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된 여동생을 찾아서 떠나는 열세 살 소년

[리뷰] 존 하트 <라스트 차일드>

등록 2011.11.01 13:19수정 2011.11.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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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라스트 차일드> 겉표지

<라스트 차일드> 겉표지 ⓒ 랜덤하우스

유괴당한 아이는 대부분 유괴된 첫날 살해당한다. 유괴의 생리가 원래 그렇기 때문에 예외는 거의 없다.

범인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아이로부터 빼내고 나면 아이를 살려둘 이유가 없다. 오히려 살려둔다면 자신이 위험해진다. 아이는 범인의 얼굴과 외모, 목소리 등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오래 살려두게 되면 아이와의 교감이 생겨서 죽이기 힘들어질 가능성도 많다. 그러니 첫날 아이에게서 최대한의 정보를 빼낸 후에 살해한다. 다른 사건도 마찬가지겠지만 유괴사건에서 경찰의 초기대응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유괴라는 범죄는 대부분 살인사건으로 발전하는 셈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무 죄도 없는 아이를 납치해서 죽인다. 아이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는 부모는 뒤늦게 그 죽음을 알게 된다. 그때 그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딸을 잃고 상처받은 한 가족

존 하트의 <라스트 차일드>에서는 유괴사건 때문에 한 가정에 평지풍파가 일어난다. 작품 속에서 13살 소년 조니의 쌍둥이 여동생이 납치당한다. 조니의 가정은 전형적인 미국의 중산층이다. 이들은 안락한 주택에서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조니는 매일 아침이면 여동생 앨리사와 함께 통학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하지만 어느날 하교길에서 앨리사가 유괴당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딸을 잃은 엄마는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들었고 아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평소에 도움을 주던 주변 사람은 약탈자로 변했다. 살던 집에서도 쫓겨났고 고정적인 수입도 사라졌다. 경찰들은 주변에 있는 소아성애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조니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앨리사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유괴되고 나서 1년 넘게 감금된 채 생존한 여자아이도 있지 않았던가. 경찰 수사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조니는 직접 여동생을 찾아 나선다. 조니는 앨리사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정상이 될거라고 믿는다. 아빠도 집에 올 테고 엄마는 마약을 끊을 것이다. 앨리사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이렇게 혼자서 주변을 수색하던 조니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그 일은 마을의 북쪽 끝자락, 강물 위로 다리가 지나가는 곳에서 벌어진다. 학교를 빼먹고 그곳에서 낮잠을 자던 조니는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깨어난다. 다리 위에서 차에 받힌 한 남자가 조니 앞으로 떨어진 것이다.


남자는 죽어가면서 조니에게 '내가 그 유괴된 여자아이를 찾았어'라는 말을 남긴다. 조니는 이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깨닫는다. 앨리사가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일까?

위선과 잔혹성이 만들어낸 범죄

작품 속에서 사건을 수사하는 한 경찰은 '이런 일을 저지른 놈은 죽어야 해'라고 말을 한다. 꽃다운 아이들이 피어나지도 못한 채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 경찰과 같은 심정으로 분노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유괴사건은 검거율이 무척 높은 편이다. 유괴는 그 특성상 범인이 자신을 어느 정도 노출시킬 수밖에 없다. 현대적인 장비로 무장한 경찰들은 거기서 생겨나는 허점을 놓치지 않는다. 유괴로 돈을 챙기는 것보다는 오히려 현금운반차량을 터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 범인을 잡더라도 죽은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거리에는 여전히 비열한 인간들이 돌아다니고, 제명에 죽지 못한 아이들의 얼굴은 가족의 마음 속에서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한 가정을 파탄내기 위해서 유괴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을 것이다. 유괴는 정말 잔인한 범죄다.

덧붙이는 글 | <라스트 차일드> 존 하트 지음 / 박산호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덧붙이는 글 <라스트 차일드> 존 하트 지음 / 박산호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라스트 차일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1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1


#라스트 차일드 #존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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