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유수암 점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네 남자의 유쾌하지만 가슴 찡한 이야기를 다룬 '어이그, 저 귓것'. 영화 전반에 제주의 민속 노동요와 용필이 부르는 포크음악이 흐른다.
어이그, 저 귓것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긴 작품은 오멸 감독의 <어이그, 저 귓것 Nostalgia>. '귓것'이란 제주말로 '바보 같은 녀석' 혹은 '귀신이 데려가 버려야 할 바보 녀석'이란 뜻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제주도를 담는다. 두물머리에 네 명의 농부가 있다면, 제주도에는 귀신도 안 잡아갈 네 사나이가 있다. 술만 먹으면 아무 데서나 드러누워 자는 귓것 하르방, 가수로서 성공을 꿈꾸며 서울로 상경했으나 성치 않은 몸으로 귀향한 용필, 처자식은 뒷전으로 하고 기타나 배우러 다니는 뽕똘과 소심한 성격의 댄서 김. '유수암 점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네 남자의 유쾌하고 가슴 찡한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 전반에 제주의 민속 노동요와 용필이 부르는 포크음악이 흘러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꼭 볼 만한 영화다. 점빵 할망이 낮게 읊조리는 노래는 제주를 상징하는 문화적 기재인 잠녀들의 노동요로 제주 여인의 깊은 한과 설움의 정서를 담담하지만 깊은 시름으로 담아내며, 자기 입으로 흥얼거리는 노래 가락에 기대 자신의 마음을 위안하던 제주 여인들의 주체적 삶의 방식을 잘 드러낸다. 반면 기타 연주에 맞춰 거칠게 질러내는 용필의 노래들은 삶을 향한 끊임없는 물음을 노래 가락에 담아 하소연하듯 뱉어내며 지친 삶을 위로 받고 싶은 용필의 마음을 대변한다.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제주 전통 노동요와 뭍에서 건너온 음악인 포크 음악의 조화는 마치 과거와 현재의 시간, 섬과 육지의 시간을 연결하듯 아름답게 조율된다.
영화제라 해서 영화만 보고 끝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영화제라고 해서 영화만 보고 끝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 편의 영화가 끝나면 중간에 두물머리 강변가요제를 빛냈던 뮤지션들이 등장해 흥겨움과 열기를 더해준다. 이번 영화제에는 거리에서 사회 참여적인 음악으로 꾸준히 노래해 온 싱어송라이터 이씬, 두물머리를 오가며 농사짓고 노래도 부르는 쏭, 위트와 풍자, 페이소스가 공존하는 "별 볼 일 없는 연주를 주무기로" 하여, 이 세상의 수많은 별 볼 일 없는 대중들이 모두가 별이 되기를 꿈꾸는 옛 정서 대중가요 발굴밴드 푼돈들이 나온다.
영화제가 모두 끝난 뒤의 마지막 프로그램은 디너쇼다. '4대강 사업 이런 된장~스프, 4대강 포기배추 겉절이, 4대강 뭥미(米) 쌀밥, 불복종 무전, 막걸리 등 두물머리에서 생산된 유기농 먹거리들이 뷔페식으로 차려지고,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되고 있다. 두물머리에서 수확한 햅쌀 '4대강 뭥미(米)' 주문도 받고 있다. 나누고 싶은 농부의 마음을 담아 생협보다 저렴하게 내놓았다고 하는데 다음주까지 주문 마감이라고 하니 주문을 서두르자.
또, 매일 오후 세 시에 열리는 생명평화미사가 이날도 여지 없이 열리는데, 5일로 627회째를 맞이한다. 오후 2시에는 두물머리 농부들이 직접 안내하는 두물머리 농장 순례길이 펼쳐진다. 이른바, 두물머리 도슨트! 미술관에만 있는 줄 알았던 도슨트가 논밭에도 있다. 왜냐면, 농사가 예술이니까. 그 예술적 농사에 대한 해설을 해줄 두물머리 도슨트가 떳다. 논에서 밭으로, 딸기에서 배추로, 농막에서 미사터로, 남한강에서 북한강으로, 두물머리를 알아보는 알찬 30분이 될 거라고 주최측은 홍보하고 있다.
이날 행사를 위하여 중앙선 양수역에서부터 두물머리까지 사전 신청제(
http://riverun.org/)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4대강 뭥미(米) 극장' 혹은 두물머리 도슨트가 시작되는 양수대교 11번 교각까지 운행한다.
한편 올 겨울 두물머리 유기농장의 운명에 큰 영향을 줄 두물머리 하천 점용 허가 2심 선고가 다음 주 수요일(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판결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지만, "선고 결과가 안 좋다고 저항이 끝나는 것도 아니구요"라고 말하며, 최선을 다해 두물머리의 모든 것을 알려왔다는 두물머리 사람들의 마음은 결코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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