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 철제 문 틈으로 본 후지코시의 회사로고 '나치'. 태평양전쟁 말기 1090명을 근로정신대로 강제연행했다.
이국언
할머니들의 손해배상소송을 지원해 온 '제2차 후지코시(不二越) 강제연행 강제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北陸) 연락회' 나카가와 미유키(中川 美由紀) 사무국장의 설명이었다.
지원단체인 호쿠리쿠연락회가 일본이 저지른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며 할머니들의 소송을 도운 지도 십수 년째. 변호인단을 꾸려 무료 변론은 물론, 매번 재판 때마다 할머니들의 체류비와 항공비 일체를 지원했다. 할머니들의 건강을 살피기 위해 한국도 수차례 방문했다.
이들은 지난 9월 28일 외교통상부를 방문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일본정부와 협의를 할 때 근로정신대 문제도 다룰 것을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일제 전범기업들이 한국 정부가 발주하는 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 달도 안돼 또 한국을 찾았다. 후지코시 회사도 일제 전범기업 명단에 포함하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회사측에 교섭을 요청한 것도 수차례다. 그러나 아직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매번 무시당했다. 재판이 끝난 만큼, 이번에 다시 회사측 문을 두드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재차 만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시위 하루 전 지원단체에 통보했다.
점심 대신 주먹밥 하나씩을 뭉쳐 쥐고 나선 항의시위. 그러나 항의시위라는 게 무색할 정도였다. 참가자는 고작 스무 명도 채 안 됐고, 그것도 젊은 사람 몇 명을 제외하면 족히 60대에서 70대, 많게는 80대에 가까운 이들이었다. 그나마 한국에서 온 몇 사람이 겨우 체면치레를 하는 모양새였지만 애초 후지코시를 상대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후지코시는 도야마를 대표하는 굴지의 토착기업. 시내에 별도의 사원 주택을 두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종합병원과 회사 이름으로 공업 고등학교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역 사람들이 이 회사 종업원들을 부러워할 만큼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기도 하다.