향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의원은 "국가대표 축구팀 유니폼에 국기를 마크로 다는 나라는 북한과 우리밖에 없었는데 젊은 축구 팬들이 창피하다고 바꾸라고 항의해 결국 다른 나라처럼 축구협회 마크로 바꿨다"며 "역사적으로 보면 좌우 가릴 것 없이 '나'보다 '우리'를 앞세웠지만 젊은 유권자들은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를 들어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표준화하려는 근대국민국가 틀을 강요하는 지배엘리트의 사고구조는 자율적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젊은 층의 네트워크와는 근본적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안철수 교수는 그냥 '짜장면'이라고 하자고 한다, 안 교수의 등장은 지금 시대는 '우리'보다 '나'가 중요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4집 음반을 낸 중견가수(?)이기도 한 정 의원은 이날 특강에서 자신이 직접 부른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노래는 존 레논의 <이매진>. "목 상태가 별로 않좋다"는 이유로 라이브 공연은 사양했지만 대신 자신의 아이폰에 담긴 MP3 파일을 재생했다.

정 의원은 "정치인이나 가수나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기 때문에 공급자 위주로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공급자 위주로 정치를 했어도 비틸 수 있었던 것은 지역주의 때문인데 이제 수요자인 국민에게 맞추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최종 목표을 묻는 질문에 "정치인도 이제는 멋있고 재미있어야 한다"며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목표로 삼기보다 존경받고 사랑받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두언 #10만인클럽 #박근혜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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